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뱃의 놀라운 생존 전략: 굴러가지 않는 정육면체인 배설물이 있다?
호주에 서식하는 유대류인 웜뱃(Wombat)은 전 세계 동물 중 유일하게 정육면체 모양의 똥을 배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독특한 생물학적 현상은 오랫동안 과학계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웜뱃은 시력이 좋지 않아 후각에 크게 의존하며,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바위나 통나무 같은 높은 지대에 배설물을 쌓아 올리는 습성을 지닌다. 이때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정육면체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적응 방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018년, 미국 애틀랜타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파트리샤 양 박사팀은 이 정육면체 똥의 형성 메커니즘을 유체역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 현상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웜뱃의 장 구조를 해부하고 수학적 모델링을 적용하여, 일반적인 원통형 장과 달리 웜뱃의 장벽이 불균일한 두께와 탄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불규칙한 장벽이 배설물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모서리를 형성하며 정육면체 모양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웜뱃이 단순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큐브 형태의 똥을 배설하는 것을 넘어, 내부 생리 구조 자체가 이러한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내도록 진화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생물학적 진화의 놀라운 사례로 평가되며, 웜뱃의 생태와 영역 표시 전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했다. 웜뱃의 정육면체 똥은 단순한 기이함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정교한 생물학적 적응의 결과로 밝혀졌다.

웜뱃 장 구조의 비밀: 큐브 형태 배설물의 형성 원리
웜뱃의 소화 기관은 정육면체 배설물을 생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에 따르면, 웜뱃의 장은 길이가 약 10미터에 달하며, 특히 마지막 17% 구간에서 형태 형성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 마지막 구간의 장벽은 두께와 탄성이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하게 분포되어 있다.
일반적인 포유류의 장은 균일한 압력으로 배설물을 밀어내 원통형을 만들지만, 웜뱃의 장은 수분 흡수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장벽의 수축 속도가 부분적으로 달라진다. 이러한 불균일한 수축은 배설물에 사각형의 모서리를 만들어내며, 최종적으로 정육면체에 가까운 형태로 배출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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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가지 않는 똥: 영역 표시를 위한 진화적 이점
웜뱃은 주로 단독 생활을 하며,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데 배설물을 사용한다. 웜뱃은 시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후각을 이용해 다른 웜뱃에게 자신의 존재와 영역 경계를 알린다. 이들은 주로 바위, 통나무, 혹은 작은 언덕과 같은 눈에 잘 띄는 높은 장소에 배설물을 배치한다. 만약 똥이 둥근 형태였다면 경사면에서 쉽게 굴러 떨어져 영역 표시의 효과가 사라졌을 것이다.
정육면체 형태는 표면에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굴러가지 않으며, 웜뱃이 전달하고자 하는 후각 메시지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특성은 웜뱃의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영역 다툼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하는 진화적 이점으로 작용했다.

유체역학적 모델링으로 규명된 장벽의 불균일성
조지아 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웜뱃의 장을 분석하기 위해 유체역학적 모델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웜뱃의 장 내부를 풍선처럼 부풀려 장벽의 탄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장벽의 일부 영역은 딱딱하고 일부 영역은 부드러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탄성이 불규칙한 장이 수분을 흡수하면서 배설물을 압축할 때, 부드러운 부분은 더 많이 수축하고 딱딱한 부분은 덜 수축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배설물의 단면이 원형이 아닌 다각형, 즉 큐브 형태로 변형된다.
이 연구는 2018년 미국 물리학회 유체역학 분과 회의에서 발표됐으며, 생물학적 현상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중요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연구자들은 이 메커니즘이 산업 분야에서 부드러운 재료를 이용해 큐브 모양을 만드는 새로운 제조 공정 개발에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호주 생태계 속 웜뱃의 독특한 위치와 보존 노력
웜뱃은 호주 고유종으로, 태즈메이니아와 호주 남동부 지역에 서식한다. 이들은 주로 야행성 동물이며, 강력한 발톱을 이용해 땅속에 복잡한 터널 시스템인 ‘굴’을 파고 생활한다. 웜뱃은 초식성으로, 풀, 뿌리, 버섯 등을 먹고 산다. 이들의 생태학적 역할 중 하나는 굴을 파는 행위를 통해 토양을 뒤섞고 통풍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서식지 파괴, 로드킬, 그리고 옴(Mange)과 같은 질병으로 인해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북부털코웜뱃(Northern Hairy-nosed Wombat)은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어, 호주 정부와 여러 보존 단체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웜뱃의 독특한 배설물 연구는 이 희귀한 동물의 생태와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기여하며, 보존 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웜뱃의 정육면체 똥은 단순한 생물학적 특이점을 넘어, 진화와 물리학이 결합된 경이로운 자연 현상으로 평가된다. 장의 불균일한 탄성이라는 내부적인 메커니즘이 영역 표시라는 외부적인 생존 전략과 완벽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생물학자들이 동물의 행동과 생리를 연결 짓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자연계의 복잡하고 정교한 적응 방식을 다시 한번 조명한다. 앞으로 웜뱃의 소화 과정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는 생체 공학 및 재료 과학 분야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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