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중력 환경, 뇌압 상승 유발: 중력 상실이 뇌 구조를 바꾼다. 화성 탐사 임무의 최대 난관으로 부상
고요한 우주 공간, 지구를 내려다보는 우주비행사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우주 방사능이나 기계적 고장이 아닐 수도 있다. 수년 간의 훈련을 거쳐 우주 정거장(ISS)에 도착한 이들은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후, 자신들의 시력이 영구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현상은 ‘우주비행 관련 신경안과 증후군(SANS: Spaceflight Associated Neuro-ocular Syndrome)’이라 불리며, 현재까지 우주비행사들의 60% 이상에게서 발현된 것으로 보고됐다.
SANS는 단순히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안구 뒷부분이 평평해지고 시신경이 부어오르며 심지어 망막에 주름이 생기는 등 심각한 구조적 변화를 동반한다. 인류가 화성으로 향하는 장기 우주 임무를 계획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세 중력 환경이 인체, 특히 뇌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의학적 호기심을 넘어 임무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과학적 난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SANS, 우주비행사의 직업병: 시력 저하의 임상적 징후
SANS의 임상적 징후는 우주비행사마다 다르게 나타나지만, 공통적으로 장기 체류 후 시력 검사에서 근시 변화가 관찰된다. 이는 지구에서 중력이 아래로 당기던 체액이 미세 중력 상태에서 머리 쪽으로 쏠리는 ‘체액 이동(Fluid Shift)’ 현상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구에서는 중력 덕분에 뇌척수액(CSF)이 순환하며 일정한 뇌압을 유지하지만, 중력이 상실되면 CSF가 두개골 내에 정체되거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 높아진 두개 내압(ICP)이 시신경을 둘러싼 막을 통해 안구 뒤쪽으로 전달되면서 시신경 유두 부종(Optic Disc Edema)을 유발하고, 결국 시력 저하 및 영구적인 안구 구조 변형을 초래하는 것이다. NASA는 2010년대 초반부터 이 증후군을 심각한 장기 임무 위험 요소로 분류하고 연구를 집중해 왔다.
뇌척수액 이동과 뇌압 상승 메커니즘 분석
중력 상실이 뇌 구조를 바꾼다는 사실은 자기공명영상(MRI) 연구를 통해 명확히 확인됐다. 귀환한 우주비행사들을 대상으로 한 MRI 분석 결과, 이들의 뇌실(Ventricle) 크기가 평균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실은 뇌척수액을 담고 있는 공간으로, 이 공간의 확장은 만성적인 뇌압 상승의 직접적인 증거로 풀이된다. 특히 연구진들은 우주비행사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뇌척수액이 뇌의 상부와 후방으로 이동하여 시신경 경로를 압박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는 지구에서 척추 쪽으로 분산되던 압력이 우주에서는 두개골 내에 집중돼, 뇌의 특정 영역, 특히 전두엽과 두정엽 주변의 회백질과 백질 부피에도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뇌의 특정 영역, 특히 감각 운동 피질과 관련된 회백질 부피가 감소한 반면, 뇌의 다른 영역에서는 부피가 증가하는 상반된 결과가 관찰됐다. 이는 미세 중력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뇌가 신경 경로를 재편하는 ‘신경 가소성’을 보인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재편 과정이 시력 손상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에서, 뇌의 적응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이 드러났다.
나 현 가든안과의원원장은 “우주비행 관련 신경안과 증후군(SANS)은 미세 중력 환경에서 체액 이동으로 인한 만성적 뇌압 상승이 주요 원인”이며, “이 높아진 두개 내압이 시신경 유두 부종을 유발하고 영구적인 시력 변화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MRI로 확인된 뇌 구조 변화: 회백질과 백질의 재편
장기 우주 체류가 뇌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광범위하다. 2020년대 초반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에서 6개월 이상 체류한 후 귀환했을 때, 뇌의 백질(White Matter) 구조에서도 변화를 보였다. 백질은 신경 세포들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데, 이 백질의 미세 구조적 변화는 뇌 기능의 효율성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뇌실 주변의 백질에서 확산 텐서 영상(DTI)을 통해 미세 구조의 변화가 감지됐는데, 이는 뇌척수액의 압력 증가가 단순히 시신경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의 연결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뇌 구조 변화는 우주비행사들의 인지 기능에도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비록 현재까지 심각한 인지 기능 저하가 보고되지는 않았으나, 장기간의 뇌압 상승이 미치는 누적 효과는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중력 상실이 뇌 구조를 바꾼다는 사실은 인류가 우주에서 생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생리학적 문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장기 우주 임무의 허들: 화성 탐사 계획의 중대한 변수
SANS의 위험은 화성 탐사 임무와 같은 장기 우주여행 계획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 화성 탐사는 왕복 3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기간 동안 우주비행사들이 지속적인 뇌압 상승과 시력 손상에 노출된다면 임무 수행 능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력이 영구적으로 손상된 우주비행사가 지구 귀환 후에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윤리적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각국 우주 기관들은 SANS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연구되는 주요 대책으로는 뇌압을 조절하기 위한 특수 우주복 개발, 인공 중력을 부분적으로 제공하는 원심 분리기 활용, 그리고 뇌척수액의 흐름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 등이 있다. 특히, 우주비행사들이 수면 중 음압(Negative Pressure)을 하체에 가하여 체액을 하체로 끌어내리는 장치(LBNP, Lower Body Negative Pressure)를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장치는 지구 중력과 유사한 압력 구배를 인위적으로 조성하여 뇌압 상승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력 상실 시대, 인류의 우주 정착을 위한 과제
중력 상실이 뇌 구조를 바꾼다는 과학적 사실은 인류의 우주 진출에 있어 생리학적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인체의 근본적인 적응 능력을 이해하고 보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SANS 연구는 단순히 우주비행사의 건강을 지키는 것을 넘어, 지구에서도 발생하는 특발성 두개 내압 항진증(Idiopathic Intracranial Hypertension)과 같은 질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우주비행사들의 뇌 구조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미세 중력 환경에서 뇌가 어떻게 재편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향후 인류의 성공적인 우주 정착을 위한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나 현 가든안과의원원장은 “SANS로 인한 시력 및 안구 구조의 영구적 변형은 화성 탐사와 같은 장기 우주 임무 수행 능력에 결정적인 위협이 된다”며, “지속적인 뇌압 상승을 완화하고 시신경 손상을 막기 위한 능동적인 압력 조절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