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사 수 추계 과학적 근거 미흡… ‘의료 인력 추계’ 특정 모형 집착 비판… FTE 반영 요구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6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인력 수급 추계 방식이 통계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관련 정책 결정 기구의 운영 투명성 확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의협은 지난 의대 정원 증원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추계와 투명한 거버넌스 구축을 정부에 촉구했다.
의협은 최근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지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이 과학적 근거 없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채 진행됐다는 사실이 확인됐음을 언급하며, 정부가 이번 의료 인력 수급 논의에서는 합리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현재 진행 중인 수급추계위원회의 논의 과정이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며, 특정 분석 모형 고집과 불투명한 위원회 운영에 대한 강력한 개선을 요구했다.

특정 모형 집착과 불완전한 변수 적용, 통계적 왜곡 초래 우려
의협은 현재 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되는 분석 방식의 통계적 타당성 확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원회가 사용하는 ARIMA(자기회귀 누적 이동평균) 모형은 데이터의 과거 패턴을 분석하여 미래값을 예측하는 모델이지만, 분석의 기준 시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달라지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시점에 따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결과와 남는다는 결과가 널뛰는 상황에서, 이러한 불안정한 결과를 토대로 국가 백년대계인 의사 수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추계를 위한 실질적인 변수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의사의 ‘머리 숫자’만으로 자료를 분석해서는 안 되며, 각각의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투입되는 실제 시간을 적절하게 반영하는 FTE(Full Time Equivalent), 즉 전일제 환산 지수의 개념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FTE는 의사의 노동 강도와 실제 진료 기여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이를 통해 의사 인력의 효율성과 필요도를 보다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수급추계위원회가 ARIMA 모형에만 집착하지 말고, 조성법 등 다양한 분석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의료계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다양하고 합리적인 변수들을 수용하여 다각적인 검증을 수행해야만 객관적인 추계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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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불이행 비판: 보정심 구조 개선 즉각 이행 요구
의협은 정부가 국회와 국민에게 약속했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구조 개선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정심은 의대 정원을 심의·의결하는 핵심 기구로, 그 운영 투명성이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보정심 운영의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 역시 4월 보도자료를 통해 투명성 제고와 운영 개선을 국민 앞에 공언했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국회와 정부에 공문을 보내 합리적인 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식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그러나 의협에 따르면, 정부는 이러한 약속과 요구를 외면한 채 기존과 동일한 형태로 위원회를 재구성하여 회의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이는 보정심을 단순히 정부 정책을 통과시키기 위한 요식행위 기구로 전락시키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약속대로 위원회 구성을 전면 쇄신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투명한 논의 구조를 보장해야 한다고 의협은 촉구했다.

의협, 자체 연구 역량 동원해 정부 추계의 허구성 검증 착수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추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철저한 데이터와 논리로 맞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협은 이미 내·외부의 연구 역량을 총동원하여 자체적인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와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과 보건의료인력 양성지원연구센터 등을 통해 정부가 제시하는 데이터의 허구성과 통계적 오류들을 낱낱이 분석할 계획이다. 의협은 객관적인 팩트에 근거하여 자체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정부 추계의 문제점을 과학적으로 검증 및 분석할 예정이다. 또한, 이 모든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된 정책이 추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협은 정부에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절대로 답습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정책을 처리하려 하지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비로소 올바른 의료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건강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과학적 검증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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