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사슴병 광록병, 인간 감염 위험은?
고요해야 할 숲속에서 사슴 한 마리가 비틀거린다. 침을 흘리고, 눈빛은 초점을 잃었으며, 먹이를 찾는 대신 하염없이 방황하는 모습이다. 마치 살아있는 시체처럼 보이는 이 기이한 행동은 단순한 질병이 아닌, 뇌가 파괴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다. 이 질병은 만성 소모성 질환(CWD, Chronic Wasting Disease)으로, 대중에게는 섬뜩하게도 ‘좀비 사슴병’으로 불린다.
이 병의 원인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아닌, 단백질 변이체인 ‘프리온(Prion)’이다. 프리온은 숙주의 뇌를 스펀지처럼 구멍 내는 무서운 능력을 가졌으며, 일단 감염되면 100% 치사율을 보인다. 이 질병은 현재 북미 지역의 사슴과 엘크 개체군을 넘어 생태계 전반에 걸쳐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프리온, 생명을 파괴하는 변형 단백질의 정체
좀비 사슴병 광록병의 근원인 프리온은 기존의 병원체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존재다. 일반적인 바이러스나 세균과 달리 핵산(DNA 또는 RNA)이 없으며, 단지 정상적인 단백질(PrP)이 비정상적인 구조(PrPSc)로 변형된 형태일 뿐이다. 이 변형된 프리온은 마치 도미노처럼 주변의 정상 프리온 단백질을 자신과 같은 비정상 구조로 변형시키는 연쇄 반응을 유발한다. 이 비정상 단백질들은 뇌세포 내에 축적되어 세포를 죽이고, 결국 뇌 조직 전체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스펀지 모양으로 변성시킨다. 이러한 질병을 통틀어 전염성 해면상 뇌병증(TSEs)이라고 부르며, 인간에게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소에게는 광우병(BSE)이 대표적인 사례다. 광록병은 사슴과 엘크 등 사슴과 동물에서 발생하는 TSE의 한 형태다.
프리온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그 놀라운 저항성 때문이다. 일반적인 살균 처리나 고온 소독에도 파괴되지 않으며, 심지어 흙 속에서도 수년간 활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광록병에 오염된 지역은 장기간 청정 지역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감염된 사슴의 침, 소변, 분변 등을 통해 환경으로 배출된 프리온은 다른 건강한 사슴에게 직접 접촉 없이도 토양이나 식물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좀비 사슴병 광록병의 확산 경로와 생태계의 위협
광록병은 1960년대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30개 이상의 주와 지역으로 확산됐다. 특히 야생 개체군뿐만 아니라 사육되는 사슴 농장에서도 발병 사례가 꾸준히 보고돼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질병은 잠복기가 길어 수년 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감염된 개체가 질병을 확산시키는 주요 매개체가 된다.
광록병이 생태계에 미치는 위협은 단순한 개체 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감염된 사슴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포식자에게 쉽게 노출되거나, 사냥꾼에게 잡히는 경우도 늘어난다. 더 큰 문제는 프리온이 환경에 영구적으로 잔류한다는 점이다. 사슴이 죽고 분해되더라도 프리온은 토양에 흡착돼 오염원으로 남는다. 일부 연구에서는 식물이 오염된 토양을 통해 프리온을 흡수할 가능성도 제기됐는데, 이는 먹이사슬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좀비 사슴병 광록병은 단기적인 방역 조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장기적인 생태계 오염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인간 감염 가능성, ‘종(種)의 장벽’ 논란
광록병이 대중에게 가장 큰 공포를 주는 지점은 인간에게 전파될 가능성이다. 광록병은 광우병(BSE)과 같은 TSE 계열 질병으로, 광우병의 경우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을 통해 인간에게 전파된 선례가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 광록병이 인간에게 직접 전파된 사례는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이를 프리온이 종(種)을 넘어 감염될 때 극복해야 하는 ‘종의 장벽(Species Barrier)’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장벽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프리온은 변이성이 매우 높으며, 지속적인 숙주와의 접촉을 통해 장벽을 약화시키거나 넘어설 수 있다. 특히 광록병이 수십 년간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감염된 사슴 고기를 섭취하거나 오염된 환경에 노출되는 인간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 동물 실험에서는 광록병 프리온이 영장류에게 전파될 수 있음이 확인됐으며, 이는 인간에게도 잠재적 위험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사냥꾼이나 사슴 고기 소비자가 감염된 개체를 접촉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사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료제 없는 재앙, 광록병 통제는 인류의 숙제
좀비 사슴병 광록병은 현재까지 치료법이나 백신이 전무한 상태다. 프리온 질병의 특성상 발병 후에는 손상된 뇌 조직을 되돌릴 수 없으며, 진단 또한 사후 부검을 통해서만 확진이 가능하다는 점이 방역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광록병에 대한 대응은 ‘예방’과 ‘감시’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야생 동물 관리 당국은 감염된 개체를 발견 즉시 제거하고, 사냥꾼들에게는 사냥한 사슴의 검사를 의무화하며, 특히 뇌나 척수와 같은 고위험 부위의 섭취를 금지하도록 권고한다.
광록병 프리온은 환경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 오염된 사슴 서식지를 재생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이 질병이 단지 야생 동물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식량 안보와 환경 보건을 위협하는 장기적인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좀비 사슴병 광록병의 확산을 막고 종의 장벽을 지키기 위한 과학적 연구와 국제적인 협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변형 단백질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속적인 감시와 엄격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