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몬드 감정 부재 시대의 인간성을 탐구하다
손원평 작가가 2017년에 선보인 장편소설 ‘아몬드’는 출간 직후부터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문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작품은 편도체 이상으로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 윤재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우리가 흔히 ‘정상’이라 여기는 감정의 영역과 그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공포나 슬픔 같은 보편적인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불행과 비극 앞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하며, 이는 독자들에게 인간 본연의 감정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부재할 때 삶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깊이 사유하게 한다.
윤재의 특별한 성장은 단순히 개인적인 변화를 넘어선다. 소설은 폭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세상 속에서 그가 겪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감정의 미묘한 결을 배우고 ‘사람답게’ 사는 법을 익혀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윤재는 비정상적인 폭력성을 지닌 곤, 따뜻한 심리학자 심박사, 그리고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도라 등 다양한 인물들과 얽히며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를 경험한다.
‘아몬드’는 단지 성장담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상실과 고통으로 가득 찬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인간다움’과 ‘공감’의 가치를 역설한다. 감정 없는 소년의 시선을 통해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가치를 탐색하는 이 소설은 과연 당신에게 어떤 감정을 일깨울까?

감정 없는 소년, 윤재의 특별한 세상 인식
주인공 윤재는 편도체가 작아 공포, 슬픔, 기쁨 등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희소병인 ‘아마이그달라’를 앓는다. 이러한 상태는 그를 세상과 분리시키는 장벽으로 작용했지만, 동시에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를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제공한다.
그는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모두 잃었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이러한 윤재의 반응은 독자들에게 ‘감정’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적인 요소인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의 감정 부재는 주변 인물들에게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상으로, 때로는 특별한 관심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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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변화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 윤재의 삶에 비정상적인 폭력성을 지닌 곤이 등장하면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시작됐다. 곤은 거친 언어와 폭력을 통해 윤재에게 세상의 어두운 면과 날것의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았다.
윤재는 곤에게 세상의 미묘한 감정과 타인과의 공존 방식을 역으로 일깨워주며, 곤의 내면에 잠재된 인간적인 면모를 끌어낸다. 여기에 윤재의 상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심리학자 심박사, 그리고 윤재에게 꾸밈없는 호감을 보이는 도라와 같은 인물들이 더해지며, 윤재는 타인과의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조금씩 감정의 윤곽을 더듬어가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들은 윤재에게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감정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길잡이가 된다.

인간다움과 공감 능력의 재정의
‘아몬드’는 윤재의 성장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 본연의 감정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소설은 감정이 없는 윤재가 역설적으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는 감정이 풍부하다고 자부하는 현대인들이 오히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역설적인 현실을 꼬집는 듯하다.
폭력과 고통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도 윤재가 사랑과 우정,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은 상실의 시대에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인간다움의 가치를 다시금 강조한다. 소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이야기가 오히려 우리에게 가장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공감과 소통의 메시지
이 소설은 감정의 부재를 다루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공감과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윤재는 감정 학습을 통해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성장을 넘어,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어떻게 타인과 유대하고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은유로 작용한다.
‘아몬드’는 독자들에게 각자가 가진 감정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며 진정한 의미의 관계를 맺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윤재의 성장은 우리 모두가 겪는 삶의 여정 속에서 감정적 교류와 이해가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깨닫게 한다.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담을 통해 인간 본연의 감정,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진정한 ‘인간다움’의 의미를 깊이 탐색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감정의 본질과 사회적 공감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윤재가 결국 감정의 미로를 헤치고 나가듯, 우리는 이 소솝을 통해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타인의 온기를 찾아 나서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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