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지원자 급감,빅5 병원 포함 전국적으로 심화된 의사 부족 현상
내년 상반기부터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할 전공의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서 지원율이 8.7%에 그치며 의료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모집을 마감한 결과, 3594명 정원에 불과 314명이 지원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의 지원율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전공의 공백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으로 유명한 ‘빅5 병원’의 지원율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들 병원의 모집 정원 대비 지원자는 68명에 불과해 전공의 부족 문제가 수도권 대형병원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병원에 193명이 지원했고, 비수도권 병원 지원자는 121명으로 집계됐다.
병원 관계자들은 “지원자 대부분이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 의사 인력 부족 사태가 전국적으로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와 정책 불신이 원인
이번 전공의 지원율 급감은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장기화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강행한 비상계엄 포고령과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면서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젊은 의사의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서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윤 대통령의 퇴진과 정부 의료정책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의료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의료 환경 개선이 없는 단순한 의대 정원 증가는 의료체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빅5 병원 전공의 감소, 5% 미만으로 추락
빅5 병원은 전공의 부족으로 의사 인력 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올해 전공의 수는 지난해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전공의는 740명이었으나 올해는 70명에 불과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작년 525명에서 올해 46명으로 줄었으며, 세브란스병원은 612명에서 49명으로 감소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도 각각 578명에서 35명, 287명에서 38명으로 줄어들었다.
빅5 병원의 전체 의사 수 역시 급격히 감소했다. 올해 의사 인력은 4463명으로, 2022년 6591명 대비 약 30%가 줄었다. 전공의는 전체 의사의 약 40%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5%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에서도 지원율 1.4%라는 낮은 성적을 기록하며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당시 추가 모집 지원자도 21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필수 의료는 물론 전문의 양성에도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병원 관계자들은 전공의 부족으로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환자 대기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공의 감소는 또한 필수 의료 공백과 전문의 양성의 차질을 초래하며 국민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병원 관계자들은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료 인프라의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특히 지역 병원과 필수 의료 분야의 공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신뢰 회복이 관건
이번 사태는 의료계와 정부 간 신뢰가 무너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정책을 재조정함으로써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일부 진료 수가를 올리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며, “의료 인력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공의 복귀와 의사 인력 재건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 지원율이 8.7%로 추락한 현재 상황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의 협력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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