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마시면 모기에 더 잘 물린다? 여름밤 불청객, 음주 후 모기 접근 증가의 과학적 근거
여름밤, 야외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기던 중 유독 모기에 더 많이 물린 경험이 있는가? 이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음주 후 모기에 더 취약해진다고 느끼며, 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모기는 인간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체온, 그리고 특정 피부 화학물질에 이끌리는 특성이 있다. 알코올 섭취는 이러한 요소들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모기에게 더욱 매력적인 대상으로 비치게 만든다. 술을 마시는 행위가 어떻게 우리의 몸을 모기의 ‘최고의 식사’로 만드는지, 그 배후의 과학적 원리를 탐구하는 것은 단순히 가려움을 피하는 것을 넘어 질병 예방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음주가 모기 물림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인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생리적 변화들이 모기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하는 것이다. 과연 술 한 잔이 모기를 부르는 치명적인 유혹이 되는 걸까?

높아지는 체온과 늘어나는 혈류량
알코올을 섭취하면 흔히 얼굴이 붉어지거나 몸이 후끈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혈관이 확장되면 피부 표면으로의 혈류량이 증가하고, 그 결과 체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모기는 열 감지 능력이 뛰어나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암컷 모기는 산란에 필요한 단백질을 얻기 위해 동물의 피를 찾는데, 이때 따뜻한 체온은 모기에게 아주 강력한 유인 신호가 된다.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2023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온이 0.5도만 상승해도 모기의 접근 빈도가 유의미하게 늘어났다고 보고됐다. 따라서 술을 마시면 몸에서 방출되는 열이 증가해 모기의 ‘탐지’에 더욱 쉽게 노출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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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
모기가 숙주를 찾아내는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는 바로 이산화탄소(CO2)다. 사람은 숨을 쉴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모기는 이 CO2 농도 변화를 감지하여 약 50미터 밖에서도 사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이는 호흡량을 증가시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만들고, 모기에게는 더욱 선명한 ‘신호’로 작용한다.
2010년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맥주 350ml 한 캔을 마신 사람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모기 유인율 또한 높아졌다고 밝혔다. 즉, 술을 마시면 모기에게 ‘나 여기 있어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과 다름없게 된다.

피부 화학물질 및 땀 성분의 변화
알코올 섭취는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히드와 같은 대사산물을 생성한다. 이 대사산물 중 일부는 땀이나 호흡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모기는 사람의 땀에서 나오는 젖산, 암모니아, 지방산 등 다양한 화학물질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음주 후에는 발한량이 증가하고, 땀의 화학적 구성 또한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땀 속에 젖산이나 특정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농도가 높아지는데, 이러한 물질들은 일부 모기 종에게 강력한 유인제로 작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의 고유한 체취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모기의 후각 시스템을 자극하게 된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피부 미생물 및 화학적 변화가 모기 유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음주 후 모기 물림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
과학적 증거들이 음주가 모기 물림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만큼, 여름철 야외 활동 시에는 몇 가지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DEET, 피카리딘(Picaridin), 또는 유칼립투스 오일 등의 성분이 포함된 검증된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가능한 한 긴팔과 긴바지를 착용하여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밝은 색상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모기가 활동이 왕성한 새벽이나 해 질 녘 시간대를 피하고, 실내에서는 방충망을 꼼꼼히 확인하거나 선풍기를 틀어 모기의 접근을 방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야외 음주 시에는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고여 있는 물을 제거하여 모기 유충이 서식할 공간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과학적 증거는 음주가 모기 물림에 대한 취약성을 높인다는 일반적인 믿음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높아진 체온, 증가한 이산화탄소 배출, 그리고 변화된 피부 화학물질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술을 마신 사람을 모기에게 더 매력적인 대상으로 만든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여름철 야외에서 음주를 즐길 때는 모기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 불쾌한 모기 물림과 잠재적인 질병 전파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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