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코타르 증후군’, 생명체로서의 근본을 뒤흔들다.
코타르 증후군은 자신이 이미 죽었거나, 자신의 내부 장기가 사라졌거나, 심지어 세상 전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매우 희귀하고 충격적인 정신 질환이다. 이 증상을 겪는 환자들은 스스로를 ‘걸어 다니는 시체(Walking Corpse)’라고 칭하며,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부정하는 극단적인 망상에 사로잡힌다. 이는 단순히 심각한 우울증을 넘어선, 뇌 기능의 근본적인 오류가 ‘나’라는 주체의 존재론적 확신 자체를 뿌리부터 흔드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 증후군의 공식적인 명칭은 프랑스 신경학자 줄 코타르(Jules Cotard)가 1880년에 이 증상을 처음 기록하고 기술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 코타르는 환자가 신체의 일부가 없다고 믿거나, 자신이 영원히 저주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례를 발표했다. 코타르 증후군의 핵심은 허무망상(Nihilistic Delusion)으로, 이는 생명, 존재, 세상 등 모든 것의 무의미함이나 부재를 확신하는 망상이다. 환자는 자신이 음식을 먹을 필요도, 잠을 잘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자신이 병에 걸려 죽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도 부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를 인식하는 뇌 회로의 혼란
코타르 증후군이 발병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신경과학계는 뇌의 특정 영역, 특히 얼굴 인식과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영역의 기능 이상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가설 중 하나는 안면 인식 영역과 감정 반응 영역 사이의 연결 오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거울을 볼 때 자신의 얼굴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그 얼굴이 ‘나’임을 확인하며 익숙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그러나 코타르 증후군 환자 중 일부는 자신의 얼굴을 보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 낯설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는 감각 정보(예: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는 정상적으로 처리되지만, 그 정보에 대해 주체적인 감정적 연결(feeling of ownership)을 부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일 수 있다. 다시 말해, 뇌가 자신의 감각 정보에 대해 “이것은 나다”라는 확신을 주는 ‘존재감’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단절은 점차 “내 몸은 내가 아니다” 또는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망상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신경학적 기제는 종종 안면인식장애와 관련 있는 측두엽과 두정엽의 기능 이상과도 연관되어 연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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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조현병, 그리고 신체 질환과의 복잡한 연관성
코타르 증후군은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보다 심각한 우울증, 조현병(정신분열증), 그리고 심지어 특정 신체 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각한 우울증은 코타르 증후군의 가장 흔한 선행 요인 중 하나이다. 깊은 절망감과 허무주의가 극대화되면서, 환자의 자기 부정적인 생각이 “나는 죽었다”는 확신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또한, 뇌졸중, 뇌종양, 혹은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학적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서도 이 증후군이 발병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뇌의 물리적인 손상이나 화학적 불균형이 ‘자아(Self)’를 인지하고 구성하는 복잡한 신경 회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특히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물질의 조절 이상이 망상 형성 과정에 기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코타르 증후군은 단순한 심리적 문제가 아닌, 뇌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가 수반된 복합적인 정신신경질환으로 이해된다. 치료는 기저 질환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항우울제나 항정신병 약물 치료와 함께 때로는 전기경련 요법(ECT)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의 어려움: ‘나’를 긍정하게 만들기
코타르 증후군의 치료는 환자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망상에 깊이 빠져 있기 때문에 매우 까다롭다. 환자는 자신이 죽었으므로 약물이나 치료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거나, 음식 섭취를 거부하여 영양실조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치료의 첫 번째 목표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다.
약물 치료는 주로 기저에 깔린 우울증이나 정신병적 증상을 완화하는 데 집중된다. 항우울제와 항정신병 약물의 조합이 흔히 사용되며, 특히 망상의 강도가 높을 경우 전기경련 요법(ECT)이 단기간에 극적인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ECT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재조정하여 신경회로의 불균형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여겨지며,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심각한 우울증과 망상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수단이 된다. 심리 치료 역시 중요하지만, 망상의 확고함 때문에 초기에는 약물 치료가 주를 이루며, 점차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여 현실 검증 능력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결국 이 질환의 극복은 뇌가 ‘나는 살아있다’는 존재의 긍정을 되찾는 과정이 된다.
코타르 증후군이 던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
코타르 증후군은 단순히 한 개인의 질병을 넘어, ‘인간의 자아(Self)’와 ‘존재(Being)’가 얼마나 취약하고 복잡한 신경 회로에 의존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나의 존재’라는 확신이 뇌의 특정 연결 고리 하나에 의해 송두리째 부정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 존재의 신경학적 토대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증후군을 겪는 환자들의 사례 연구는 인간의 의식과 자아 인식이 단순히 하나의 뇌 영역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 감정, 인지 능력이 복잡하게 얽힌 회로망의 정교한 상호작용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코타르 증후군에 대한 깊은 이해는 언젠가 인간의 의식과 자아 인식에 대한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으며,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이 뇌가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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