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보건소가 의료기관개설위원회 무력화, 안양 달빛어린이병원, 의료기관개설위원회 부결에도 강행
보건복지부와 안양시 동안구 보건소(이하 보건소)가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의 주요 심의 절차인 안양시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이하 위원회)의 부결 결정에도, 안양시 내 ‘달빛어린이병원’ 설립을 강행하면서 논란이 거세다.
위원회는 의료 자원 낭비를 이유로 심의 부결
달빛어린이병원은 복지부 지정으로 야간 및 휴일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지난 10월 말 달빛어린이병원의 설립안을 심의하여 과잉 공급 우려와 병상 낭비를 이유로 반대 7표, 찬성 2표, 기권 1표로 부결 결정을 내렸다.
구본상 안양시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안양시 내 소아청소년과 병상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 60병상을 도입하는 것은 의료 자원 낭비”라며 부결 이유를 밝혔다.
특히, 위원회는 달빛어린이병원 측에 병상 수를 줄여 의원급으로 설립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으나 달빛어린이병원 측은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위원회에서 부결 결정을 내린 것.
참고로 의료기관 개설 시, 지역의 의료기관개설위원회는 지역 내 의료 자원 수급을 평가하여 과잉 공급이나 의료 과소 공급을 막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의료법 제33조 4항에 따르면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또는 정신병원과 같은 병원급 규모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는 의료기관의 적절한 수급을 통해 의료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공급 과잉으로 인한 시장 왜곡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다.
보건소, 병원 설립 허가는 ‘기속재량행위’, 복지부, ‘위원회 심의 범위 벗어났다’
그러나 보건소는 위원회 심의결과가 부결임에도 불구하고 달빛어린이병원의 설립을 직권으로 허가했다. 보건소 측에서 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아동병원 및 산부인과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이 있어 허가가 가능하며, 특히 의료기관 개설 허가의 경우 법령이 정한 요건에 합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도지사는 이를 허가해야 하는 기속재량행위라는 2009년 부산지방법원 판결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안양시 달빛어린이병원의 경우 위원회의 심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복지부가 경기도지사(의료자원과장)에게 보낸 공문에 따르면 “시·도지사가 의료법에 따른 병상 수급 및 관리계획을 확정해 시행하고 있지 않다면 위원회는 계획에 적합한지 여부는 사실상 심의할 수 없다”고 적시되어 있다.
위원회, 보건소와 복지부의 달빛어린이병원 설립 허가는 절차적 정당성 결여
위원회는 복지부와 보건소가 위원회가 심의를 부결시킨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해 설립허가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구본상 위원장은 “의료기관 개설 허가는 시·도지사의 기속재량행위라는 판결은 2009년 판결”인 반면, “의료법 60조에 따라 2024년 9월 5일부터 시행된 의료기관개설위원회는 복지부의 병상 수급 계획에 대한 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며, 현재 복지부와 보건소의 해석은 관련 법령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의료법 제60조에 따른 병상 수급 및 관리 계획이 이미 11월 중 시행 예정”인 상황에서 달빛어린이병원 사안이 위원회의 심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복지부의 주장은 그 근거가 미약하다고 강조했다.
위원회 관련 법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복지부나 보건소가 위원회가 법적으로 갖는 심의 권한을 무시하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비판인 셈.
위원회의 또 다른 위원 역시 “달빛어린이병원이 위원회 심의 대상이 아니라면 애초에 위원회를 열 필요도 없었고, 심의 결과를 무시할 거면 왜 세금을 들여가며 위원회를 운영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병원들의 피해 우려와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특혜 논란
달빛어린이병원은 최소 3천만 원에서 최대 4억3천2백만원 가량의 운영비가 지원된다. 그러나 안양의 기존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병상도 다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60병상 규모의 달빛어린이병원이 들어서면 기존의 다른 병원은 경영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특히 달빛어린이병원은 운영이 어려울 경우 교통사고 환자를 수용하거나 정부의 병상 유지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는 셈이라는 논란도 존재한다.
정책 일관성, 절차적 투명성 지켜져야
안양시 달빛어린이병원은 야간 소아청소년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취지로 설립된 만큼, 정책적 필요성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병원 설립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와 기존 병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정부의 의료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복지부와 보건소의 이번 결정이 단순히 한 병원의 설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만약 위원회의 의료기관 개설 심의 절차를 무력화하는 선례로 남을 경우, 앞으로 의료기관 개설위원회의 역할은 형해화되고 실질적인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복지부와 보건소가 어떤 식으로든 의료기관 개설에 따른 절차와 원칙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정책적 일관성과 투명성을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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