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충격파 등 비급여 90% 자부담, 중증 집중 vs. 경증 축소… 의료계·소비자 갈등 심화
정부가 체외충격파,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에 대한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률을 대폭 인상하고, 비급여 항목의 보장 한도를 줄이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은 비급여 과잉 소비를 막고 의료보험 체계를 재정비하려는 취지이지만, 의료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비중증 치료, 본인 부담금 최대 90%로
정부는 실손보험의 과잉 소비를 막기 위해 비중증 치료에 대한 본인 부담금을 기존 평균 20%에서 최대 90%까지 올릴 방침이다. 대표적인 예로 도수치료와 체외 충격파 치료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는 비급여 치료비의 대부분을 보험사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어, 과잉 진료 및 비급여 항목 소비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정부는 비중증 치료에 대한 보험 의존도를 낮추고, 중증 치료 보장에 집중하기 위해 하루 최대 보장 한도를 20만 원으로 제한하고, 연간 보장 한도를 1000만 원으로 낮출 예정이다.
경증 응급실 이용 비용, 대폭 증가
비단 도수치료와 같은 비급여 항목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에 대한 본인 부담률도 기존보다 약 4.5배 인상할 계획이다. 이는 응급실 과밀화를 줄이고, 응급실이 중증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응급실을 경증 질환으로 방문할 경우, 현재는 약 1만~2만 원의 본인 부담금으로 진료가 가능하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약 4만~10만 원까지 부담금이 올라갈 전망이다.
중증 질환 보장 강화, 임신·출산 항목 신설
개편안의 또 다른 핵심은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 확대다. 중증 질환 보장 항목에는 기존 항목 외에도 임신 당뇨, 전치태반, 자궁외임신 등 임신과 출산 관련 중증 질환이 새롭게 포함된다.
특히 고령화 사회를 고려해 실손보험 가입 가능 연령을 기존 75세에서 90세로 늘리는 방안도 개편안에 포함되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중증 질환 환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보험 체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비급여 통제 강화, 의료계·소비자 반발 예상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비급여 통제가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하고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정부가 비급여를 관리급여로 지정하고 본인 부담금을 대폭 올릴 경우, 환자는 필요한 치료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의료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는 계속 오르는데, 정작 필요한 보장은 줄어들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만성질환 환자나 노년층 가입자에게 이번 개편안은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1·2세대 실손보험 재매입… 시장 정상화 목표
이번 개편안의 또 다른 주목할 점은 과거에 출시된 1세대 및 2세대 실손보험 상품의 재매입 방안이다. 1·2세대 실손보험은 과거에 출시된 상품으로, 보험료 대비 보장이 과도하게 넓어 보험사의 재정 악화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부는 이러한 구형 상품의 재매입을 통해 보험 구조를 간소화하고, 실손보험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입자 입장에서는 기존 상품을 유지할 권리와 보장 축소에 대한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비급여 정보 공개, 의료소비자 선택권 강화
정부는 개편안과 함께 병의원의 비급여 항목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비급여 통합 포털’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의료소비자들은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비교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의 실손보험 개편안은 실손보험 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중증 환자 중심으로 의료 자원을 재분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비중증 환자와 의료계의 반발,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동시에 제기되는 만큼, 이번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의료 현장과 보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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