
수급 불안정 의약품 등 의료 현안 관련 정부와 국회에 강경한 입장 표명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2025년 9월 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 대체조제 활성화 법안, 문신사 자격 및 전담간호사(PA) 교육 주체 등 주요 의료 현안에 대한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환자 안전과 진료 현장의 혼란 방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국회의 무분별한 입법 시도와 정부의 미흡한 정책 추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성분명처방 강제화 법안에 대해서는 의사를 범죄자로 내모는 비합리적인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했으며, 의약품 공급망 구축은 국가의 책임임을 분명히 했다.

성분명처방 강제화 법안, 의사 ‘범죄자’ 만드는가?
의협은 최근 에토미데이트 마약류 등재 후 공급 위기와 아티반 공급 중단 위기 등 의약품 수급 불안정 사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식약처의 해결책 제시를 정부의 적절한 조치로 평가했다. 하지만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는 일회성 대응으로 끝나선 안 되며, 의협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환자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국회 일각에서 발의된 소위 ‘수급불안정 의약품 성분명처방 강제 법안’이다. 의협은 이 법안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수급 문제는 제약회사의 생산 중단 또는 수입 중단에서 비롯되며, 이는 가격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이러한 의약품 공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의협은 성분명처방을 통해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수급불안정 의약품이란 특정 상품명 약제뿐 아니라 같은 성분의 대체 약제마저 없어 공급이 중단될 위험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체가 불가능한 약제를 성분명처방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최근 제출된 법안에는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성분명처방 하지 않은 의사에게 최고 징역 5년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의협은 이는 형법상 과실치상죄(3년 이하 징역)보다도 높은 형벌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법 조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은 국회에 애꿎은 의사의 범죄화가 아닌, 수급불안정 의약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국가 책임 하에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발의를 촉구했다.
의협, 환자 안전 직결 3대 쟁점 강력 경고! ‘이대로는 국민 건강 심각한 위협’
대체조제 사후 통보, 환자 알 권리 침해 우려 제기
의협은 최근 발의된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현행 약사법은 원칙적으로 대체조제 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최대 3일 이내 사후 통보를 허용하고 환자에게 즉시 대체조제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처방 의사가 대체조제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천만원 이하의 처벌이 가능하다고 의협은 설명했다.
그러나 개정된 약사법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시스템을 통한 간접 통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처방 의사의 ‘알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대체조제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의협은 지적했다.
이에 의협은 브리핑 전날인 9월 3일부터 ‘불법 대체조제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회원과 환자를 대상으로 대체조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피해 가능성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환자의 ‘알 권리’가 지켜져야 하며, 대체조제 시 환자에게 단순히 통보가 아닌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신행위, 의료기관 내 안전 관리 체계 필수 강조
문신행위에 대한 의협의 입장은 분명했다. 문신행위는 피부를 침습하는 시술로, 본질적으로 의료행위에 준하는 고위험 시술이라는 것이다. 의협은 설령 문신사 자격이 법적으로 인정되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료기관을 통한 안전관리 체계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염, 출혈, 알레르기, 통증 등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에서의 시술이 당연히 가능하게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과정 역시 감염 관리 등 의사 감독 체계를 포함하여 안전한 시술이 가능하도록 강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담간호사(PA) 교육, 의사 단체 주관의 합리성 주장
최근 간호협회가 ‘전담간호사(PA) 교육을 간호협회 단독으로 주관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의협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전담간호사의 역할이 의사의 지시 및 감독하에 이뤄져야 하며, 이들에게 허용되는 행위는 의사가 하는 행위를 일부 위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를 간호협회가 교육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의협은 전담간호사 교육은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여, 법적 근거와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적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서 체계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의협은 이번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의료 현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재확인하고,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력히 촉구했다. 의협은 앞으로도 환자 진료 현장에 피해가 없도록 의료 정책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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