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전기장판 사용 시 주의… 저온 화상, 깊은 손상 유발 경고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핫팩, 전기장판 등 개인용 난방 기구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따뜻함에 취해 잠든 겨울밤, 당신의 피부는 안전한가? 많은 사람이 순간적인 고열에 의한 화상(고온 화상)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40도에서 50도 사이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는 ‘저온 화상’이 오히려 피부 깊숙한 곳까지 심각한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저온화상은 초기에는 통증이 미미하거나 붉은 반점 정도로만 나타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방치할 경우 조직 괴사나 3도 화상으로 진행돼 피부 이식까지 필요할 수 있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40~50도, 저온이 더 깊은 손상을 유발하는 메커니즘
일반적으로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체에 접촉하면 즉각적인 통증과 함께 피부 표면이 손상된다. 이는 우리 몸의 통증 수용체가 즉시 반응하여 접촉을 피하게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 얕은 1도 또는 2도 화상에 그친다. 그러나 저온 화상은 다르다. 44도에서는 6시간, 48도에서는 30분, 50도에서는 3분 정도만 노출돼도 피부 단백질이 변성되기 시작한다. 이 온도는 통증을 즉시 유발할 만큼 뜨겁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장시간 열에 노출되는 것이 문제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 지방층으로 구성돼 있다. 고온 화상은 표피층에 빠르게 손상을 주지만, 저온 화상은 낮은 열이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진피층과 피하 지방층까지 깊숙이 침투한다. 특히 피하 지방층은 열을 잘 보존하는 특성이 있어, 한번 열이 전달되면 쉽게 식지 않고 세포를 파괴한다. 이처럼 깊은 조직까지 손상되면 회복이 더디고, 흉터가 크게 남거나 심한 경우 혈관과 신경까지 손상돼 피부 이식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3도 화상으로 진행된다.
화상 응급처치 얼음은 독이다: ‘찬물’ 오해 바로잡아야 피부 손상 막는다
침묵의 화상: 통증 없이 진행되는 저온 화상의 초기 증상
저온 화상의 가장 큰 위험은 초기 증상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화상 부위가 처음에는 붉은 반점이나 그물 모양의 붉은 줄무늬(열성 홍반) 형태로 나타나며, 통증도 경미하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가 단순한 피부 자극으로 오인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색이 짙은 붉은색이나 보라색으로 변하고, 물집(수포)이 잡히기 시작한다.
만약 화상이 3도까지 진행됐다면, 피부는 하얗거나 검게 변색되며 감각이 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신경 말단까지 손상됐음을 의미하며, 이때는 이미 깊은 조직 괴사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당뇨병 환자나 혈액 순환 장애가 있는 사람, 혹은 수면 중이거나 술을 마신 상태처럼 감각이 둔화된 상태에서는 위험 인지 능력이 떨어져 저온 화상에 더욱 취약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부가 열에 익어버리는 셈이다.

겨울철 필수품이 부르는 역설: 핫팩과 전기장판의 올바른 사용법
저온 화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제품은 핫팩, 전기장판, 온수 매트, 난로 등이다. 이들 제품은 피부에 직접 닿거나 장시간 접촉할 경우 저온 화상의 주범이 된다. 핫팩의 경우, 주머니에 넣거나 옷 위에 붙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피부에 직접 부착하거나 한 부위에 2시간 이상 고정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특히 취침 시에는 핫팩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전기장판이나 온수 매트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장판 위에 얇은 담요나 이불을 깔지 않고 직접 눕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장시간 사용 시에는 반드시 ‘저온 모드’를 사용하더라도 2~3시간마다 전원을 끄거나 잠시 자리를 비워 피부가 열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특히 노인이나 영유아는 체온 조절 능력이 미숙하고 피부가 얇아 저온 화상에 더욱 취약하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일부 난방 기구는 표면 온도가 6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더라도 근거리에서 장시간 열을 쬐는 것도 저온 화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난방 기구를 사용할 때는 피부와 열원 사이에 충분한 간격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온 화상 발생 시 응급처치와 치료 골든타임
저온 화상이 의심될 경우, 일반 화상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가장 먼저 열원으로부터 환부를 분리하고, 깨끗한 물이나 생리식염수를 이용해 화상 부위를 10~20분간 식혀야 한다. 이때 너무 차가운 얼음물은 혈관을 수축시켜 오히려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12~25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이 적절하다.
물집이 생겼다면 절대 터뜨리지 말고, 소독되지 않은 연고나 민간요법(된장, 소주 등)을 바르는 행위도 금지해야 한다. 이는 감염 위험을 높이고 정확한 진단을 방해한다. 환부를 식힌 후에는 깨끗한 거즈나 천으로 덮어 보호하고, 통증이 없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저온 화상은 겉보기에는 경미해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손상이 깊어지는 특성이 있어, 초기 진단과 치료가 예후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저온 화상 예방의 핵심은 ‘직접 접촉 피하기’와 ‘사용 시간 제한’이다. 겨울철 따뜻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난방용품 사용 시 안전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부 깊숙이 파고드는 저온 화상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기사
비만 치료의 두 갈래 길: 약물 ‘위고비·마운자로’ vs. ‘비만대사수술’, 최적 치료법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