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사법 리스크 해소 시급… 응급의료체계 개선 위한 의협-소방청 협력 강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소방청이 응급의료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양 기관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응급실 수용 불가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의료진의 ‘살인적인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의협과 소방청은 지난 3월 1일 세종시 소방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과 구급대원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뜻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의협 박명하 상근부회장과 소방청 김승룡 청장 직무대행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무너져가는 응급의료 및 이송체계 정상화를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양측은 응급의료 종사자에게 법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면책특례 도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자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송 시스템 개선에 협력하기로 했다.

응급의료 붕괴 원인 진단과 법적 안전망 구축 시급성
의협은 현재 응급의료 시스템이 붕괴된 핵심적인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의협은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에게 가혹한 형사 책임을 묻는 현실, 즉 살인적인 사법 리스크로 인한 필수의료 기피 현상 ▲응급실 진료를 뒷받침할 배후 진료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부재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생사를 오가는 응급 상황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 결과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는 현재의 법적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응급의료 현장의 위기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역시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겪는 어려움과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 문제가 응급환자 이송 및 수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깊이 공감했다. 양 기관은 응급의료 종사자들이 소신껏 진료 및 구급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법적 안전망, 구체적으로는 면책특례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일치시켰다. 이러한 법적 보호 장치 마련은 응급실 미수용 사태를 해결하고 필수의료 분야 인력 유출을 막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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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 환자 분산 위한 이송 시스템 개선 논의
응급실 과밀화 해소는 중증 환자의 치료 기회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의협과 소방청은 코피나 단순 열상 등 간단한 처치가 가능한 경증 환자들이 대형병원 응급실을 점유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의 이송 시스템은 경증 환자까지 권역 및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집중시켜 정작 위급한 중증 환자가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 기관은 지역 의사회와 소방본부가 협력하는 시범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 시범사업은 119 구급대가 경증 환자를 대형병원 대신 지역 내에서 신속하게 처치 가능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방안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대형병원 응급실의 부담을 덜고 응급의료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자간 협력 거버넌스 구축 및 공동 대응 약속
의협과 소방청은 이번 간담회의 논의 결과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개선 동력으로 이어가기 위해 다자간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력체에는 대한응급의학 학회 및 의사회, 그리고 보건복지부 등 응급의료 관련 주요 주체들이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이 거버넌스는 응급의료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 창구 역할을 하며, 법률 개정안 마련 및 정책 제안 등에 있어 긴밀하게 협력할 방침이다.
특히 응급의료 종사자들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 작업에 양 기관이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함으로써,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러한 다자간 협력은 응급환자 이송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선을 줄이고, 소방과 의료기관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응급환자 앞에서 소방과 의료기관은 반드시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하며, 권역 및 지역 응급의료센터가 중증 응급환자 수용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응급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현재의 응급의료 이송 시스템 문제에 대한 개선을 위해 의협과 소방청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양 기관은 응급의료 붕괴를 막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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