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벽에 매달린 관부터 독수리 장례까지, 죽음을 축제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놀라운 전통들
전 세계 각지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매장이나 화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장례 문화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시신을 절벽에 매달고, 가나에서는 비행기나 운동화 모양의 관을 사용하며, 티베트에서는 독수리가 시신을 먹도록 하는 의식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장례 방식들은 단순히 기이한 풍습이 아니라, 각 문화권의 철학과 종교관, 지리적 환경이 만들어낸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 문화에서 죽음은 단순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자 자연으로의 회귀로 받아들여진다. 과연 이들의 장례 문화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병든 사람으로 여겨지는 죽은 자 – 인도네시아 토로자족의 독특한 죽음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거주하는 토로자족에게 죽음은 즉각적인 이별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은 숨을 거둔 가족을 ‘병든 사람’으로 간주하며, 정식 장례식이 치러질 때까지 몇 달 또는 몇 년간 함께 생활한다.
토로자족의 장례식은 거대한 축제의 성격을 띤다. 수백 명의 친족과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여 며칠간 지속되는 이 의식에서는 물소 희생제와 함께 화려한 춤과 음악이 펼쳐진다. 장례 비용만 해도 우리 돈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특이한 점은 ‘하늘장’이라는 매장 방식이다. 시신을 관에 넣은 후 절벽의 동굴 벽에 설치한 나무집에 안치하거나, 아예 절벽에 매다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죽은 자가 조상들과 함께 하늘에 가까운 곳에서 가족을 지켜본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하늘에 가까운 안식처 – 필리핀 사가다의 ‘행잉 커핀’
필리핀 북부 산악지대 사가다 지역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행잉 커핀(Hanging Coffin)’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는 관을 절벽의 바위 틈에 매달거나 고정하는 매장 방식으로, 죽은 자가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기를 바라는 신념에서 출발했다.
사가다 주민들은 땅에 묻히는 것보다 공중에 안치되는 것이 더 존귀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또한 높은 곳에 매장하면 악령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이러한 매장법은 평지가 부족한 산악 지형의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는 새로운 행잉 커핀이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절벽에 매달린 수백 개의 오래된 관들이 여전히 이 지역의 상징적 존재로 남아있다. 이곳은 독특한 장례 문화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비행기부터 핸드백까지 – 가나의 예술적 ‘환상관’ 문화
서아프리카 가나에서는 죽음마저도 예술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장례 문화가 존재한다. ‘환상관(Fantasy Coffin)’이라 불리는 이 독특한 관들은 고인의 직업이나 취미, 성격을 반영한 다양한 모양으로 제작된다.
어부였던 고인에게는 물고기 모양의 관을, 파일럿이었다면 비행기 모양의 관을 사용한다. 여성의 경우 핸드백이나 하이힐 모양의 관이 제작되기도 한다. 이러한 관들은 현지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들며, 제작 기간만 2-3개월이 소요된다.
환상관은 단순한 매장 도구를 넘어 고인의 삶을 기념하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이 관들의 예술적 가치가 인정받아 유럽과 미국의 미술관에서 전시되기도 한다.
육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 티베트의 ‘천장’ 의식
티베트 불교 문화권에서 행해지는 ‘천장(Sky Burial)’은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장례 방식 중 하나다. 이 의식에서는 시신을 땅에 묻거나 태우지 않고, 독수리나 매 같은 맹금류에게 제공한다.
천장은 단순히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불교의 윤회 사상에 따르면 육체는 영혼이 머무는 일시적 거처일 뿐이며, 죽음 후에는 다른 생명의 양분이 되어 자연의 순환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티베트 고원의 척박한 환경도 이러한 장례법이 발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해발 4,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서는 땅이 얼어있어 매장이 어렵고, 나무가 부족해 화장도 쉽지 않았다. 따라서 천장은 종교적 의미와 실용적 필요가 결합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을 통해 삶을 이해하는 인류의 지혜
세계 각지의 독특한 장례 문화들을 살펴보면, 죽음에 대한 접근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다. 이들 문화에서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삶의 연장선이자 새로운 여정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진다.
토로자족은 죽음을 축제로 기념하며, 가나인들은 예술로 승화시킨다. 필리핀 사가다 주민들은 하늘에 가까운 곳에서의 안식을 추구하고, 티베트인들은 자연으로의 완전한 회귀를 실천한다. 이 모든 전통들은 각각의 환경과 철학이 만들어낸 독특한 해답들이다.
이러한 다양한 장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타문화에 대한 존중을 넘어, 우리 자신의 삶과 죽음관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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