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세대가 전자담배의 숨겨진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이미지.※AI 제작 이미지
전자담배 감춰진 입속 시한폭탄…모호한 안전성 경계해야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의 ‘덜 해로운 대안’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면서, 특히 젊은 세대의 흡연율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금연 열풍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흡연율이 전자담배의 등장으로 역행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무분별하고 교묘한 광고, 딸기향, 망고향 등 수천 가지에 달하는 매혹적인 향료, 그리고 연기나 냄새가 덜하다는 오해는 호기심 많고 정보에 취약한 젊은층의 접근성을 폭발적으로 높여왔다.
그러나 전자담배가 구강 건강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에 대한 경고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일반 담배와는 그 작용 방식이 다르지만, 구강에 해를 입히는 정도는 결코 덜하지 않은, 이른바 ‘입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전자담배의 실체를 직시하고, 그 잠재적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할 때다. 단순히 ‘덜 해롭다’는 근거 없는 착각이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 우리는 이제 명확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위험 물질을 품은 ‘무해함’이라는 착각
전자담배가 연소 과정이 없어 일반 담배의 주범인 타르와 일산화탄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해하다’는 오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직접 태우는 연소가 아닌, 액상을 고온으로 ‘가열’하여 에어로졸(연무) 형태로 분무하는 방식을 택한다. 문제는 이 에어로졸 안에 수많은 유해 물질이 농축돼 있다는 점이다.
전자담배 액상에는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을 비롯해, 습윤제로 사용되는 프로필렌글리콜(PG), 식물성 글리세린(VG), 그리고 사용자의 기호에 따라 첨가되는 수천 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향료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물질들은 구강 내 미생물 환경인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교란하고, 구강 점막 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줄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이크로바이옴 교란은 유해균 증식의 발판이 돼 다양한 구강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액상의 주성분인 프로필렌글리콜과 글리세린은 강력한 흡습성을 지녀, 공기 중이나 구강 내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다. 이는 구강 건조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구강이 건조해지면 침의 분비가 줄어들고 보호 기능이 현저히 저하돼, 세균 번식이 용이해지며 산성 환경이 조성돼 충치 및 잇몸 질환의 위험을 급격히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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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 물질들이 전자담배 기기의 고온 코일에 의해 가열될 때 발암 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등의 유해 화학 물질로 변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향료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단순히 ‘식품 등급’으로 분류돼 음식에 사용되는 향료라고 해서 흡입 시에도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으며, 오히려 흡입 시 독성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계피향(신남알데히드)이나 버터향(디아세틸) 등 일부 향료는 폐와 구강에 직접적인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세포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특히 디아세틸은 ‘팝콘 폐’라고 불리는 중증 폐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어, 구강 내 세포에 미치는 영향 또한 심각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유해 물질들이 구강 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무해하다’는 착각은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건강상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구강 질환을 가속화하는 전자담배의 그림자
전자담배의 가장 크고 직접적인 구강 건강 위협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니코틴’이다. 니코틴은 강력한 혈관 수축 작용을 일으켜 잇몸 조직으로의 혈류를 현저히 감소시키고, 면역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잇몸병(치은염, 치주염)의 발생과 진행을 급속도로 가속화한다. 혈액 공급이 줄어들면 잇몸 세포의 재생 능력이 떨어지고, 세균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약화돼 구강 내 세균총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더욱이 니코틴은 잇몸병의 주요 증상인 출혈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어, 사용자가 자신의 잇몸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스킹 효과’를 일으킨다. 증상이 미미해 초기에 알아채기 어려운 잇몸병은 방치될 경우 잇몸 퇴축, 치아 흔들림, 나아가 치아 상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임플란트 주위염 등 더욱 심각하고 치료가 어려운 구강 질환으로 발전될 수 있다. 잇몸병은 단순히 구강 내 문제에 그치지 않고, 만성 염증의 온상이 돼 심혈관 질환, 당뇨병 악화, 호흡기 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등 전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져 그 위험성이 더욱 크다.
건조한 전자담배 연무는 앞서 언급했듯 구강 건조증을 유발하여 침의 자정 작용과 완충 능력을 현저히 저해하고 충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침은 구강 내 산성을 중화하고,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을 씻어내며, 치아를 재광화(Remineralization)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침 분비가 줄어들면 충치균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며, 구강 내 산도가 높아져 치아 부식 위험이 커진다. 이는 치아 법랑질 손상으로 이어져 시린 증상을 유발하고, 결국 충치 발생으로 귀결된다. 또한, 구강 건조는 불쾌한 구취를 유발하며, 구강 내 상재균총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곰팡이 감염(구강 칸디다증)의 위험도 증가시킨다. 심한 경우 혀가 갈라지거나 통증을 동반하기도 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더 나아가, 일부 선행 연구에서는 전자담배 사용자에게서 일반 담배 흡연자와 유사하게 구강 내 세포 변이 및 구강암 발생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전자담배 에어로졸에 포함된 니코틴을 포함한 다양한 유해 물질들은 구강 점막 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고 만성 염증을 유발하여 전암성 병변(백반증, 홍반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는 구강암으로 발전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실제로 한 해외 연구는 전자담배 사용자의 구강 내 염증성 지표(예: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가 비흡연자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음을 보고했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전자담배 에어로졸에 노출된 구강 세포에서 암 발생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 변화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아직 전자담배의 장기적인 사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는 부족하지만, 이러한 초기 연구들은 전자담배가 결코 구강 건강에 안전하지 않다는 명확하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잠재적 위험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태인 산본효치과의원 대표원장은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의 유해성을 회피하는 ‘덜 위험한’ 대안이라는 환상은 매우 위험하며, 특히 한창 성장해야 할 청소년과 젊은층의 구강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한 원장은 “현재 나타나는 구강 건조증, 잇몸병 악화, 세포 변이 등의 문제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며, “전자담배가 시판된 지 비교적 짧은 기간이어서 장기적인 사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미지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전자담배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정기적인 구강 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살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금연을 시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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