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 후 편안한 거실 소파에서 깊은 졸음에 빠진 젊은 동양 여성의 모습.
배부르고 잠이 쏟아진다면? ‘숨겨진 당뇨’ 경고, 내분비계가 보내는 위험 신호 정밀 체크!
식사 후 찾아오는 극심한 피로감이나 걷잡을 수 없는 졸음, 이유 없이 늘어나는 체중, 그리고 돌아서면 또다시 찾아오는 배고픔. 많은 사람이 이를 단순한 ‘식곤증’이나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이 반복된다면 우리 몸의 내분비계가 보내는 심각한 경고 신호, 즉 ‘인슐린 저항성’이나 ‘숨겨진 당뇨병’의 전조일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로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는 결국 혈당 상승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제2형 당뇨병의 주된 원인이 된다. 혈당 수치가 아직 당뇨병 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미 인슐린 저항성이 시작됐다면 췌장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되고, 이는 췌장에 큰 부담을 주어 베타세포 기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혈당 조절은 점점 어려워지고, 만성적인 고혈당에 노출돼 당뇨병 합병증의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가장 최근 공식 수치(학회 ‘Diabetes Fact Sheet 2024’, 2024-12-13 공개): 2022년 기준 30세 이상 14.8%(‘7명 중 1명’), (2021–2022 통합 추정치는 15.5%)가 이미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당뇨병 전단계 인구까지 포함하면 무려 10명 중 6명 이상이 혈당 이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에서의 발병률 또한 심각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위험 신호를 어떻게 감지하고,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인슐린 저항성: 단순한 식곤증을 넘어선 진짜 위험 신호
많은 이들이 식사 후 경험하는 졸음을 ‘식곤증’이라고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포만감의 결과가 아닐 수 있다.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췌장은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대량 분비한다. 그런데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몸은 인슐린이 나와도 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니, 혈액에는 포도당이 남아도는 반면 세포는 에너지 부족에 시달린다.
이로 인해 극심한 피로감과 졸음이 몰려오며, 심지어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계속해서 에너지를 갈구해 과식이나 설명할 수 없는 배고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 특히 복부 비만도 인슐린 저항성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몸이 과도한 인슐린 분비로 인해 지방을 쉽게 축적하게 되는 현상이다.
소리없는 시한폭탄 제2형 당뇨병에 대해 쉽게 알아봅시다
내 몸의 경고, 혈당 수치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일반적인 건강 검진에서 공복 혈당만으로는 인슐린 저항성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당이 정식으로 ‘당뇨병’ 기준치를 넘기기 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즉, 공복 혈당이 정상 범위에 있어도 췌장이 무리하게 인슐린을 뿜어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숨겨진 당뇨’를 조기에 발견하고 싶다면, 공복 혈당 검사 외에 당화혈색소(HbA1c) 검사와 인슐린 수치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화혈색소는 지난 2~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인슐린 수치 검사는 인슐린 분비 능력과 저항성 정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다각적인 검사를 통해 몸이 보내는 미묘한 경고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힘내라내과의원 이혁 대표원장은 “배부른 후 극심한 졸음이나 피로는 단순한 식곤증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강력한 ‘숨겨진 당뇨’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혈당 관리뿐만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여부를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만성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는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생활 습관 개선, ‘숨겨진 당뇨’ 극복의 핵심 열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숨겨진 당뇨’가 실제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다름 아닌 생활 습관 개선이다.
첫째,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다.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빠르게 걷기, 조깅, 수영 등)과 주 2~3회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인슐린 민감도가 크게 향상된다. 운동은 혈액 속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하여 혈당을 낮추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둘째, 건강한 식단으로의 변화다. 정제 탄수화물(흰 쌀밥, 흰 밀가루 음식, 설탕이 많이 든 음료와 디저트 등)과 가공식품 섭취를 최소화하고, 통곡물, 채소, 과일, 단백질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은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준다.
셋째, 적정 체중 유지다. 특히 내장지방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므로, 체지방 감량은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충분한 수면도 중요하다. 수면 부족은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하루 7~8시간의 질 좋은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 권장된다.

조기 진단과 전문적인 관리가 당뇨 합병증 막는다
‘숨겨진 당뇨’가 의심되거나 이미 인슐린 저항성 진단을 받았다면,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사는 개인의 생활 습관, 건강 상태, 동반 질환 등을 고려하여 맞춤형 식단과 운동 계획을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단순한 식이요법이나 운동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조기에 인슐린 저항성을 관리하고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당뇨병 합병증, 즉 신경병증, 망막병증, 신장병증, 심혈관 질환 등 치명적인 문제들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내분비 시스템의 균형을 유지하고 건강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몸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식사 후 찾아오는 피로와 졸음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숨겨진 당뇨’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 단순한 식곤증으로 여기지 말고, 내 몸의 내분비계가 보내는 위험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되기 전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이때의 적극적인 생활 습관 개선과 조기 진단은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결정적인 기회가 된다. 이처럼 우리 몸의 미묘한 변화를 민감하게 인지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건강한 미래를 충분히 설계할 수 있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은 “내분비 시스템의 균형이 깨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에서 증가하는 당뇨병 유병률을 고려할 때, 조기 검진과 생활 습관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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