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양 상공을 비행하는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록히드 일렉트라 10E 항공기 모습이다.※AI 제작 이미지
아멜리아 에어하트 실종 88년, 미스터리에 싸인 실종
1937년 7월 2일, 세계 일주 비행에 도전했던 선구적인 여성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가 태평양 상공에서 홀연히 사라진 사건은 역사상 가장 풀리지 않는 항공 미스터리로 기록됐다. 그녀의 실종은 8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추측과 논란을 낳으며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있다. 그녀가 남긴 용기와 도전 정신, 그리고 비극적인 실종 스토리는 전 세계인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끊임없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건 발생 87년 만인 최근, 2024년 1월 해양 탐사 기업 딥 시 비전(Deep Sea Vision)이 태평양 심해에서 에어하트의 실종 비행기, 록히드 일렉트라 10E로 추정되는 물체의 형상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기업의 CEO인 토니 로메오(Tony Romeo)는 전 미 공군 정보 장교 출신으로, 약 5,200평방마일(약 13,468㎢)에 달하는 광범위한 해저 지역에서 90일간 정밀 음파 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하울랜드섬 서쪽 약 100마일(약 160km) 떨어진 수심 약 5,000미터(16,000피트) 지점에서 비행기 형태와 흡사한 왜곡된 이미지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로메오는 포착된 이미지가 록히드 일렉트라의 고유한 쌍둥이 꼬리(twin tail)와 동체 구조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전 세계적인 수색 작업과 갖가지 가설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
과연 이 미지의 형체가 전설적인 여성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마지막 흔적일까? 만약 그렇다면, 인류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 정신과 함께 사라진 그녀의 이야기는 새로운 장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진실이 밝혀진다면, 항공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미스터리 중 하나가 드디어 해결되는 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그 안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전 세계의 시선이 태평양 심해로 향하고 있다.

희대의 미스터리,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마지막 비행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1932년 여성 최초로 대서양 단독 횡단 비행에 성공하고, 1935년에는 태평양을 단독 횡단한 최초의 인물이 되는 등 수많은 항공 기록을 세운 선구자였다. 그녀는 단순히 조종사를 넘어 여성의 사회적 한계를 뛰어넘는 상징적인 인물로 추앙받았다. 1937년 6월, 그녀는 동료이자 항법사인 프레드 누난(Fred Noonan)과 함께 록히드 일렉트라 10E(Lockheed Electra 10E) 비행기를 타고 세계 일주 비행이라는 꿈의 도전에 나섰다.
이 대담한 도전은 여성으로서 항공 분야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하는 그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세계 일주 비행의 약 3분의 2 지점을 성공적으로 비행한 후, 에어하트와 누난은 마지막 목적지인 태평양 중부의 작은 암초 섬 하울랜드섬(Howland Island)으로 향했다. 그러나 연료 고갈과 악천후, 그리고 항법 문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울랜드섬 부근에서 마지막 교신을 남긴 뒤 그녀의 비행기는 태평양 상공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
당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지시로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 작업을 벌였다. 함선과 항공기 수십 대가 동원돼 64개 섬과 25만 평방마일(약 64만㎢)에 달하는 해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그 어떤 비행기 잔해도, 에어하트와 누난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아 실종 원인을 둘러싼 의문은 더욱 깊어졌다. 이로 인해 에어하트의 행방은 단순한 비행기 실종을 넘어, 20세기 가장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중 하나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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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이어진 다양한 실종 가설들
에어하트 실종 이후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가설이 제기됐다. 가장 합리적이고 널리 받아들여지는 가설은 연료 고갈이나 기체 결함으로 인한 태평양 추락사다. 당시 항법 기술의 한계와 비행 중 겪었을 연료 부족은 광활한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비행기가 추락했을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시신이나 비행기 잔해가 발견되지 않아 이 가설 역시 확정되지 못했다.
또 다른 유력 가설은 ‘니쿠마로로 가설’이다. 국제 역사 항공기 복구 그룹(TIGHAR, The International Group for Historic Aircraft Recovery)은 에어하트와 누난이 하울랜드섬에서 남동쪽으로 약 350마일(약 560km) 떨어진 무인 산호섬 니쿠마로로(Nikumaroro, 당시 명칭 가드너섬)에 불시착하여 생존했으나 결국 표류하다 사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940년 영국 조사단이 니쿠마로로섬에서 발견한 유골 조각이 에어하트의 신체적 특징(키, 나이, 성별)과 일치한다는 법의학적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섬에서는 여성용 신발, 항공기 부품, 1930년대 미국의 유리병 등 당시 에어하트가 소지했을 법한 유물들이 발견돼 이 가설에 큰 힘을 실었다. TIGHAR은 에어하트가 비상 착륙 후 섬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생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결정적인 증거(DNA 일치 등)는 확보되지 않아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 외에도 일본군에 의한 피랍 또는 스파이 활동 등 음모론적 가설들도 꾸준히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에어하트가 미국 정부의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다 일본군에게 붙잡혔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신뢰할 만한 증거가 극히 부족하거나 조작된 정보에 기반한 경우가 많아 학계에서는 거의 인정되지 않았다. 이 모든 가설은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해 단지 추측으로만 머물렀고, 실종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굳어지는 듯했다.

딥 시 비전, 새로운 단서로 미스터리 종지부 찍나?
2024년 1월, 해양 탐사 기업 딥 시 비전은 태평양 심해에서 에어하트 실종 사건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자체 개발한 첨단 수중 음파 탐지기 ‘Hugin 6000 AUV(자율 수중 비행체)’를 이용해 약 5,000미터(16,000피트) 깊이의 해저에서 비행기 형태로 추정되는 물체의 형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딥 시 비전의 CEO 토니 로메오는 전 재산을 투자해 이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2023년 9월부터 12월까지 90일간 괌 해역을 중심으로 약 13,468㎢에 달하는 광활한 해저 지역을 탐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하울랜드섬 서쪽 약 160km 해상에서 포착된 음파 이미지들이 록히드 일렉트라 10E 비행기의 크기(길이 약 12미터, 날개 폭 약 16미터)와 형태(특히 쌍둥이 꼬리 디자인)와 놀랍도록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로메오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비행기의 고유한 윤곽선 뿐만 아니라, 날개와 꼬리 부분의 손상된 형태까지 식별할 수 있었다”며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에어하트의 비행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심지어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파편들이 주변에 흩어져 있는 모습까지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 이미지가 실제 에어하트의 비행기로 최종 확인된다면, 이는 항공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미스터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가히 혁명적인 발견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의 신중한 접근과 향후 과제
딥 시 비전의 주장에 대해 해양 탐사 및 항공 역사 전문가들은 기대와 함께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심해 환경에서 음파 탐지기로 포착된 이미지는 해양 지형, 수온, 염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왜곡될 수 있으며, 비행기 외의 다른 물체나 지형적 특징이 유사한 형태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에어하트의 비행기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발견됐다가 결국 다른 것으로 판명된 사례가 많아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을 경계한다. 해양 고고학자들은 “음파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최종 확인을 위해서는 잠수정을 이용한 시각적 검증과 정밀 분석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과제는 심해 환경의 가혹한 조건으로 인해 극도로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심 5,000미터는 태양광이 전혀 닿지 않고 수압이 엄청나며 온도는 거의 0도에 가까운 극한의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정밀 탐사 장비를 운용하고 만약 비행기 잔해가 발견될 경우 이를 인양하는 것은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물체가 실제로 에어하트의 비행기로 확인된다면, 이는 단순한 역사적 유물의 발견을 넘어, 인류의 탐험 정신과 기술 발전이 마침내 오랜 미스터리를 풀어낸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확한 식별을 위해서는 비행기의 일련번호나 고유 부품 등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전 세계의 이목이 이 심해 속 발견의 진실에 집중되고 있다.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실종은 단순한 비행기 추락 사고를 넘어, 여성의 한계에 도전한 용기 있는 정신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류의 끊임없는 탐구 정신을 상징하는 역사적 아이콘으로 남아있다. 딥 시 비전의 이번 발견은 이 87년 묵은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지만, 최종적인 확인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는 날, 우리는 한 비행사의 마지막 여정에 대한 진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미지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는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될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미지의 탐구에 대한 인류의 영원한 갈증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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