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활한 바다와 두꺼운 대기를 가진 외계 행성 K2-18 b의 모습.※AI 제작 이미지
외계 행성 K2-18 b에서 생명체 흔적 유력 ‘바이오시그니처’ 가스 발견: 제2의 지구 찾나?
지구 외 생명체 탐색 역사에 전례 없는 새로운 장을 열 만한 획기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2023년 9월, 인류의 최첨단 우주 관측 장비이자 우주 과학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이 약 120광년이라는 엄청난 거리 떨어진 외계 행성 K2-18 b의 대기에서 생명체 존재의 강력한 증거로 여겨지는 ‘바이오시그니처’ 가스, 즉 다이메틸 설파이드(DMS)의 유력한 존재 가능성을 포착했다. 이는 광활한 우주에서 인류가 홀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오랜 질문에 답할 실마리를 제공하며 전 세계 과학계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구에서 다이메틸 설파이드(DMS)는 대부분 해양 플랑크톤과 같은 미세 생물의 대사 활동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다. 따라서 K2-18 b 대기에서 DMS 신호가 감지됐다는 것은 이 행성에 실제로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특히 K2-18 b는 기존에 우리가 상상하던 ‘지구형 행성’과는 다른 독특한 유형인 ‘하이시안(Hycean) 행성’으로 분류된다. 이 행성은 풍부한 액체 상태의 물과 수소로 이루어진 두꺼운 대기를 특징으로 하며, 생명체 번식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같은 예상은 생명체가 반드시 지구와 같은 환경에서만 진화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우주 생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JWST의 이번 정밀한 관측은 K2-18 b 대기의 복잡하고 풍부한 구성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밝혀냈을 뿐만 아니라, 외계 생명체 탐사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제2의 지구’만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환경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게 됐다. 과연 K2-18 b는 인류가 오랫동안 염원해온 ‘제2의 지구’ 혹은 ‘제2의 생명 서식지’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외계 생명체 연구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K2-18 b의 비밀: 하이시안 행성이란?
K2-18 b는 지구 질량의 약 8.6배에 달하며, 반지름은 지구의 약 2.6배에 이르는 거대 외계 행성이다. 이러한 크기 때문에 ‘슈퍼 지구’ 또는 ‘미니 해왕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행성은 소위 ‘하이시안 행성’이라는 특별한 분류에 속한다. ‘하이시안’은 ‘수소(Hydrogen)’와 ‘대양(Ocean)’을 결합한 신조어로, 표면에 광대한 액체 상태의 바다를 품고 있으며 동시에 수소가 풍부한 매우 두꺼운 대기를 가진 행성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행성들이 지구와는 다른 형태일지라도, 생명체가 발달하기에 충분한 액체 상태의 물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두꺼운 수소 대기는 행성 내부의 열을 효율적으로 가두어 액체 물이 증발하는 것을 막고, 액체 상태의 바다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형성한다. K2-18 b는 중심별인 적색왜성 K2-18 주변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내에 위치해 있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적색왜성은 태양보다 작고 어둡지만, 수명이 매우 길어 생명체가 진화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외계 생명체 탐사의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
제임스 웹 등 우주망원경 3대장 전격 비교, 허블은 잊어라? 제임스웹을 넘어설 ‘이것’의 등장
바이오시그니처, 다이메틸 설파이드(DMS)의 의미
이번 K2-18 b 탐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바로 ‘다이메틸 설파이드(DMS)’의 존재 가능성이다. DMS는 지구에서 주로 해양 플랑크톤이나 일부 조류(algae)와 같은 미생물의 대사 활동을 통해 생성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다. 지구 대기 중의 DMS는 구름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기후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 중에 DMS가 존재한다는 것은 해당 환경에 생명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바이오시그니처’, 즉 생명 활동의 흔적으로 간주된다. 그 이유는 DMS가 다른 일반적인 기체들(예: 산소, 메탄)과는 달리, 현재까지 알려진 비생물학적 과정을 통해서는 대량으로 생성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DMS가 화산 활동이나 기타 지질학적 과정 등 비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생성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구상의 사례를 볼 때, 대기 중 DMS의 주요 원천이 생명 활동이라는 점은 그 의미를 매우 크게 만든다. 만약 추가 연구를 통해 K2-18 b의 DMS가 생명 활동의 명확한 결과임이 확증된다면, 이는 인류가 우주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발견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며,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의 눈부신 활약
K2-18 b의 대기 조성을 이토록 상세하게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의 독보적인 관측 능력 덕분이다. JWST는 허블 우주 망원경의 후계기로, 주로 적외선 영역에서 매우 정밀한 관측이 가능하다. 이는 멀리 떨어진 외계 행성의 희미한 대기 신호까지도 분석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능력이다. 외계 행성이 자신의 중심별 앞을 지나가는 ‘식(transit)’ 현상 동안, 별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하면서 대기 구성 성분에 따라 특정 파장의 빛이 흡수되거나 방출되는데, JWST는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행성 대기의 ‘스펙트럼 지문’을 얻어낼 수 있다.
2023년 9월, JWST의 NIRSpec(근적외선 분광기)과 MIRI(중적외선 장비)를 이용한 관측 결과, K2-18 b 대기에서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가 풍부하게 확인됐으며, 더불어 DMS의 유력한 신호 또한 감지됐다.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행성의 기후와 물 순환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DMS는 잠재적인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발견은 JWST가 앞으로도 외계 행성 대기의 비밀을 파헤치고, 우주 생물학 연구를 선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외계 생명체 증거, 확증으로 가는 길
K2-18 b에서 발견된 DMS 신호는 외계 생명체 탐사에 있어 전례 없는 희망을 불어넣었지만, 아직 확증 단계는 아니다. 과학자들은 DMS가 생명체가 아닌 다른 비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생성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과학적 발견은 항상 신중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며, 특히 외계 생명체 발견과 같은 중대한 주장은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2025년에도 JWST를 통한 추가적인 관측과 심층적인 데이터 분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들 연구는 DMS 신호의 신뢰도를 더욱 높이고, K2-18 b의 환경 모델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DMS의 기원이 생명 활동에 의한 것임을 명확히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대기 중 다른 가스들의 비율이나 행성의 온도, 압력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비생물학적 시나리오를 배제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만약 DMS가 생명 활동의 명확한 결과임이 밝혀진다면, 인류는 우주에서 처음으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기념비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이는 인류의 철학, 과학, 그리고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K2-18 b에서 발견된 바이오시그니처 후보는 외계 생명체 탐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같은 차세대 관측 장비의 눈부신 발달은 앞으로 더 많은 외계 행성의 비밀을 풀어낼 것이며, 인류가 광활한 우주에서 외로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낼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우주 생물학 연구를 가속화하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가 우주에 존재할 수 있다는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K2-18 b는 시작에 불과하며, 인류의 외계 생명체 탐사 여정은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