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의협 회장 탄핵, 11월 13일(수)까지 비대위원장 선출,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차기 회장 선출 시까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임현택에 대한 불신임안이 10일 의협 대의원회에서 가결됐다. 임 회장은 취임 6개월 만에 강제 퇴진하게 됐으며,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날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의협 회관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투표에 참여한 224명 중 170명이 임 회장의 불신임안에 찬성해 안건이 통과됐다. 반대는 50표, 기권은 4표로 집계되며, 의협 정관에 따라 불신임이 확정됨에 따라 임 회장은 즉시 면직됐다. 이에 따라 의협은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날 총회에서는 불신임안 외에도 ‘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건도 상정됐다. 이 안건에 대해선 169명의 대의원이 투표에 참여해 106명이 찬성, 63명이 반대하면서 가결됐다. 의협 대의원회는 비대위 구성을 확정하며, 11월 13일(수)까지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고,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차기 회장 선출 시까지로 결정했다.
의료계와 정부 갈등 속 리더십 논란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에는 여러 배경이 작용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증원하고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임 회장은 이와 같은 정책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의협은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은 이에 대한 효율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또한 간호법 제정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됨에 따라 의료계 내 불만이 고조되었지만, 의협 차원의 명확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임 회장이 서울시의사회 간부에게 고소 취하 조건으로 1억원을 요구했다는 녹취록이 최근 공개된 것도 불신임 결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의협 회장으로서의 도덕성과 품위를 훼손했다며 비판했다.
전공의 및 의대생 단체의 탄핵 요구
임 회장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의료계 후배들인 전공의와 의대생 사이에서 특히 강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임 회장의 발언과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불신임을 촉구했다.
7일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임 회장과) 대화 노력은 수 차례 했다. 모두 제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며 “모함과 이간을 일삼는 임 회장과는 절대로 소통과 협업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임현택 회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대한의사협회 대의원분들께 임현택 회장 탄핵을 요청하고,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대협 또한 지난 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임 회장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해왔고, 지난 8개월 동안 보여준 망언과 무능은 학생들에게 큰 절망을 안겨주었다”며 임 회장과의 협력 관계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대전협 또한 새로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의협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며 임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 의료계 변화 가능성
임 회장의 불신임 확정에 따라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새로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료계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갈등 상황을 해결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는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특히 전공의 및 의대생 단체들과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며, 정부와의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계에서는 임 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전협 박단 위원장은 임 회장의 강압적 태도와 불통에 대해 비판해 왔으며, 대전협은 이번 탄핵 이후 의협이 새로운 리더십 아래에서 전공의와 연대를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 회장의 불신임안 가결은 2014년 노환규 전 의협 회장 이후 두 번째 사례로, 의협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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