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경고 인두암, 조기 진단의 중요성
“목이 쉬는 단순한 감기 증상일 뿐”이라고 치부했던 40대 직장인 A씨는 수개월간 지속된 목의 불편함 끝에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진단명은 인두암(Pharyngeal Cancer). 목구멍의 일부인 인두에 발생하는 이 암은 과거에는 주로 중년 이후의 흡연과 음주력이 있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인두암의 발병 양상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흡연력이 없는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있다. 인두암은 초기 증상이 모호하여 ‘침묵의 암’으로 불리기도 하며, 조기 진단이 늦어질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대중의 경각심이 필요하다.

인두암, 흡연의 그림자에서 HPV의 위협으로
인두는 비인두, 구인두, 하인두로 나뉘며, 이 중 구인두(편도와 혀뿌리 포함)에 발생하는 암이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두암의 주요 위험 인자는 장기간의 흡연과 과도한 음주였다. 이 두 요소는 인두 점막에 지속적인 손상을 입혀 암 발생 위험을 수십 배 높였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서구권에서 시작된 변화는 한국에서도 뚜렷하게 관찰된다. 바로 HPV 감염으로 인한 구인두암의 폭발적인 증가다.
전문의들은 구인두암 환자 중 HPV 양성 비율이 6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흡연으로 인한 암보다 예후가 상대적으로 좋지만,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고가 됐다. HPV는 주로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구강 성교 등을 통해 인두 점막에 감염되면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암을 유발한다. 이처럼 인두암의 주요 원인이 흡연에서 HPV로 이동하면서, 질병에 대한 접근 방식과 예방 전략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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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기 쉬운 ‘침묵의 경고’와 조기 진단의 중요성
인두암의 가장 큰 문제는 초기 증상이 매우 비특이적이라는 점이다. 많은 환자가 단순한 인후염이나 편도염으로 오인하여 치료 시기를 놓친다. 인두암이 보내는 ‘침묵의 경고’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지속적인 목 통증 또는 불편감이다. 특히 한쪽 목에만 통증이 느껴지고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주의해야 한다. 둘째, 삼킴 곤란(연하 곤란)이다.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이 느껴지거나, 음식물이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셋째, 목소리의 변화다. 목이 쉬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넷째, 목 주변의 멍울이다. 암이 경부 림프절로 전이되면서 목에 딱딱하고 통증 없는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가 흔하다.
인두암은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까다롭다. 따라서 위와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진(내시경 검사, 조직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서울 민병원 정광윤 두경부이비인후과 원장은 “최근 인두암, 특히 구인두암 환자에서 HPV 양성 비율이 급증하면서 흡연력이 없는 젊은 층에서도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며, “이제 인두암 예방은 단순한 금연을 넘어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자궁경부암 예방으로만 알려져 있던 HPV 백신을 남녀 모두 접종하여 구인두암 발생률을 낮추는 것이 가장 강력한 예방 전략이다”라고 강조했다.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HPV 양성/음성 맞춤 치료
인두암 치료는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을 단독 또는 병합하여 시행한다. 최근에는 HPV 감염 여부에 따라 치료 전략이 세분화되고 있다. HPV 양성 인두암은 일반적으로 방사선과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좋고 예후가 우수하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치료 동향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광범위한 수술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로봇 수술(Transoral Robotic Surgery, TORS)과 같은 최소 침습 수술 기법이 도입되어 기능 보존에 중점을 둔다. 또한, 진행성 인두암 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가 표준 치료의 일부로 자리 잡으며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재발성 또는 전이성 인두암에서 면역관문억제제의 역할이 커지면서, 장기 생존율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두암 예방의 핵심 열쇠: 금연과 HPV 백신
인두암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전히 흡연과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것이다. 특히 흡연은 인두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두경부암의 발생 위험을 압도적으로 높이는 요인이다. 금연은 인두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조치다.
더 나아가, HPV 관련 인두암의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HPV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 예방 목적으로 주로 알려져 있지만, 구인두암을 포함한 두경부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으며, 이는 미래 세대의 인두암 발생률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인 역시 HPV 감염 위험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백신 접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두암은 더 이상 특정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들만의 질병이 아니다. HPV 시대를 맞아 누구나 경계해야 할 질병이 됐다. 목소리가 보내는 작은 ‘침묵의 경고’에도 귀 기울이고, 적극적인 예방과 조기 진단 노력을 통해 이 새로운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서울 민병원 정광윤 두경부이비인후과 원장은 “인두암은 초기 증상이 경미하여 단순 감기로 오인하고 방치하다가 3기 이상 진행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한쪽 목에만 느껴지는 지속적인 불편감, 2주 이상 지속되는 연하 곤란이나 목소리 변화는 인두암의 주요 경고 신호입니다. 이러한 비특이적 증상이 길게 이어진다면 지체 없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진을 받는 것이 조기 진단 및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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