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2세대 실손보험 재매입 추진, 인센티브 통한 자발적 전환 유도, 효과 미비 시 강제 전환 검토… 소비자 반발 속 보험업계 신중한 태도
정부가 1·2세대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계약을 재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보험료 상승 억제를 목표로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소비자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개입의 강제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센티브 제공 방안과 법 개정을 통한 강제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2세대 실손보험 재매입, 왜 지금 추진하나?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9일 발표된 ‘실손의료보험 개혁방안’을 통해 약관 변경이 불가능한 1세대(654만 명)와 2세대(928만 명) 실손보험 계약의 재매입을 공식화했다. 이번 개혁안은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약 3578만 명)의 약 44%에 해당하는 1582만 명을 대상으로 한다.
1세대 실손보험은 1990년부터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상품으로,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매우 낮은 것이 특징이다. 갱신 주기가 5년으로 제한되지만 재가입 주기가 없어 평생 보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2세대 실손보험도 초기에는 자기부담률이 10%로 다소 높아졌으나 현재의 4세대 실손보험(평균 20%)에 비하면 여전히 부담이 적다.
이러한 혜택 때문에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 대비 높은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구조가 비급여 의료 서비스의 과도한 이용을 부추겨 의료비 상승과 실손보험 미가입자들에게도 부담을 전가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재매입 추진의 주요 배경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급여 의료비는 2014년 11조 원에서 2023년 20조 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1·2세대 실손보험이 비급여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은 재매입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급여 의료비 상승은 실손보험 미가입자 1600만 명에게도 간접적인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과잉 의료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인센티브와 법 개정 논란
정부는 1·2세대 실손보험 계약의 자발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매입 시 지급될 인센티브는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기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고연령 가입자, 특히 여성 가입자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가 제공될 전망이다.
그러나 재매입 효과가 미미할 경우,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약관 변경 및 강제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와 협의해 재매입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소비자의 자율적 선택을 존중하되 필요 시 강제 전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소비자 단체는 정부의 개입이 사보험의 본질을 훼손하며, 강제 전환 시 헌법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소비자, 엇갈리는 반응
보험업계는 정부의 개혁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재매입 시 지급될 인센티브 규모와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센티브는 소비자들의 전환 결정에 핵심적인 요소”라며, “하지만 현재 발표된 내용은 구체적인 기준 없이 기본적인 개념만 제시됐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정부가 강제 전환을 법제화할 경우 사적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1세대 실손보험의 혜택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며, “강제 전환은 오히려 소비자 반발을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의 과제
금융당국은 2026년 7월로 예정된 4세대 실손보험의 첫 재가입 주기를 앞두고, 1·2세대 실손보험 재매입 정책을 내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매입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센티브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강제 전환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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