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과대학 입학정원 변동 과정, 역사적 고찰을 담은 정책현안분석 발간
정부는 지난 2024년 2월 6일,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하기로 확정 발표했는데, 이 과정에서 “지난 2000년대 초 의약분업 도입 이후 의료계 달래기용으로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감축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당시의 입학정원 감축은 의약분업 도입에 따른 의료계 달래기용이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의과대학 신·증설 문제와 의학교육의 부실 문제에 기인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원장 안덕선. 이하 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변동과정에 대한 역사적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1981년의 졸업정원제 시행, 1981년부터 1996년까지의 15개 의과대학 무더기 신설을 그간의 의대정원 증원 관련한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로 인한 의학교육 부실 문제의 원인으로 보았다.
우선 1981년 갑작스럽게 시행된 졸업정원제로 의과대학들은 졸업정원의 30%를 증원하여 학생을 모집하게 되었으나, 정작 교육환경을 정비할 시간은 불과 6개월에 그쳐, 부실한 교육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참고로 졸업정원제는 학과별 또는 계열별로 졸업할 때의 정원을 규정하되, 입학할 때는 졸업정원의 30%를 증원 모집하고, 증원된 학생은 강제로 중도 탈락시키도록 규정한 정책이었다.
연구원은 1981년부터 1996년까지 진행된 15개 의과대학의 무더기 신설도 의학교육의 질을 크게 저하시켰다고 분석했다. 당시 의료계는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청와대, 국회, 교육부, 감사원 등에 의대 신설의 부당함을 탄원하였고, 1998년 7월에는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를 발족하여 의학교육 부실 위기를 해결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1994년~1998년까지 5년간 9개의 의과대학이 단기에 인가된 것에 대해 비판을 받았고, 그에 따라 1999년 의사 등 의료인력의 장기적 공급과잉을 우려하며 의과대학 평가 강화, 신입생 모집 중지, 정원 감축 등의 조치를 시행할 방침을 밝혔으며, 이는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료계 파업과는 무관한 결정이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후 2000년 의사파업으로 신설된 국무총리 직속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는 과거 김영삼 정부 시기의 무리한 의과대학 신설 인가 문제를 함께 다루었는데, 당시 의대 입학정원 감축 결정에 대해 정부, 국책연구소, 학자 등은 모두 의과대학 입학정원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바 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원은 이처럼 과거 의과대학의 무더기 신설은 정치적·지역적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는 현재 국회에서 지역별 의대 신설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는 상황과도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원은 “의학교육의 임상 경험은 필수적이며, 의과대학 졸업 후 바로 이어지는 전공의 교육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선진국의 10년치에 해당하는 증원을 한 해에 이루려는 급진적인 계획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으며, 내년 의과대학 입학생들이 부실한 교육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또한 “우리는 이미 과거 잘못된 정책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의과대학 폐교라는 초유의 결과를 경험한 바 있다”며 “정부는 현재의 잘못된 정책 방향을 조속히 수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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