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5프로 절제 후 수 주 만에 재생되는 간, 생명 연장의 기적을 쓰다
인간의 장기 중 손상된 조직을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은 제한적이지만, 간(肝)은 예외적인 재생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간은 전체 용적의 최대 75%까지 절제된 후에도 수 주에서 수개월 내에 원래의 크기와 기능을 거의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는 인체 유일의 장기다. 이러한 간의 독특한 재생 능력은 간암이나 간경변증 환자에게 필수적인 간 절제술과 생체 간 이식의 근간이 된다.
간의 재생 메커니즘은 단순히 손상된 세포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간세포 성장 인자(HGF)를 비롯한 다양한 사이토카인과 호르몬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세포 분열을 유도한다. 이 과정은 정교하게 통제되며, 간의 기능적 요구량에 따라 재생 속도가 조절된다. 특히 생체 간 이식의 경우, 기증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간 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놀라운 재생 능력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간 질환이나 심각한 손상은 재생 과정을 저해할 수 있다. 간경변증과 같은 질환은 간세포의 증식 능력을 떨어뜨리고 섬유화를 유발하여 재생을 방해한다. 따라서 간의 재생 능력을 극대화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분자생물학적 연구와 임상적 접근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간의 재생 비밀을 통해 간 질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분석한다.

간 재생 능력의 과학적 근거: 75% 절제 후 회복 메커니즘
간이 75%까지 절제된 후에도 빠르게 재생되는 현상은 보상적 증식(Compensatory Hyperplasia)이라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이는 세포가 단순히 크기만 커지는 비대(Hypertrophy)가 아니라, 남아있는 간세포들이 활발하게 분열하여 세포 수를 늘리는 증식(Hyperplasia)을 의미한다.
간 절제 직후, 남아있는 간 조직은 혈류량과 대사 부하 증가를 감지하고, 즉시 재생 신호를 활성화한다. 이 신호의 핵심에는 간세포 성장 인자(HGF)와 인터루킨-6(IL-6) 같은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있다. HGF는 간세포의 DNA 합성과 분열을 직접적으로 유도하며, IL-6는 재생 과정의 초기 단계를 촉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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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간 이식 성공의 열쇠: 공여자 간의 안전성과 회복 기간
간의 뛰어난 재생 능력 덕분에 생체 간 이식(Living Donor Liver Transplantation)이 가능해졌다. 생체 간 이식은 기증자의 간 일부(주로 우엽 또는 좌엽)를 절제하여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기증자에게서 절제되는 간의 비율은 일반적으로 30%에서 70% 사이이며, 기증자의 잔존 간 용적이 최소 30% 이상 확보될 경우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기증된 간은 이식 후 6주에서 8주 이내에 80% 이상 원래 크기로 회복되며, 기능적으로도 완전히 정상화된다. 이러한 빠른 회복 속도는 간 절제술의 안전성을 담보하며, 간 이식 대기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제공하는 중요한 의료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간 재생을 조절하는 복잡한 분자 신호 전달 경로
간 재생 과정은 정교하게 조절되는 다단계 프로세스다. 초기 단계에서는 염증 반응이 일어나며 IL-6와 TNF-α(종양 괴사 인자 알파) 같은 사이토카인이 분비되어 간세포를 분열 준비 상태로 만든다. 이후 HGF와 EGF(상피세포 성장 인자)가 작용하여 간세포를 G1기에서 S기로 진입시켜 DNA 복제를 시작하게 한다. 재생이 진행됨에 따라, 간은 원래 크기에 도달하면 TGF-β(형질 전환 성장 인자 베타)와 같은 억제 인자를 분비하여 세포 증식을 중단시킨다.
이러한 복잡한 신호 전달 경로의 이해는 간 질환 치료제 개발의 핵심 목표가 됐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경로를 조절하여 만성 간 질환 환자의 재생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간 재생 능력을 저해하는 요인과 간 건강 관리의 중요성
간은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가졌지만, 만성적인 손상 앞에서는 이 능력이 현저히 감소한다. 특히 알코올성 간 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등으로 인해 간경변증이 발생하면, 간 조직이 섬유화되어 딱딱해지고 재생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된다. 섬유화된 간은 정상적인 간세포 증식을 방해하며, 재생된 세포가 기능적으로 불완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간 재생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간 손상을 유발하는 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적절한 체중 관리가 간의 염증 상태를 개선하고 재생 능력을 보존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의 놀라운 재생 능력은 현대 의학에서 간 질환 치료와 이식 분야에 혁명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최대 75%까지 절제 후에도 기능을 회복하는 간의 비밀은 HGF와 같은 성장 인자들의 정교한 조절 시스템에 기인한다. 하지만 만성적인 질병 상태에서는 이 재생 능력이 무력화될 수 있으므로, 간 건강을 유지하는 예방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향후 간 재생 메커니즘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는 손상된 간 기능을 완전히 복원하는 재생 의학 기술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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