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헨지 거석 미스터리: 5천 년 전 거인들이 돌을 옮긴 방법과 건축 목적의 최신 학설
영국 윌트셔 평원에 우뚝 솟은 스톤헨지(Stonehenge)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수수께끼 중 하나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수백 년에 걸쳐 건설된 이 거석 기념물은 현대적인 장비가 전무했던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25톤에 달하는 거대한 돌들을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운반하고 정교하게 쌓아 올렸는지에 대한 영원한 질문을 던진다.
이 건축물은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라, 고대인들의 놀라운 기술력, 조직력, 그리고 우주를 향한 깊은 통찰이 집약된 인류 문명의 위대한 도전이었다. 최근 고고학 연구는 이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가진 운반 기술의 비밀과 그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250km를 가로지른 ‘블루스톤’ 운반 기술의 비밀
스톤헨지를 구성하는 돌은 크게 두 종류다. 거대한 사르센(Sarsen) 석은 무게가 최대 50톤에 달하며, 건축 현장에서 불과 32km 떨어진 말버러 다운스(Marlborough Downs)에서 가져왔다. 그러나 더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블루스톤(Bluestone)’이다. 이 돌들은 무려 250km 떨어진 웨일스 서남부 프레셀리 산맥(Preseli Mountains)에서 운반됐다. 블루스톤의 무게는 개당 2~5톤에 달한다.
고대인들이 이 돌들을 어떻게 운반했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가설이 존재한다. 가장 유력한 학설은 육로와 수로를 결합한 방식이다. 고대인들은 통나무 썰매와 롤러를 이용해 돌을 육로로 끌고 간 후, 강과 바다를 이용해 템즈강과 에이번강을 따라 윌트셔 평원까지 운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15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대인들이 썰매를 끄는 과정에서 마찰을 줄이기 위해 동물성 지방을 윤활제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처럼 복잡하고 위험한 운반 경로를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돌들이 단순한 건축 자재가 아닌 특별한 의미를 지녔음을 시사한다.
미국 오대호의 그림자 ‘갑상선종 벨트’: 소금 속 요오드 정책이 가져온 인류사적 변화
거석을 세운 고대 엔지니어링의 정수
운반만큼이나 어려운 난제는 거대한 돌들을 수직으로 세우고, 그 위에 상인방(lintel) 돌을 수평으로 얹는 작업이었다. 고대인들은 도르래와 같은 복잡한 기계 장치 없이 순전히 인력과 지렛대의 원리, 그리고 정교한 경사로를 이용했다.
고고학자들은 먼저 돌을 세울 구덩이를 파고, 한쪽 면을 경사지게 만들었을 것으로 본다. 이후 수많은 인력이 밧줄을 이용해 돌을 끌어올리고, 구덩이에 돌을 밀어 넣은 다음, 지렛대를 이용해 수직으로 세웠다. 수평으로 놓이는 상인방 돌을 올리기 위해서는 흙과 통나무로 만든 거대한 경사로가 필요했다. 돌을 경사로를 따라 끌어올린 후, 정확한 위치에 맞추기 위해 정교한 홈(mortise and tenon joints)을 파서 돌끼리 단단히 결합했다. 이는 현대의 목공 기술과 유사한 방식으로, 스톤헨지가 단순한 쌓기가 아닌 치밀하게 설계된 건축물임을 증명한다.

천문대인가, 치유의 성소였나: 건축 목적에 대한 최신 학설
스톤헨지의 건축 목적은 수 세기 동안 논쟁의 중심이었다. 초기에는 드루이드교의 사원이라는 설이 유력했으나,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드루이드교가 번성하기 훨씬 이전에 건설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폐기됐다.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학설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천문대 또는 달력 설이다. 스톤헨지는 하지(夏至)와 동지(冬至)의 일출 및 일몰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도록 정렬돼 있다. 이는 고대인들이 농경과 종교 의식을 위해 정교한 천문학적 지식을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둘째, 조상 숭배 및 의식 장소 설이다. 스톤헨지 주변에서 수많은 매장 유적이 발견됐으며, 이는 이곳이 특정 가문이나 공동체의 중요한 의례 및 기념 장소였음을 시사한다.
셋째, 치유의 성소 설이다. 웨일스에서 가져온 블루스톤은 특유의 음향적 특성과 치유력이 있다고 믿어졌던 돌이다. 최근 연구에서 스톤헨지 주변 유골에서 질병이나 부상의 흔적이 발견됐는데, 이는 사람들이 치유를 목적으로 먼 곳에서 이곳을 찾아왔을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블루스톤의 원산지인 프레셀리 산맥이 고대부터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다는 점은 이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결국 스톤헨지는 단 하나의 목적이 아닌, 천문학적 관측, 종교 의례, 조상 숭배, 그리고 치유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했던 고대 사회의 중심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스톤헨지가 인류에게 던지는 영원의 질문
스톤헨지는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가진 지혜와 끈기, 그리고 공동체적 조직력을 상징한다. 5000년 전의 인류는 단순한 도구만으로도 엄청난 규모의 공학적 난제를 해결했다. 이 기념물은 고대인들이 자연과 우주에 대해 얼마나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종교적, 사회적 신념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현재까지도 스톤헨지의 모든 비밀이 풀린 것은 아니다. 고고학자들은 레이더 탐사 및 비파괴 검사 기술을 동원해 스톤헨지 주변 지하에 숨겨진 또 다른 구조물과 매장지를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있다. 이 끊임없는 연구는 스톤헨지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의 역사와 능력을 끊임없이 탐구하게 만드는 영원한 질문임을 확인시켜 준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기사
“부탄 돈이 전부가 아니다”… 부탄, GDP 대신 ‘국민총행복(GNH)’을 국가 목표로 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