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유발 물질을 뇌에서 청소하는 천마 속 가스트로딘,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 희망 되나
사랑하는 가족의 기억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고통, 알츠하이머병(치매)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다.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치매를 완벽하게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 요원했다. 그러나 최근 전통 약재인 ‘천마(天麻)’의 핵심 성분이 뇌 속의 치명적인 ‘쓰레기’를 청소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알츠하이머 치료 패러다임에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이 연구는 천마의 주요 성분인 ‘가스트로딘(Gastrodin)’이 뇌신경 보호 효과를 넘어, 치매 유발 물질을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수천 년간 사용돼 온 전통의 지혜가 현대 과학의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떠오른 것이다.

기억을 앗아가는 뇌 속의 ‘쓰레기’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 조각들이 뇌 속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 신경 세포를 파괴하는 독성 플라크를 형성한다. 이 플라크가 쌓일수록 뇌 기능은 점차 마비되고, 결국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다.
현재까지 개발된 많은 치매 치료제는 이 아밀로이드 베타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이미 형성된 플라크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임상 시험에서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뇌 속의 청소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독성 물질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절실했다.
전통 약재 천마의 재발견: 핵심 성분 ‘가스트로딘’
천마는 예로부터 중풍, 두통, 현기증 등에 사용돼 온 귀한 약재다. 특히 뇌 기능 개선 및 신경 안정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왔다. 현대 과학은 천마의 이러한 효능이 ‘가스트로딘’이라는 특정 성분 덕분임을 밝혀냈다. 가스트로딘은 수용성 페놀 화합물로, 강력한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을 하며 뇌혈관 장벽(BBB)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최근 연구팀은 이 가스트로딘이 단순한 신경 보호를 넘어, 뇌 자체의 청소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천마가 단순한 민간요법을 넘어, 치매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갖춘 혁신적인 물질로 재평가되는 계기가 됐다.
김정권 새생명한의원 원장은 “천마는 전통적으로 뇌의 기혈 순환을 돕고 경련을 진정시키는 데 사용돼 왔다. 현대 연구를 통해 그 핵심 성분인 가스트로딘이 뇌신경 세포의 사멸을 막고, 더 나아가 치매 유발 물질을 직접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확인됐다는 점은 전통 의학의 지혜가 현대 난치병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가스트로딘의 작용 메커니즘: 뇌신경 보호 효과
가스트로딘이 아밀로이드 베타를 청소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설명된다. 첫째, 가스트로딘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신경 세포에 미치는 독성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킨다. 이는 신경 세포의 생존율을 높이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둘째, 더욱 중요한 것은 가스트로딘이 뇌의 자가 포식(Autophagy)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이다. 자가 포식은 세포가 손상되거나 불필요한 단백질 덩어리(아밀로이드 베타 포함)를 스스로 분해하고 제거하는 일종의 청소 시스템이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이 자가 포식 기능이 약해지는데, 가스트로딘이 이 기능을 촉진함으로써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효과적으로 막는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가스트로딘을 투여한 모델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의 양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인지 기능 저하 속도 또한 늦춰지는 것이 관찰됐다. 이는 가스트로딘이 치매의 근본적인 병리를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 물질임을 시사한다.
임상 적용의 가능성: 치매 치료 패러다임 변화 예고
이러한 연구 결과는 천마 추출물 또는 순수 가스트로딘 성분을 활용한 치매 예방 및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스트로딘은 이미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독성이나 안전성 면에서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다. 향후 가스트로딘의 뇌 투과율을 높이고 생체 이용률을 개선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 연구가 활발해진다면, 치매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천마 유래 성분이 임상 시험을 통과하고 상용화된다면, 기존의 합성 의약품 중심이었던 치매 치료 시장에 천연물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는 환자들에게 부작용 부담이 적은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미래의 도전과 전망
천마와 가스트로딘 연구는 희망적이지만,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많은 도전이 남아 있다. 연구 결과가 동물 모델에서 인간 임상으로 성공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규모, 장기간의 임상 시험이 필수적이다. 또한, 천마의 재배 환경 및 수확 시기에 따른 가스트로딘 함량의 표준화, 그리고 최적의 복용량 및 제형 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치매라는 절망적인 질병에 맞서 전통 약재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연구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천마는 단순히 뇌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뇌의 자정 능력을 복원하여 치매 유발 물질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미래 치료제의 초석이 될 수 있다.
김정권 새생명한의원 원장은 “가스트로딘의 발견은 치매 예방과 관리에 있어 천연물 의약품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이 성분을 활용한 정밀한 임상 연구가 진행된다면, 수년 내에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가져다줄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제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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