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생 원인은? 암, 외부 침입 아닌 ‘우리 자신의 반란’: 정상 세포의 통제 불능 증식 메커니즘
오랫동안 인류는 암을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나 독성 물질에 의한 질병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마치 몸 밖에서 들어온 악성 세력과 싸우는 전쟁처럼 암을 묘사하곤 했다. 그러나 현대 의학이 밝혀낸 암의 본질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암은 외부에서 침입한 병균이 아니라,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정상 세포의 DNA에 돌연변이가 생겨 통제 불능 상태로 증식하는 ‘우리 자신의 반란’이다. 이 근본적인 이해는 암을 바라보고 치료하는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암은 세포 분열을 조절하는 유전 정보가 손상되면서 시작된다. 우리 몸의 세포는 필요할 때만 분열하고, 손상되거나 노화되면 스스로 사멸하는 정교한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흡연, 방사선, 화학 물질, 만성 염증, 그리고 단순히 세포 분열 과정에서의 복제 오류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DNA에 손상이 축적된다. 대부분의 손상은 즉시 복구되지만, 복구 시스템마저 실패할 경우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세포 통제 시스템의 붕괴: 암 유전자와 종양 억제 유전자
암 발생의 핵심은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암 유전자(Oncogene)’와 세포 분열을 억제하고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는 ‘종양 억제 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 사이의 균형이 깨지는 데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이 두 유전자가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처럼 작용하며 세포 증식을 정밀하게 조절한다.
그러나 암이 진행될 때, 암 유전자는 과도하게 활성화돼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채 고장 난 상태가 된다. 동시에 종양 억제 유전자는 기능을 상실하여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종양 억제 유전자인 p53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손상된 DNA를 가진 세포가 사멸하지 않고 무한 증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통제력을 잃은 세포는 주변 조직을 침범하고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본격적인 ‘반란’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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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의 진화적 특성: 내부의 적이 만드는 복잡성
암을 외부 침입자가 아닌 내부의 반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암세포가 우리 몸의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특성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이다. 암세포는 면역 체계의 감시를 회피하는 능력을 학습하며, 주변 환경을 조작하여 스스로에게 유리한 생존 환경(예: 신생 혈관 생성)을 만든다. 이는 마치 내부에서 발생한 세력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이러한 진화적 복잡성 때문에 암은 단일 질병이 아니라 수많은 아형을 가진 질환군으로 분류된다. 환자마다 암세포가 가진 돌연변이의 종류와 조합이 다르며, 이는 곧 치료 반응의 차이로 이어진다. 따라서 암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개별 암세포가 어떤 유전적 특성을 가졌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정밀 의학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홍성수 비에비스나무병원 병원장은 “암을 우리 몸의 일부가 변질된 ‘내부의 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치료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단순히 암세포를 죽이는 것을 넘어, 암세포가 왜 통제를 잃었는지 그 유전적 배경을 파악하고, 면역 시스템을 재교육하여 내부의 반란을 진압하는 방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라고 강조했다.

치료 패러다임의 혁신: 정밀 의학과 면역항암제의 등장
암이 ‘우리 자신의 반란’이라는 이해는 표적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같은 혁신적인 치료법의 등장을 이끌었다.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의 특정 돌연변이 단백질만을 정밀하게 공격함으로써 정상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한다. 이는 반란을 일으킨 특정 세력의 약점을 정확히 겨냥하는 전략이다.
더 나아가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다시 ‘외부의 적’이 아닌 ‘변질된 자기’로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돕는다. 암세포는 면역 관문 수용체를 통해 면역 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데, 면역항암제는 이 회피 기제를 차단하여 면역 시스템이 내부의 반란을 스스로 진압하게 만든다. 이러한 치료법들은 암을 단순히 제거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몸의 통제 시스템을 복구하고 재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방의 중요성: DNA 손상 최소화가 핵심
암이 DNA 돌연변이의 축적에서 시작되는 ‘우리 자신의 반란’이라는 사실은 예방의 중요성을 극대화한다. 암 예방은 결국 DNA 손상을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을 최소화하고,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금연,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은 DNA 손상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또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돌연변이가 통제 불능 상태로 발전하기 전, 초기 단계의 반란을 조기에 진압하는 것이 현대 의학의 주요 목표다. 암을 외부의 침입이 아닌 내부의 오류로 이해할 때, 우리는 암과의 싸움에서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닌, 능동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통제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홍 병원장은 암을 ‘내부의 반란’으로 이해한 것이 면역항암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며, 이는 우리 몸의 통제 시스템인 면역 세포에게 암세포를 재인식시켜 내부에서부터 근본적인 진압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치료 패러다임의 혁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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