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 섬의 머니핏: 200년간의 보물찾기, 현대 과학도 풀지 못한 난제
1795년, 캐나다 노바스코샤 해안의 작은 오크 섬에 발을 디딘 세 명의 젊은이가 있었다. 그들은 섬의 동남쪽에서 수상한 함몰 지점을 발견했다. 그곳은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파놓은 듯한 완벽한 원형 구덩이였으며, 주변의 오래된 참나무 가지에는 도르래를 걸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단순한 구덩이가 아니었다. 이는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목숨과 천문학적인 자본을 집어삼킨, 인류 역사상 가장 집요하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바로 ‘오크 섬의 머니핏(Money Pit)’이었다.
이 전설적인 보물 구덩이는 해적의 금화부터 템플 기사단의 성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가장 은밀한 보물이 묻혀있다는 환상으로 탐험가들을 끊임없이 유혹해왔다. 과연 이 구덩이 속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으며, 왜 현대의 최첨단 기술로도 그 비밀을 파헤칠 수 없는 것일까?

최초의 발견과 설계된 미스터리
머니핏의 역사는 1795년, 다니엘 맥기니스(Daniel McInnis)에 의해 시작됐다. 맥기니스는 친구들과 함께 이 구덩이를 파내려가기 시작했고, 곧 이 구덩이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3미터 깊이마다 참나무로 만든 단단한 플랫폼이 발견됐고, 9미터 지점에서는 석판이 나왔다. 탐사대는 27미터 지점까지 도달했을 때, 돌에 새겨진 알 수 없는 상형문자를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이 문자는 이후 해독가들에 의해 ‘40피트 아래에 200만 파운드가 묻혀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됐지만, 그 진위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지하 구조물은 단순한 해적의 은닉처라기보다는, 고도의 지식과 자본을 가진 집단이 비밀을 영원히 지키기 위해 만든 건축물이라는 추측에 힘을 실어줬다.
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우주의 순환, 수입억 년의 서사
탐사대를 좌절시킨 ‘부비 트랩’의 실체
머니핏 탐사가 본격화된 1800년대 초, 탐사대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30미터 깊이에 도달했을 때, 구덩이는 갑자기 바닷물로 가득 차버렸다. 이는 오크 섬의 해안선을 따라 정교하게 설계된 ‘홍수 터널’이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이 터널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으며, 바닷물이 머니핏 내부로 유입되도록 설계돼 보물에 접근하려는 모든 시도를 무력화했다.
탐사대는 이 물을 빼내기 위해 수많은 펌프와 보조 구덩이를 팠지만, 물이 빠지는 속도보다 바닷물이 유입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 정교한 방어 시스템은 머니핏이 단순한 보물창고가 아니라, 고대 엔지니어링의 정수가 담긴 일종의 지하 금고임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수많은 탐사대가 이 홍수 터널을 차단하려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며 좌절을 맛봤다.

템플 기사단부터 셰익스피어까지: 끝없는 이론
머니핏에 무엇이 묻혀있는지에 대한 이론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대중적인 설은 17세기 해적 윌리엄 키드(Captain William Kidd)가 약탈한 보물을 숨겼다는 해적설이다. 그러나 구덩이의 복잡한 구조와 고도의 공학적 설계는 단순한 해적의 작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가장 매혹적인 이론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템플 기사단설’이다. 14세기 초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의 탄압을 피해 도주한 템플 기사단이 자신들의 가장 신성한 유물인 성배나 언약궤를 이곳에 숨겼다는 주장이다. 오크 섬 주변에서 발견된 로마 시대의 유물과 십자가 모양의 돌 등은 이 이론에 신비로운 무게를 더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이론은 프랜시스 베이컨 경이 셰익스피어의 원고와 철학적 비밀을 이곳에 봉인했다는 설이다. 이처럼 머니핏은 단순한 재물의 구덩이가 아니라, 역사적 미스터리의 집합체가 됐다.
현대 탐사의 진화와 좌절
20세기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머니핏 탐사는 고전적인 삽질이 아닌 최첨단 기술의 경연장이 됐다. 1970년대에는 시추공을 이용한 카메라 탐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나무 상자, 인간의 뼈, 그리고 알 수 없는 금속 조각 등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 발견물들은 홍수 터널의 재작동이나 붕괴로 인해 회수되지 못하거나, 그 진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리클랑 형제를 중심으로 한 탐사팀이 굴착기, 수중 카메라, 음파 탐지기 등 현대 과학 기술을 총동원해 머니핏의 비밀을 파헤치려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머니핏 외에도 섬 전체에 걸쳐 수많은 인공 구조물과 이상 징후를 발견했지만, 보물 자체에 도달하는 결정적인 성공은 아직 거두지 못했다. 탐사 비용은 이미 수천억 원을 넘어섰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탐험가가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머니핏은 보물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요구하는 듯한 저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머니핏이 남긴 것: 보물 이상의 가치
오크 섬의 머니핏은 단순한 보물찾기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인간의 호기심, 불굴의 의지, 그리고 역사적 미스터리에 대한 영원한 탐구 정신을 상징한다.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 매료됐고, 이는 머니핏이 물리적인 보물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방증한다.
설령 머니핏의 바닥에 금화나 성배가 없다고 해도, 그 구덩이를 파고들어 가며 인류가 보여준 집념과, 그 과정에서 밝혀진 고대 공학 기술의 흔적 자체가 이미 귀중한 역사적 유산이 됐다. 머니핏은 우리에게 ‘미지의 것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강력하며, 그 욕망이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왔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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