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승규 원장, 요양병원 우리 모두의 정거장, 요양병원을 ‘희망의 정거장’으로 바꿔야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장기 요양 시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 의료 시설은 여전히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부정적인 공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편견 속에서 내과 전문의이자 요양병원 병원장인 지승규 병원장이 요양병원의 본질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서적을 출간해 주목받고 있다.
『요양병원, 우리 모두의 정거장』은 지 원장이 전남제일요양병원을 운영하며 적자 구조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환자 중심의 전문적인 케어 시스템을 구축한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철학을 담고 있다. 지 원장은 시설을 단순히 치료가 끝나는 곳이 아니라, 다음 단계의 삶 또는 존엄한 마무리를 준비하는 ‘환승 지점’으로 새롭게 정의한다.
이 책은 의료인의 진료 태도, 간호 시스템의 질서, 말기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프로그램, 그리고 감염 관리와 조직 문화 혁신에 이르기까지, 요양병원의 모든 운영 층위를 세밀하게 분석했다. 이는 의료 현장에 종사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노부모를 모시거나 미래의 돌봄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마침표’에서 ‘쉼표’로의 패러다임 변화
대부분의 대중은 장기 요양 시설을 삶이 멈추는 곳, 즉 ‘종착역’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지승규 원장은 이러한 인식을 단호히 거부하고, 요양병원을 ‘삶과 죽음, 환자와 가족, 현재와 미래가 교차하는 정거장’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새로운 정의는 시설의 역할을 단순한 연명 치료를 넘어, 환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적인 존엄성을 유지하며 다음 여정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적인 쉼터로 확장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환자 개개인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개별성’이다. 회진 시 의료진의 태도부터 환자의 식사 습관을 통해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세심한 관찰까지, 모든 진료 과정이 지식 전달이 아닌 환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의료가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전인적인 치유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저자의 소명 의식에서 비롯됐다.
의료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의 결합
지승규 원장은 내과 전문의로서의 임상 경험뿐만 아니라, 병원 경영자로서의 통찰력도 함께 발휘했다. 개원 초기 겪었던 정책적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전남제일요양병원을 안정적인 흑자 구조로 전환시킨 경험은, 윤리적인 돌봄과 재정적 지속 가능성이 양립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그는 병원 운영을 ‘의료’, ‘경영’, ‘사회 활동’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특히 감염관리와 조직문화 혁신은 병원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이 어떻게 안전한 환경을 지키고 의료의 질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는 장기 요양 시설이 공공의 책임을 다하면서도 전문직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간 존엄을 지키는 세밀한 돌봄의 현장
이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 중 하나는 환자의 ‘마지막 소원’을 실현하는 호스피스 및 사별 가족 돌봄 프로그램이다. 저자는 말기 환자들이 ‘사진 한 장 남기기’, ‘고향 땅 밟아보기’와 같은 소박한 바람을 가질 때, 의료진이 이를 단순한 요청이 아닌 삶의 의미를 완성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환자 곁을 지키는 모든 직원의 ‘조용한 손길’이 병동의 질서를 유지하고 환자의 회복 여정을 기록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다학제적 접근은 환자의 신체적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안녕까지 포괄하는 전인치유의 실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래 의료 시스템을 위한 정책적 제언
지 원장은 대한요양병원협회, 대한병원장협의회 등 의료계 공적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요양병원이 겪는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미비점을 해소하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요양병원이 급성기 치료 후 환자의 회복과 전문 재활을 담당하는 의료 연속성의 중요한 고리임을 강조하며, 정책 입안자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
이 책은 요양병원이 전문적인 의료와 돌봄이 결합된 필수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시설 선택의 안내서가 되며, 의료 종사자에게는 헌신과 위로를 주는 동료의 격려가 되는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가 돌봄의 가치를 재고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다.
이처럼 『요양병원, 우리 모두의 정거장』은 의료 현장의 실제적 어려움과 윤리적 고민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도, 인간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 철학을 굳건히 제시한다. 이 기록은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한국 사회가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할 ‘돌봄의 질’과 ‘생명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지 원장의 통찰은 요양병원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희망을 잇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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