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의 신목 참나무 잎부터 수피까지 ‘이것’ 놓치면 안 되는 이유
한국 산림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참나무(Quercus)가 기후 변화 시대의 핵심 산림 자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참나무는 예로부터 ‘진짜 나무’라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목재, 땔감, 식량(도토리)을 모두 제공하는 유용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서양 신화에서는 제우스나 토르 같은 천둥신의 신목으로 여겨질 만큼 강력한 상징성을 지녔다. 참나무는 단순한 활엽수를 넘어, 산림 생태계의 기반을 이루고 경제적 가치까지 제공하는 다재다능한 수종이다.
최근 산림청은 참나무류를 탄소 흡수 및 산림 복원의 핵심 수종으로 지정하고, 그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참나무는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 6가지 주요 수종을 아우르며, 각 수종은 고유의 특성을 바탕으로 목재, 코르크, 식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특히 도토리 채취와 관련된 산림 법규가 강화되면서, 참나무의 경제적 활용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국가 산림 자원 관리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처럼 참나무는 전통적인 식량 자원의 역할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기후 변화 시대, 참나무가 탄소 흡수 ‘최강자’로 주목받는 이유
참나무류는 국내 활엽수 중에서도 뛰어난 탄소 흡수 능력을 자랑하며 기후 변화 대응의 핵심 수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산림 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참나무는 생장 속도가 빠르고 목재 밀도가 높아 단위 면적당 저장하는 탄소량이 다른 수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신갈나무와 상수리나무는 전국 산지에 넓게 분포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참나무림의 면적을 확대하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참나무 숲은 산불 저항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활엽수인 참나무는 침엽수에 비해 수분 함량이 높고, 잎이 넓어 불이 쉽게 번지는 것을 막는 방화림 역할을 한다. 최근 대형 산불 발생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산림청은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를 활용한 방화대 조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생태계 보존을 넘어, 국가 재난 예방 차원에서 참나무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는 움직임이다.
넉넉한 그늘, ‘느티나무 장수와 풍요의 상징’으로 우뚝 서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다
굴참나무 수피 ‘코르크’와 고급 목재 시장의 재편
참나무는 전통적으로 땔감이나 숯을 만드는 용도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고급 목재와 특수 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급상승했다. 참나무 목재는 단단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하드우드로 분류되며, 특히 가구, 마루재, 와인 숙성용 오크통 제작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북미산 화이트 오크(White Oak)가 유명하지만, 국내 참나무류 역시 특유의 아름다운 무늬와 강도로 인해 프리미엄 가구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중 굴참나무는 독특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굴참나무의 두꺼운 수피는 코르크의 원료로 사용된다. 코르크는 와인 마개뿐만 아니라 단열재, 건축 자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산림청은 굴참나무의 코르크 생산 기술을 국산화하고, 국내 코르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연구 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굴참나무는 수피를 벗겨내도 나무가 죽지 않고 재생되는 특성이 있어 지속 가능한 자원 활용 모델을 제시한다.

도토리 채취, 개인의 식량에서 산림 자원 관리의 영역으로
참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는 예로부터 구황작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는 도토리묵이나 젤리 등 건강 식품의 원료로 꾸준히 사랑받는다. 그러나 최근 무분별한 도토리 채취가 야생동물의 먹이 부족을 초래하고 산림 생태계를 위협하는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따라 산림 당국은 도토리 채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산림보호법 및 국유림법에 따르면, 허가 없이 국유림이나 사유림에서 도토리를 대량 채취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특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채취할 경우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산림청은 2025년 가을철을 맞아 도토리 채취 관련 계도 및 단속을 강화했으며, 이는 도토리가 단순한 개인의 식량이 아니라 산림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야생동물의 중요한 먹이 자원임을 강조하는 조치다. 도토리 채취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량의 자가 소비 목적에 한해서만 허용되는 추세다.
천둥신의 신목, 참나무 숲이 선사하는 치유 효과
참나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성한 의미를 지닌다. 서양에서는 참나무가 벼락을 잘 맞는 특성 때문에 제우스(그리스)나 토르(북유럽)와 같은 천둥신의 신목으로 숭배됐다. 이러한 문화적 상징성은 참나무가 가진 강인함과 생명력을 반영한다. 한국에서도 참나무는 ‘참(진짜)’이라는 이름처럼 굳건하고 변치 않는 가치를 상징해 왔다.
현대에 들어서는 참나무 숲이 제공하는 산림 치유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참나무 숲에서 방출되는 피톤치드와 테르펜 성분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산림청은 전국 주요 참나무 군락지를 중심으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치유의 숲 조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참나무 숲은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 현대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장소로 활용된다.
참나무는 한국 산림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수종으로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흡수원 역할부터 고급 목재 및 코르크 자원으로서의 경제적 활용, 그리고 국민 건강을 위한 산림 치유 공간 제공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그 가치를 입증했다. 특히 산림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생태계 보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중요해졌다. 참나무 숲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중요한 국가 자산이자, 환경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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