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사회 통합돌봄,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돌봄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이나 우리 자신이 나이가 들어 돌봄이 필요해질 때 어떤 모습으로 삶을 이어갈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진다. 과거에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요양 시설로 입소하는 것이 일반적 해결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익숙한 집과 이웃의 품 안에서, 개인에게 꼭 맞는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강력하게 주목받는다. 바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다. 이는 ‘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 나이 들기)’라는 국제적 흐름과도 맥을 같이하며, 고령화 시대의 해법으로 떠오른다. 이 글을 통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우리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심층적으로 알아본다.

살던 곳에서 누리는 돌봄, 그 개념과 진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의료, 요양, 주거, 복지 등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으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정의된다. 이는 단순히 시설 중심의 돌봄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삶의 존엄성과 연속성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치 개개인의 체형에 맞춰 옷을 재단하듯, 돌봄 대상자의 건강 상태, 경제 상황, 생활 환경, 사회적 관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케어 플랜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방문 간호, 재가 요양, 주거 환경 개선, 식사 배달, 이동 지원, 사회 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한다. 돌봄 대상자가 시설에 갇히는 대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이웃과 소통하며 일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개념은 2018년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소개됐고, 이후 ‘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명칭이 변경되며 정책적 틀을 공고히 했다. 이는 다가올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제도 도입 초기부터 지역 중심의 서비스 전달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특히,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겠다는 비전 아래, 돌봄 서비스의 제공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위기상황에서의 긴급돌봄지원사업,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새로운 대안
초고령사회 도래와 돌봄 패러다임의 변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가 자리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5년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3년 기준 고령인구 비율은 이미 18.4%를 넘어서는 등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는 요양 및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고, 기존의 시설 중심 돌봄 시스템은 그 한계를 드러냈다. 시설 이용료 부담 또한 만만치 않아 많은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쳤으며, 시설 입소 대기 기간 장기화 등의 문제도 불거졌다.
동시에,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깊어졌다. 사람들은 낯선 시설보다는 정든 집에서 가족, 이웃과 함께 삶을 지속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품게 됐다. 이러한 요구는 돌봄의 패러다임을 시설 중심에서 개인의 삶의 질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지역사회 기반 돌봄으로 전환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이나 시설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가 된 것이다.

맞춤형 케어 플랜과 지자체 중심의 역할 강화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스템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할까? 이 시스템의 핵심은 개인별 ‘케어 플랜(돌봄 계획)’ 수립이다.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지역사회 통합돌봄 창구에 상담을 요청하면, 전담 케어매니저(사회복지사, 간호사 등)가 직접 찾아가 심층적인 욕구 사정(Assessment)을 진행한다. 건강 상태, 사회 활동, 주거 환경, 가족 관계, 경제 상황 등 개인의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돌봄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에 따라 보건의료(방문 간호, 재활 치료), 요양(방문 요양, 목욕), 복지(식사 배달, 안부 확인), 주거(문턱 제거, 안전 손잡이 설치), 이동(외출 동행, 차량 지원), 그리고 사회 참여(여가 프로그램, 자조 모임) 등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계된다. 예를 들어, 거동이 불편하고 만성 질환을 앓는 어르신에게는 주 2회 방문 간호 서비스와 함께, 식사 준비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영양 맞춤형 식사 배달 서비스, 낙상 예방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문턱 제거, 안전 바 설치), 그리고 심리적 안정을 위한 말벗 서비스 등이 한 번에 제공되는 식이다. 또한, 필요한 경우 병원 진료 연계나 요양 등급 신청 지원도 이루어진다.
이 모든 과정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자체는 지역 내 보건소, 의료기관, 복지관, 재가장기요양기관, 자원봉사단체 등 다양한 인프라와 자원을 활용해 통합적인 돌봄 전달 체계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지역사회 통합돌봄 협의체를 구성하여 민간과 공공의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돌봄 모델을 개발 및 적용하는 데 힘쓴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부터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1차 시범사업’을 12개 지자체에서 시작하며, 더욱 고도화된 통합돌봄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이는 의료와 돌봄의 연계를 강화하여 퇴원 후 돌봄 공백을 메우고, 재택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둔다.
통합돌봄의 현재와 미래: 장점과 극복 과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우리 사회에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가장 큰 장점은 돌봄 대상자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이다. 익숙한 환경에서 돌봄을 받으며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시설 중심 돌봄의 한계였던 ‘탈시설화’를 촉진하고, 예방적 돌봄을 통해 불필요한 입원이나 시설 입소율을 줄여 사회 전체의 돌봄 비용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나타났다. 또한, 개인의 필요에 맞춘 서비스 제공으로 돌봄 대상자와 가족의 만족도 역시 높게 나타났다. 지역사회의 공동체 기능을 활성화하고, 고령자들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첫째, 법적 기반 미흡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포괄하는 단일 법률이 부재해, 각 사업이 개별 법령에 근거하거나 지침으로 운영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둘째, 서비스 제공 주체들(의료기관, 복지관, 재가기관, 지자체 등) 간의 협력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처 간 칸막이 행정과 서비스 기관 간 정보 공유 부족은 통합 서비스 제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셋째,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전문 인력 부족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지속 가능한 돌봄 시스템을 위한 재정 확충 방안 마련과 더불어, 돌봄 인력의 양성 및 처우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넷째, 각 지자체의 역량에 따라 서비스의 질과 범위에 차이가 발생하는 ‘서비스 격차’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지역 간 인프라 불균형과 지자체장의 정책적 의지 차이가 서비스 격차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간다.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지역사회 통합돌봄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전달체계 고도화를 위해 읍면동 복지허브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센터 설치를 확대한다. 또한, 다직종 전문가 양성과 돌봄 종사자의 처우 개선, 그리고 재정 지원 확대 및 효율화 방안을 모색한다.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기반 모니터링, 인공지능(AI) 돌봄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 돌봄을 강화하여 돌봄의 효율성과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궁극적으로는 누구든 살던 곳에서 존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단순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령화 시대에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익숙한 공간에서 개인의 삶을 존중하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 유지와 지속 가능한 복지 국가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비록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통합돌봄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할 미래형 돌봄 모델임이 분명하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기사
베일에 싸인 잃어버린 가야 왕국의 숨겨진 진실: ‘임나일본부설’ 논란을 넘어서는 고고학적 재조명과 국제적 위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