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은 해가 2번뜨고 2번 진다, 궤도 공명이 만들어낸 기묘한 하루
만약 당신이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행성, 수성의 특정 지점에 서 있다고 가정해보자.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완전히 떠오르기도 전에, 태양이 갑자기 멈추더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잠시 후, 태양은 다시 방향을 틀어 마침내 하늘로 완전히 솟아오른다. 하루에 해가 두 번 뜨고, 두 번 지는 기이한 현상. 이는 SF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태양계 최단 행성인 수성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천문학적 이야기다.
수성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약 176일에 달한다. 이토록 긴 하루 동안, 태양은 특정 지역에서 두 번의 일출과 두 번의 일몰을 경험하게 한다. 이 현상은 수성의 독특하고 극단적인 궤도 역학, 특히 ‘공전-자전 공명(Spin-Orbit Resonance)’이라는 복잡한 물리적 조건이 결합된 결과다. 이는 행성 역학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로 주목받는다.

3:2 공명 현상: 자전과 공전의 기묘한 조화
수성의 이중 일출일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성의 ‘3:2 공전-자전 공명’을 알아야 한다. 수성은 태양을 두 번 공전하는 동안 정확히 세 번 자전한다. 이는 태양계 내에서 매우 이례적인 비율이다. 이 공명 현상은 수성이 태양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 자전 속도가 묶이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수성의 ‘태양일(Solar Day)’, 즉 태양이 하늘에서 같은 위치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성의 두 번의 공전 주기와 거의 일치하게 됐다.
이 3:2 공명은 수성 표면의 특정 지점에서 태양이 뜨고 지는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만약 수성이 지구처럼 1:1 공명(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같음)을 했다면 한쪽 면은 영원히 낮이고 다른 쪽 면은 영원히 밤이었을 것이고, 1:2 공명이었다면 태양일이 공전 주기와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3:2라는 특이한 비율 덕분에, 수성은 ‘해가 2번 뜨고 2번 지는’ 독특한 시간의 흐름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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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일점 통과 시 발생하는 태양의 ‘역행’
수성의 궤도는 태양계 행성 중 가장 이심률(Eccentricity)이 크다. 즉, 궤도가 원형이 아니라 매우 찌그러진 타원형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수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인 근일점(Perihelion)을 통과할 때, 그 공전 속도는 급격히 빨라진다. 이 순간이 바로 이중 일출일몰 현상의 핵심이 된다.
수성의 자전 속도는 비교적 일정하지만, 근일점에서 공전 속도가 너무 빨라져 일시적으로 자전 속도를 능가하게 된다. 지구에서 우리가 해를 보는 것은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인데, 수성에서는 공전 속도가 자전 속도보다 빨라지면서 태양이 하늘에서 움직이는 겉보기 방향이 잠시 역전된다. 마치 달리는 자동차에서 옆 차선의 차량이 잠시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과 같다.
이러한 ‘겉보기 역행’ 현상은 약 8지구일 동안 지속되며, 이 시기에 수성의 특정 경도에 있는 관찰자는 태양이 지평선 위로 떠오르다가 멈추고 다시 지평선 아래로 약간 내려갔다가 다시 떠오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일몰 시에도 마찬가지로, 태양이 지다가 다시 떠오르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후 완전히 지게 된다. 이로써 하루에 두 번의 불완전한 일출과 일몰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중 일출일몰 미스터리, 관측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경험
이 기묘한 이중 일출일몰 현상은 수성 전역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 현상은 수성의 ‘열대(Hot Poles)’라고 불리는 두 개의 특정 경도 지역, 즉 3:2 공명으로 인해 태양이 가장 오랫동안 머무는 경도 근처에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다. 이 지역들은 수성의 자전축과 궤도 운동의 상호작용이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지점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태양의 움직임이 역행하지 않고 단지 하늘에서 잠시 멈추거나,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처럼 수성 표면의 위치에 따라 태양의 움직임이 극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수성 탐사선이나 미래의 유인 기지 건설 시에는 이 천문학적 현상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됐다. 특히 태양광 발전에 의존하는 탐사 장비의 경우, 태양의 방향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는 이 지역은 피해야 할 대상이 된다.
수성의 이중 일출일몰 미스터리가 천문학에 던지는 의미
수성의 3:2 공명과 그로 인한 이중 일출일몰 현상은 행성 형성 및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수성이 이 공명 상태에 도달하게 된 것은 태양의 조석력(Tidal Forces)이 수십억 년에 걸쳐 작용한 결과다. 초기에는 수성이 1:1 공명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강력한 태양의 중력과 수성의 내부 구조가 상호작용하면서 현재의 3:2 공명 상태로 안정화됐다고 분석된다.
유럽우주국(ESA)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으로 추진한 베피콜롬보(BepiColombo) 미션은 수성의 자기장, 내부 구조, 그리고 이 독특한 궤도 역학을 더욱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미션을 통해 수성의 표면 온도 변화와 중력장이 3:2 공명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파악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성의 이중 일출일몰은 태양계 행성들이 각기 얼마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역학적 환경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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