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상봉합술 많이 했다고 심사 대상? 건강보험 모니터링의 역설: 필수 급여 진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행정적 압박
2025.10.29 모 전문지에서 의료 기관이 보험 진료를 성실히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의 횟수가 지역 내 평균치를 넘어섰다는 이유만으로 공적 기관으로부터 ‘자율 점검’을 권고하는 통지서를 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특히 낮은 수익성 때문에 대다수 전문의가 기피하는 외상 봉합 처치나 피부 양성 종괴 절제술 등 환자의 접근성이 매우 중요한 영역에서 이러한 행정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성은 더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공단·심평원)이 ‘부당 청구 예방’을 목적으로 발송한 청구 경향 모니터링 안내문이 실제로는 꼭 필요한 보험 진료를 위축시키고, 결국 의료 공급자들을 수익성이 높은 비급여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라는 목표가 정작 국민의 필수의료 접근성을 해치는 부작용을 낳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환자를 외면하게 만드는 ‘평균’의 덫
문제의 핵심은 통계적 평균치에 기반한 기계적인 관리 방식이다. 최근 공개된 사례를 살펴보면, B 피부과의원은 3개월간 지역 평균 16건이었던 피부 양성 종괴 적출술(지방종 제거 등)을 103건이나 시행했다는 이유로 공단의 ‘경고성 서신’을 수령했다. 이 의원은 미용 대신 보험 진료에 집중해 왔으며, 환자의 90% 이상이 건강보험 환자였다. 마찬가지로 얼굴 부위 외상 봉합을 많이 처리해 온 A 성형외과 역시 심평원으로부터 난도 높은 처치(변연 절제 등)를 100% 청구했다는 점을 지적받으며 선별적 진료를 권고받았다. 이들 의원은 대다수 전문 클리닉이 저수가와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해당 급여 항목을 사실상 방치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환자들을 수용해왔다.
평균이 낮다는 것은 해당 지역 의료기관들이 해당 진료를 회피하거나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증일 뿐이다. 즉, 평균을 초과하는 의료 기관은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인 필수 치료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잠재적인 부당 청구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자체 감사’를 요청하는 행위는, 성실하게 급여 항목을 수행하는 의사들에게 ‘환자를 골라 받으라’는 무언의 지시나 다름없다. 이는 의사들에게 봉사나 윤리의식을 강요하는 것을 넘어, 행정력을 동원해 이들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건강보험 영역에서 손을 떼도록 유도하는 비합리적인 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재정 절감 명분 뒤에 숨겨진 진료 위축
공단과 심평원은 이러한 안내문이 부당 청구를 사전에 예방하고 적정 진료를 유도하기 위한 ‘계도성’ 차원의 조치이며, 곧바로 현지 실사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행정 당국의 이러한 입장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현장의 의사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공포심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 통지서를 받은 의사들은 자신들이 마치 범죄자 취급을 받는 듯한 심각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특히 피부암 의심 사례 조직 검사처럼, 조기 진단 및 대형 병원 의뢰로 이어지는 필수적인 행위조차 모니터링 대상이 됐다면, 이는 통계적 감시가 의사의 적극적인 진료 행위를 저해하는 ‘방어 진료’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공단과 심평원이 진정으로 적정 청구를 유도하고자 한다면, 지역 수요와 의료기관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평균 건수를 잣대로 삼을 것이 아니라, 해당 진료의 의료적 타당성이나 실제 오진율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저수가로 인해 기피되는 필수 진료 영역에서 높은 수행도를 보이는 기관을 오히려 독려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지금의 방식은 건강보험 재정 압박을 해소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필수 의료 공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만약 이대로 방치한다면, 성실히 급여 진료를 해오던 의료진마저 결국 비급여 미용 시술로 전향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국민이 지방종 제거와 같은 기본적인 수술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을 맞이하게 됨을 시사한다.
이제 행정 당국은 통계적 기준을 넘어선 고강도 감시 체계가 필수의료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역 주민의 의료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기관을 예비 부당 청구자로 낙인찍는 현재의 모니터링 시스템은 즉각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급여 진료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낮은 수가로 인해 공급이 부족한 영역일수록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인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공단과 심평원은 단순히 재정의 ‘절감’만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배분’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를 외면한 채, 열심히 일하는 의료기관에 행정적 경고를 남발하는 것은 정책적 태만이다. 보건 당국은 필수 의료 제공에 앞장서는 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통계의 함정에 빠진 무차별적인 압박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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