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아동병원 설립 허가 두고 논란, 정부의 병상 관리 정책 도마위 올라
안양시가 안양시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병상 과잉 공급을 이유로 한 불허 결정을 뒤집고 60병상 규모의 아동병원 설립을 허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안양시의사회 등 지역 의료계는 이미 병상이 과잉 공급된 상황에서 추가 병상 허가는 불필요하며, 이는 의료법 및 병상수급 기본시책에도 어긋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개설은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에 2024년 10월 28일 열린 위원회는 안양시의 A 아동병원 개설 허가 요청에 대해 심의했고, 안양권 병상 수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아동병원 개설 불허를 결정했다.
위원회는 심의결과 “안양권(군포·의왕·과천 포함)은 이미 승인된 병상 1,200개를 포함해 경기도 병상수급 계획에 따라 2028년까지 약 1,200병상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며, 특히 소아병상만 따로 보더라도 평촌한림대성심병원 42병상, 안양샘병원 30병상, 원광대산본병원 30병상 등 총 100병상이 이미 운영 중인데, 이들 병상의 평균 가동률은 50%에도 미치지 않는 상황이어서, “소아병상의 수요가 현재로서는 충분히 충족되고 있으며, 병상 가동률이 낮은 실정을 감안할 때 60병상 추가 공급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또한 해당 A 아동병원이 중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소아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정형외과 등의 전문 의료진과 협진 시스템이 부족한 경증환자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으로, 설립 필요성이 부족하고, 지역 의료체계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안양시는 위원회의 불허결정을 뒤집고 A아동병원 설립을 허가했다. 시는 보건복지부와 법률 전문가의 유권 해석을 토대로, A아동병원이 ‘필수의료’에 해당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위주의 구조 전환에 나서면서 소아 경증 환자의 수용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유권해석 결과, 시도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의위원회가 병상 과잉을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권한을 벗어난 행위”라는 답변을 근거로 허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측은 보건복지부 답변이 모순됐다고 지적한다. 즉, 경기도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이 분명 존재하는데도 복지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답변을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 구본상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위원장(안양시의사회장)는 “안양시는 병상수급 관리계획을 이미 수립했고, 위원회는 이에 근거해 심의를 진행했다”며 “복지부의 답변은 경기도에 병상수급 관리계획이 없는 상황을 가정한 잘못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구 위원장은 특히, 제3기 경기도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에 따르면, 2023년 8월부터 병상수급계획 수립 절차가 시작돼 2024년 1월에는 전국 병상수급 계획이 확정 및 공포된 상태로서, 해당 계획에 따르면 안양샘병원과 치매안심병원, 과천 고려대 분원의 병상이 이미 승인되었으며, 위원회는 병상 공급 과잉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해당 계획을 근거로 심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의료법 제33조 4항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개설하려는 의료기관이 병상수급 기본시책 및 관리계획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안양시의 이번 결정이 해당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양시의 이번 사태는 위원회의 심의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아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과 지자체의 판단으로 위원회의 심의결과가 무한정 번복될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 정부의 병상 관리 정책에 헛점이 노출된 것이라는 주장이 지역 의료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번 사태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병상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사전 심의 및 승인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 8월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요양병원을 포함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신설을 심의 대상에 포함해 수도권 병상 과잉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한편, 병상 과잉 문제는 비단 안양시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서 우려되는 상황인데,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2023~2027)에 따르면, 2027년까지 전국적으로 약 10만 5,000병상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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