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각 능력, 우리가 보는 세상은 몇 가지 색일까?
당신이 방금 고른 커피 한 잔의 미묘한 갈색, 저녁 노을이 드리운 하늘의 수많은 주황빛 변주, 혹은 숲속 나뭇잎의 셀 수 없는 녹색 계열을 상상해보자. 만약 이 모든 색채가 단지 수천 가지 조합에 불과하다면 세상은 얼마나 단조로울까? 하지만 과학은 인간의 눈이 약 1,000만 가지의 다른 색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경이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이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경험하며 예술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근본적인 토대가 된다. 이 놀라운 시각 능력의 원리는 무엇이며, 1,000만 가지라는 숫자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000만 가지 색을 인지하는 삼색시(Trichromacy)의 원리
인간의 눈이 이처럼 방대한 색채 스펙트럼을 처리할 수 있는 핵심은 ‘삼색시(Trichromacy)’에 있다. 우리의 망막에는 빛을 감지하는 두 가지 주요 세포, 즉 명암을 담당하는 간상세포(Rods)와 색채를 담당하는 원추세포(Cones)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두 가지 유형의 원추세포(이색시)를 가졌지만,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는 세 가지 유형의 원추세포를 갖게 됐다. 이 세 가지 원추세포는 각각 장파장(L, 빨강), 중파장(M, 초록), 단파장(S, 파랑)의 빛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1,000만 가지라는 수치는 이 세 가지 원추세포가 빛의 파장에 반응하는 방식의 조합에서 비롯된다. 각 원추세포는 수백 가지의 강도 수준을 구별할 수 있으며, 이 세 가지 신호가 뇌에서 조합될 때, 이론적으로 수백만 가지의 독특한 색상 조합이 생성된다. 즉, 뇌는 세 가지 기본 색채 신호의 상대적인 비율과 강도를 분석하여 우리가 ‘노란색’이나 ‘청록색’이라고 부르는 복잡한 색조를 만들어낸다. 이 메커니즘 덕분에 우리는 미세한 색조 차이, 예를 들어 미묘한 명도나 채도의 변화까지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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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인식의 한계: 왜 1,000만 가지인가?
1,000만 가지라는 숫자는 인상적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치’다. 이 수치는 실험실 환경에서 피실험자들이 두 가지 색상을 구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차이(JND, Just Noticeable Difference)를 측정하고, 이를 가시 스펙트럼 전체에 적용하여 산출한 값이다. 흥미롭게도, 모든 사람이 1,000만 가지 색을 똑같이 구별하는 것은 아니다.
약 8%의 남성과 0.5%의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색맹(색각 이상)은 원추세포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이들은 구별할 수 있는 색의 가짓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반면, 일부 여성은 네 번째 원추세포를 가질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를 ‘사색시(Tetrachromacy)’라고 부른다. 만약 사색시가 실제로 존재하고 기능한다면, 이들은 1,000만 가지를 훨씬 뛰어넘는 수억 가지의 색을 구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간의 시각 능력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품고 있음을 시사한다.
나현 가든안과의원 원장은 인간이 1,000만 가지 색을 구별한다는 것은 평균적인 수치이며, 특히 일부 여성에게서 제기되는 사색시(Tetrachromacy)의 가능성은 우리가 인지하는 색채 세계의 경계를 수억 가지로 확장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색의 언어와 문화: 1,000만 가지 색의 비밀이 만드는 세상
우리가 1,000만 가지의 색을 구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색의 이름은 극히 제한적이다. 언어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문화마다 색을 분류하고 명명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일부 문화권에서는 파란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단어로 칭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색을 인지하는 능력과, 그 색을 사회적으로 분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분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1,000만 가지 색을 구별하는 능력은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화가들은 미세한 색조 차이를 활용하여 깊이감과 감정을 표현하며, 디자이너들은 색채 심리학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광고판, 인테리어 디자인, 심지어 스마트폰 화면의 색상까지도 이 방대한 색채 인식 능력을 기반으로 정교하게 설계됐다. 이 능력 덕분에 우리는 단순히 사물을 보는 것을 넘어, 색채를 통해 감동하고 소통하며 정보를 얻는다.
기술을 넘어선 시각: 초정밀 색채 시대의 도래
인간의 1,000만 가지 색 인식 능력은 기술 발전의 벤치마크가 됐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끊임없이 인간의 시각 능력을 모방하고 초월하려 노력한다. 초기 모니터는 수천 가지 색만을 표현했지만, 현대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예: 4K, 8K)와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은 수십억 가지 색상(10비트 또는 12비트 색심도)을 구현하여 인간의 눈이 구별할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충족시키려 한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이 정밀한 색채 인식 능력이 진단에 필수적이다. 현미경 검사나 조직 검사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색상 변화는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또한, 위조 방지 기술이나 군사 정찰 분야에서도 인간의 눈이 가진 미세한 색상 구별 능력은 여전히 기계가 따라오기 힘든 영역으로 남아있다. 1,000만 가지 색을 인지하는 우리의 시각은 단순히 빛을 받아들이는 기관이 아니라, 세상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경이로운 생물학적 창조물인 셈이다.
나현 가든안과의원 원장은 우리가 1,000만 가지의 색을 구별하지만 언어적으로 분류하는 색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생물학적 인지 능력과 문화적 분류 체계 간의 흥미로운 간극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며, 현대 기술이 이 미세한 색채 구별 능력(JND)을 활용하여 디스플레이와 디자인 분야에서 시각 정보를 더욱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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