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인 줄 알았더니…” 신경 매독·라임병 후기 증상, 정신 질환으로 오인되는 감염병 진단 딜레마
수년 간 조현병으로 진단받고 항정신병 약물을 복용해 온 A씨.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만성적인 무력감과 인지 저하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뒤늦게 실시된 정밀 검사에서 A씨의 병은 조현병이 아닌 ‘신경 매독’ 후기 증상으로 밝혀졌다. 치료 약물이 항정신병제가 아닌 항생제로 바뀌자, A씨의 증상은 극적으로 호전됐다. 이처럼 일부 감염병은 뇌와 신경계를 침범하여 조현병, 우울증, 치매 등 심각한 정신 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운 유사 증상을 유발하며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감염병이 정신 질환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는 현상은 진단 과정의 복잡성을 극대화하며,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드는 치명적인 딜레마를 낳고 있다. 특히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감염병의 경우, 초기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정신과적 문제로 치부되기 쉽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정신과 약물 복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각심이 요구된다.

오진의 딜레마: 감염병과 정신 질환의 경계가 무너진다
감염병이 정신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현상은 의학적으로 ‘위대한 모방자(The Great Imitator)’라는 별명을 가진 질환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신경 매독과 라임병이다. 이들 질환은 병원체가 중추신경계까지 침투하여 염증 반응과 신경 손상을 일으키는데, 그 결과가 환각, 망상, 극심한 기분 변화, 인지 기능 저하 등 전형적인 정신과적 증상으로 발현된다.
특히 매독균(Treponema pallidum)이 뇌를 침범하여 발생하는 신경 매독은 과거부터 조현병, 양극성 장애, 심지어 치매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환자가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나 편집증적 망상을 호소할 때, 감염병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정신과적 진단만으로 치료를 시작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신경 매독은 항생제(주로 페니실린)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오진으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인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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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매독: 조현병 유사 증상을 유발하는 역사적 모방자
신경 매독은 매독 감염 후 수년에서 수십 년이 지난 뒤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증상은 매우 광범위하다. 특히 매독균이 뇌 실질을 침범하는 진행성 마비(General Paresis) 단계에서는 환각, 편집증, 과대망상 등 조현병의 양성 증상과 거의 구별이 불가능한 형태로 나타난다. 20세기 초,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 중 상당수가 사실은 신경 매독 환자였으며, 매독 혈청 검사가 도입된 이후에야 이들이 감염병 환자였음이 밝혀지는 사례가 많았다.
현대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매독의 유병률이 재차 증가하고 있고,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인해 초기 진단이 어려워지면서 신경 매독은 여전히 정신과 의사들이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감별 진단 대상이다. 환자의 과거력, 특히 성 접촉력이나 피부 발진 등의 감염 징후를 면밀히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라임병 후기 증상: 만성적 우울증과 인지 기능 저하의 숨겨진 원인
진드기를 통해 전파되는 라임병(Lyme disease) 역시 정신 질환을 모방하는 대표적인 감염병이다. 라임병을 일으키는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Borrelia burgdorferi)균이 신경계를 침범하는 신경 라임병(Neuroborreliosis)의 경우, 만성적인 피로,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그리고 심각한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증상을 유발한다. 이 증상들은 흔히 만성 피로 증후군이나 난치성 우울증으로 오인되기 쉽다. 특히 라임병의 초기 특유의 피부 발진(이동성 홍반)을 놓치거나, 진단 시기가 늦어질 경우, 환자는 수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근본적인 감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라임병의 진단은 항체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만성 단계에서는 검사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임상적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라임병 환자들은 종종 ‘꾀병’이나 ‘심리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고통을 겪으며, 이는 질환 자체의 어려움 외에 사회적 편견까지 더하는 결과를 낳는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통합적 접근: 감염병 가능성 배제는 필수
정신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감염병의 존재는 의료계에 통합적인 진단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 특히 급격한 증상 발현, 비정형적인 경과, 또는 기존 정신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의 경우, 의료진은 감염병이나 다른 기질적인 원인을 배제하기 위한 철저한 신체 검사와 신경학적 검사, 그리고 혈액 및 뇌척수액 검사를 포함한 정밀 진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감별 진단 과정은 환자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감염병을 조기에 치료할 기회를 제공한다.
전문의들은 정신과적 증상 발현 이전에 발생했던 미묘한 신체적 변화나 감염병 노출 가능성을 주의 깊게 청취하고, 이를 진단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감염병의 그림자 아래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이 정신 질환으로 오인되는 감염병으로 인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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