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는 회전한다? 현대 우주론의 금기를 깨는가?
수십 년간 우주론의 가장 확고한 전제 중 하나는 우주가 거시적인 규모에서 모든 방향으로 동일하다는 ‘등방성’과 균일하게 분포한다는 ‘균질성’이었다. 이른바 우주론 원리에 기반한 이 가정은 빅뱅 이론부터 현재의 람다-CDM 모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론의 근간을 이뤘다. 만약 우주가 회전하고 있다면, 특정 방향으로의 회전축이 존재해야 하므로 이러한 등방성 원리가 깨지게 된다. 이는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발견이 될 터였다.
특히 우주 탄생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우주배경복사(CMB) 관측은 우주의 등방성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여겨져 왔다. COBE, WMAP, 그리고 최신 플랑크 위성까지, 이들은 우주배경복사가 거의 완벽하게 균일하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이는 우주가 특정한 회전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주류 학계의 견해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러나 과학은 언제나 의문에 답을 찾고, 때로는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는 미세한 실마리를 포착한다. 최근 들어 일부 학자들은 특정 관측 데이터에서 미묘한 불균형이나 예상치 못한 패턴을 발견했으며, 이는 우주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미세하게 회전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낳고 있다. 과연 이 논란의 심장에 자리 잡은 ‘우주는 회전한다?’는 질문, 그 최신 연구 결과는 무엇일까?

우주론의 근본 가정과 그 파급력
현대 우주론의 주춧돌은 ‘우주론 원리’로, 이는 우주가 충분히 큰 규모에서 모든 방향으로 동일하게 보이고(등방성), 어느 위치에서 관측하더라도 동일한 특성을 지닌다는(균질성) 가정을 포함한다. 이러한 원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결합하여 빅뱅 이론의 토대가 됐고, 우주의 팽창, 우주배경복사의 존재, 경원소 형성 비율 등 다양한 관측적 사실들을 성공적으로 설명해냈다.
만약 우주가 실제로 회전하고 있다면, 특정 방향으로의 회전축이 존재할 것이므로 우주는 등방적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틀, 즉 우주론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을 의미한다. 단순히 하나의 가설이 뒤집히는 것을 넘어, 수십 년간 축적된 방대한 관측 데이터와 이론적 틀 전체를 재검토해야 할 만큼 파급력이 크다.
빅뱅 이론과 질문의 궤적
우주가 회전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자신도 우주의 정적인 모델을 고려했을 때, 외부 은하들의 움직임에 대한 대안적 설명을 모색하며 우주의 회전을 상상한 바 있다. 특히 1949년 쿠르트 괴델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회전하는 우주’ 해를 발견하기도 했는데, 이 모델에서는 시간 여행까지 가능한 기이한 특성을 보여 우주론자들에게 큰 흥미를 안겨줬다. 그러나 이러한 괴델의 우주는 관측되는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지 못했고, 우주배경복사 등 현대 우주론의 핵심 증거들과도 일치하지 않아 주류 이론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이후 20세기 후반 우주배경복사의 발견과 정밀한 관측은 우주의 등방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입증하며 ‘우주는 회전한다?’는 질문을 주변부로 밀어냈다.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는 전 하늘에 걸쳐 거의 균일하게 분포하며, 극히 미세한 온도 차이만이 존재한다. 이 미세한 불균일성은 초기 우주의 양자 요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며, 거시적인 회전 운동의 증거로 보기는 어려웠다. 덕분에 주류 과학계는 우주가 전체적으로는 회전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미세한 불균형, 주장의 근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회전한다?’는 질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WMAP 위성 데이터에서 발견된 ‘이상 축(Axis of Evil)’과 같은 일부 우주배경복사 비등방성 문제는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는 우주배경복사의 특정 패턴이 태양계의 특정 방향과 이상하게 정렬된 것처럼 보이는 현상으로, 일각에서는 우주가 아주 미세하게 회전하거나 또는 다른 종류의 선호 방향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이 현상은 통계적 우연이거나 측정 오차, 혹은 우리은하의 전경 효과(foreground effect)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주류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최근 2020년대 들어 일부 연구진들은 우주 대규모 구조의 특정 배열이나 은하들의 자전축 선호 방향 등을 분석하여, 여전히 작은 규모에서든 거시적인 규모에서든 우주에 미세한 비등방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주류 학설은 아니지만, 우주론 원리에 대한 끊임없는 검증의 일환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미래 관측과 논쟁의 향방
현재와 미래의 우주 관측 프로젝트들은 ‘우주는 회전한다?’는 질문에 더욱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우주국의 유클리드 망원경이나 미국의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 망원경과 같은 차세대 우주망원경들은 우주의 대규모 구조, 즉 은하들의 분포와 움직임을 훨씬 더 정밀하게 매핑할 것이다. 이 데이터는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은하들이 어떻게 분포하고 움직이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여, 미세한 회전 신호나 다른 종류의 비등방성 증거를 찾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또한, 초정밀 우주배경복사 관측을 위한 미래 임무나 중력파를 통한 우주 연구 역시 우주의 근본적인 대칭성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첨단 기술들은 이전에는 감지할 수 없었던 미세한 효과들을 포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이는 ‘우주는 회전한다?’는 오랜 질문에 대한 종지부를 찍거나, 혹은 완전히 새로운 우주 모델을 열어젖힐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는 회전한다?’는 질문은 현대 우주론의 견고한 기반인 우주론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자, 동시에 과학적 탐구의 무한한 영역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주제다. 현재까지의 가장 정밀한 관측 데이터들은 우주가 거시적인 규모에서 회전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과학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발견을 통해 진보해왔다. 앞으로의 수많은 관측과 연구는 이 오랜 질문에 대한 최종적인 답을 제공할 것이며, 이는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연 우주에 숨겨진 비밀이 드러날 그 날이 언제일지,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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