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후 상처가 부풀어 오른다면… 켈로이드 치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수술 후 상처가 부풀어 오르는 환자들이 종종 발생한다. 대표적인 경우는 제왕절개 수술 상처가 부풀어 오르는 경우다. 종종 귀를 뚫고 나서 귓불 피부가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때로는 얼굴 턱선에 발생한 뾰루지나 여드름이 염증으로 악화되면서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교통 사고로 발목 인근의 피부가 외상으로 손상 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 부위가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모두 켈로이드다.
본래 상처 치유 과정은 정교하고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진다. 피부가 손상되면 지혈, 염증, 증식, 재형성 단계를 거쳐 상처가 아물고 흉터 조직이 형성된다. 정상적인 흉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옅어지고 편평해진다. 이런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 직선형의 상처만 남기게 된다.
하지만 켈로이드는 다르다. 상처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 상처 치유를 담당하는 섬유아세포(Fibroblast)가 콜라겐을 비정상적으로 과다 생성하며, 치유가 완료되어야 할 시점에도 증식을 멈추지 않는다. 그 결과, 상처 범위를 훌쩍 넘어 주변의 정상 피부까지 침범하는 흉터 조직을 만든다. 정상적인 직선형의 흉터가 아니라 좀 더 돌출된 상태로 변형된다.
이렇게 형성된 켈로이드 흉터는 초기에는 정상 피부보다 붉은 계통의 색을 띠며 부풀어 오르고, 표면이 반질반질하게 빛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도 옅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검붉은 색으로 변하거나 크기가 계속 커질 수 있다. 켈로이드 환자 다수는 가려움증이나 통증, 심지어는 바늘로 찌르는 듯한 따가움을 호소한다. 사고나 외상으로 발목에 상처가 발생할 경우나 목 부위에 켈로이드가 발생하면 흉터가 당기고 구축 현상을 일으켜 운동 범위를 제한하는 기능적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

켈로이드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 여드름
여드름과 같은 염증성 피부 질환은 피부가 있는 곳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그중 얼굴의 턱선과 등, 가슴, 어깨 부위에 발생한 여드름의 경우 켈로이드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부위는 특히 목, 가슴, 어깨 등은 피부 긴장(Skin tension)이 높게 작용하는 부위로, 가벼운 염증이나 작은 상처 그리고 점을 빼는 레이저 치료 후에도 켈로이드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은 곳이다. 여성들의 경우 앞가슴에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작은 뾰루지로 생각하고 방치를 하거나 손으로 짰다가 켈로이드가 발생하는 낭패를 겪는다.
수술 후에도 원치 않는 켈로이드가 발생할 수 있다. 갑상선 치료를 위해 수술을 한 환자가, 수술 후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수술 부위가 점차 붉게 솟아오르며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모양의 거대한 흉터가 되기도 한다. 켈로이드 체질 환자에게 피부를 절개하는 행위나 손상 자체가 흉터 증식을 유발하는 강력한 방아쇠가 된다.
켈로이드가 발생하면 피부에 심각한 외형적 변형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금방 인식이 된다. 이로 인해 켈로이드 환자는 앞서 이야기한 가려움증이나 통증 외에도 우울감, 대인기피증 등 2차적인 정신적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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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당한다”… 켈로이드 체질의 고충
켈로이드 체질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에 맞은 예방접종(BCG 등) 자국, 여드름 흉터, 혹은 작은 상처가 아문 자리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경험이 있다면 켈로이드 체질을 의심해야 한다.
문제는 환자는 물론 의사도 켈로이드 체질임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다. 경미한 체질이거나, 성인이 되어 처음 피부 절개를 경험하는 경우, 표피낭 수술과 같은 ‘첫 시술’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체질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척척의원 이세라 원장은 “켈로이드 체질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상처나 예방접종 자국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경험이 있다면, 피부를 절개하는 시술 전 반드시 의료진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한다. 특히 여드름 같은 질환이 목이나 가슴, 등 부위에 다발성으로 발생하고 그 부위 켈로이드 발생 고위험 부위”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켈로이드의 예방법은 없지만 등이나 앞가슴에 발생한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가볍게 봐서는 안되며 “귀를 뚫는 것도 켈로이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미 발생한 켈로이드 흉터의 치료?
이미 발생한 켈로이드 흉터의 치료는 더욱 까다롭다. 켈로이드 흉터가 보기 싫다는 이유로 이를 다시 ‘수술로 절제’하는 것은 자칫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켈로이드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가해진 2차 절개는, 신체 입장에서 더 큰 상처로 인식되어 기존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한 켈로이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흉터를 제거하려다 더 큰 흉터를 얻는’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켈로이드 치료는 의료진과 협의 하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치료법은 ‘병변 내 스테로이드 주사’이다. 흉터 조직에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입하여 콜라겐 합성을 억제하고 염증을 줄여 흉터를 편평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수차례 반복 시술이 필요하며 통증을 동반한다. 이 방법은 재발의 위험이 너무 높고 정상적인 피부가 얇아지거나 혈관이 발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실리콘 겔이나 시트를 이용한 압박 요법, 혈관을 파괴해 붉은 기를 줄이는 레이저 치료(Pulsed Dye Laser), 혹은 수술적 절제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등 복합적인 방법이 동원된다. 하지만 이 모든 치료는 켈로이드를 ‘완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개선’하는 개념에 가깝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예방이 최선, 수술 전 ‘체질’ 고백이 필수
결국 켈로이드 체질인 사람이 켈로이드 흉터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본인이 켈로이드 체질임을 인지하고 있다면, 어떤 수술이든 수술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굳이 제거가 필요하다면, 절개를 최소화하는 수술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혹은 일반적인 외과 수술이라 하더라도 상처부위 손상을 최소화하는 최소 절개 수술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부득이하게 수술을 했다면 수술 직후부터 켈로이드 예방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상처 부위에 실리콘 시트를 부착하거나, 켈로이드 완화용 연고를 꾸준히 바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예방적 스테로이드 주사나 레이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흉터의 비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바로척척의원 이세라 원장은 “켈로이드는 미용적 문제뿐 아니라 가려움, 통증을 동반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며 “켈로이드 치료는 완치가 아닌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어떤 치료든 재발이 잦기 때문에 수술적 제거와 함께 주사 요법, 레이저, 압박 치료 등을 병행하며 꾸준히 관찰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켈로이드 제거 수술 후 방사선을 쬐어 효과를 높이려는 방법이 보고되기도 했다며 귀뜸해 주었다.
‘간단한 수술’은 없다. 켈로이드 체질이라면 수술 전 의료진과의 심도 있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체질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다만 켈로이드는 수술로 제거되거나 증상이 완화될 수 있는 확률이 50% 전후다. 다시 말해 수술로 모두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수술을 해도 재발될 확률이 절반이지만 발생 부위나 체질에 따라서는 호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귀를 뚫고 난 이후 발생한 귓불의 켈로이드는 호전 가능성이 좀 더 높다.
무엇보다 얼굴 턱선, 앞가슴 그리고 등 부위에 발생한 여드름이나 뾰루지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켈로이드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귀를 뚫고 나서도 켈로이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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