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등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결정, 의정 갈등 해소의 신호탄 될까
의료계 최대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가 여야의정 협의체(이하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8개월간 이어져 온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해결될지 주목된다.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주요 의사단체 중 처음으로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2일 대한의학회와 KAMC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인한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협의체 참여 결정을 밝혔다. 이는 지난 몇 개월간 정부, 의사협회와 의료계 전반에서 벌어진 극심한 갈등을 뒤로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의미 있는 행보로 풀이된다.
대한의학회의 결단과 배경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그동안 의협 중심의 하나 된 목소리를 강조해 왔지만 진전이 없었다”며 이에 “독자적으로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며, 이번 결정이 의료계 문제 해결을 위한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번 결정이 학회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며, 다른 의사단체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의협이 주장해 온 ‘의대 정원 재논의 없이는 정부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학회가 정부와의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의료계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역시 의학회와 KAMC의 결정에 동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성근 전의교협 대변인은 “의학회와 KAMC의 결정을 존중하며,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우리도 참여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오늘 회의를 통해 참여 여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의협과 전공의 대표는 불참
그러나 의협은 여전히 협의체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은 “대한의학회와 KAMC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현시점에서 협의체 참여는 불가하다”고 분명히 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협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학회가 총대를 멘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임현택 의협 회장이 의대 증원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불신임 움직임까지 보여지는 등 복잡, 미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정치권과 정부, 환영의 뜻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한의학회와 KAMC의 협의체 참여를 환영하며 “향후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번 참여 결정이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하고, 의료시스템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다른 의료단체들의 추가 동참을 촉구했다.
정치권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의료 갈등을 해결할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국민 입장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 마련을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갈등
하지만 의료계와 정부 간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교육부는 오늘(23일) 오후 입장을 내 대한의학회와 KAMC의 협의체 참여 결정에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 가능성은 열어두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대입 수시 전형 상황에서는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의학교육 인증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를 요구하는 대한의학회와 KAMC와의 갈등도 변수로 남아 있다. 의평원과 의료계는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한의학회와 KAMC의 협의체 참여 결정은 의료계 내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의협과 전공의 단체가 여전히 불참 의사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협의체가 의료계 전체를 대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 또한 사실이다. 또한, 의대 정원 증원 문제와 교육부의 입장 차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 협의체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각 단체들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의료계와 정부 간의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오랜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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