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부조직 육종,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나?
우리 몸의 부드러운 부분, 즉 연부조직에서 발생하는 희귀암인 연부조직 육종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질병이다. 근육, 지방, 혈관, 신경 등 몸의 다양한 연부조직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종류와 특성이 매우 다양하다.
이 글에서는 연부조직 육종이 무엇인지,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는지, 그리고 왜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한지에 대해 쉽고 자세히 설명한다.

연부조직 육종의 정체와 발생 원인
연부조직 육종은 우리 몸의 ‘연부조직’이라고 불리는, 근육이나 지방, 섬유 조직, 혈관, 신경 등 부드러운 부위에서 시작되는 악성 종양을 뜻한다. 이는 마치 과일의 여러 품종처럼 50가지가 넘는 다양한 아형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로 100가지 이상의 아형으로 세분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방에서 생기는 지방육종, 근육에서 생기는 평활근육종, 섬유 조직에서 생기는 섬유육종 외에도 미분화 다형육종(UPS), 활액육종, 혈관육종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아형은 마치 사람마다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질병의 진행 양상이나 치료 반응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아직 정확한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특정 유전적 요인, 특정 화학 물질에 노출된 이력, 과거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험, 또는 일부 바이러스 감염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리프라우메니 증후군(Li-Fraumeni syndrome), 신경섬유종증 1형(Neurofibromatosis type 1), 가드너 증후군(Gardner syndrome) 등이 육종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화학물질, 예를 들어 제초제나 비소, 염화비닐 등에 직업적으로 노출됐던 이력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과거 다른 암 치료를 위해 받은 고선량 방사선 치료가 수년에서 수십 년 후 연부조직 육종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는 인간 헤르페스 바이러스 8형(HHV-8)과 관련된 카포시 육종처럼 일부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연부조직 육종은 특별한 원인 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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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증상과 정확한 연부조직 육종 진단 과정
초기 연부조직 육종은 대부분 통증 없이 몸에서 덩어리(종괴)로 만져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단순한 혹으로 오해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그러나 덩어리가 계속 커지거나 통증이 동반될 때, 혹은 몸 안쪽 깊숙한 곳에서 발생해 주변 신경이나 혈관을 압박하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5cm 이상으로 커진 종괴는 육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깊숙한 곳에 위치하거나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에도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신경 압박 시에는 저림, 마비, 통증이 유발될 수 있고, 혈관 압박 시에는 부종이 동반되기도 한다.
진단은 먼저 의사가 직접 촉진하여 덩어리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X-ray, CT(컴퓨터 단층 촬영), MRI(자기 공명 영상) 같은 영상 검사를 통해 종양의 정확한 위치, 크기, 그리고 주변 조직으로 퍼진 정도를 파악한다. X-ray는 주로 뼈 침범 여부를 확인하는 데 사용되며, CT는 종양의 전반적인 형태와 특히 폐 전이 여부 확인에 필수적이다. MRI는 연부조직 종양의 해부학적 위치, 주변 신경 및 혈관과의 관계를 가장 자세히 평가하고, 수술 전 계획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PET-C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가 전신 전이 여부 확인 및 종양의 악성도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종 확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 이 조직 검사는 주로 침생검(core needle biopsy) 방식을 사용하며, 육종의 ‘품종’인 아형과 그 ‘성질’인 악성도를 정확히 밝혀내어, 앞으로 어떤 치료를 진행할지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숙련된 병리과 의사의 판독이 핵심이며, 경우에 따라 분자유전학적 검사가 동반돼 특정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연부조직 육종 치료, 수술부터 첨단 요법까지
연부조직 육종 치료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수술을 통한 종양 제거다. 암 조직을 가능한 한 넓고 깨끗하게 절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를 광범위 절제술(wide local excision)이라 하며, 종양과 주변의 정상 조직 일부를 함께 제거하여 재발률을 낮춘다. 종양의 크기나 위치, 악성도, 주변 조직 침범 여부에 따라 수술 전후로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한다. 과거에는 사지 육종의 경우 절단 수술이 흔했지만, 최근에는 기능 보존을 위한 사지보존술이 주를 이룬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 전에 종양의 크기를 줄여 수술을 용이하게 하거나(선행 방사선 치료), 수술 후 남아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제거하고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사용된다(보조 방사선 치료). 첨단 방사선 치료 기술인 3D 입체 조형 방사선 치료,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IMRT), 양성자 치료 등이 적용돼 주변 정상 조직에 대한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종양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한다. 항암화학요법은 주로 다른 장기로 전이된 육종이나 수술이 어려운 경우, 또는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에게 적용된다. 독소루비신(doxorubicin), 이포스파미드(ifosfamide) 등이 대표적인 약제로, 단독 또는 병합 요법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특정 암 유전자의 변이를 표적으로 삼는 ‘표적 치료제’의 개발도 활발하다. 파조파닙(pazopanib)은 진행성 연부조직 육종의 다양한 아형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다중 키나제 억제제다. 또한, 에리불린(eribulin)은 지방육종에, 트라벡테딘(trabectedin)은 지방육종 및 평활근육종에 각각 특정 효능을 보여 임상에서 활용된다. 종양의 분자 프로파일링을 통해 KIT, PDGFRB, NTRK 융합 유전자와 같은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이에 맞는 맞춤형 표적 치료제가 적용될 수 있다. 면역 치료제인 면역관문억제제(예: PD-1/PD-L1 억제제)는 아직 연부조직 육종 전체에 대한 광범위한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일부 아형(예: 미분화 다형육종)이나 특정 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에서 유의미한 반응이 보고되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다학제적 접근: 연부조직 육종 치료의 성공 열쇠
연부조직 육종은 그 특성상 진단과 치료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희귀암이다. 종양의 아형, 크기, 악성도, 전이 여부에 따라 5년 상대 생존율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체 5년 상대 생존율은 약 60~65% 수준으로 보고되지만, 국소화된 초기 병변의 경우 80% 이상, 국소 진행성 병변은 50~60%, 원격 전이가 있는 경우 10~20%대로 급격히 낮아진다. 따라서 정형외과(사지 육종), 외과(체간 및 복강 내 육종),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분야의 핵심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다학제 진료’가 필수적이다. 이는 마치 올림픽 국가대표팀이 감독, 코치, 트레이너, 의료진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협력으로 최적의 전략을 짜는 것과 같다.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 개개인의 상태, 종양의 분자생물학적 특징까지 고려한 가장 적합한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연부조직 육종 치료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는 핵심 진료과 외에도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한다. 육종 치료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므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잘 갖춰진 육종 전문 센터나 고도의 전문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것이 환자의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처럼 연부조직 육종은 우리 몸의 연부조직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악성 종양이다. 통증 없는 덩어리로 시작해 철저한 진단 과정을 거쳐야 하며, 수술을 기반으로 방사선, 항암, 표적 치료, 면역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병행하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협력이 중요한 다학제 진료는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줄 열쇠가 된다. 연부조직 육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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