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이냐 소염이냐… ‘국민 진통제’ 타이레놀과 부루펜의 현명한 사용 설명서
두통, 치통, 생리통, 혹은 갑작스러운 발열. 일상에서 예기치 못한 통증이나 증상이 찾아올 때, 대부분의 가정이 가장 먼저 찾는 약이 있다. 바로 ‘타이레놀(Tylenol)’과 ‘부루펜(Brufen)’이다. 약 상자 한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이 두 가지 약은 해열진통제의 대명사이자, 의사 처방 없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일반의약품(OTC)이다.
많은 이들이 이 두 약을 비슷한 효과를 가진 ‘만능 진통제’로 여기고 상황에 따라 혼용하거나 별다른 구분 없이 복용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이 두 약은 성분부터 작용 원리, 그리고 주의해야 할 부작용까지 명백한 차이점을 지닌다. 비슷해 보이지만 확연히 다른 두 ‘국민 상비약’의 정체를 명확히 알지 못한다면, 약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심각한 경우 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 집 약 상자 속 타이레놀과 부루펜,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복용하고 있는 것일까.

성분부터 작용 원리까지… ‘같지만 다른’ 두 약의 정체
두 약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주성분’에서 비롯된다. 타이레놀의 주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다. 이는 해열(解熱) 및 진통(鎭痛) 작용에 특화되어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통증을 느끼는 기준을 높이고, 뇌의 열 조절 중추에 영향을 주어 체온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반면, 부루펜의 주성분은 ‘이부프로펜(Ibuprofen)’이다. 이부프로펜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계열에 속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부프로펜은 해열 및 진통 효과와 더불어 ‘소염(消炎) 작용’, 즉 염증을 가라앉히는 강력한 기능을 추가로 수행한다. 이는 통증과 발열, 염증을 유발하는 체내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의 생성을 억제하는 말초적인 작용 기전을 따른다.
결국 핵심적인 차이는 ‘소염 기능’의 유무이다. 타이레놀은 염증을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은 미미한 반면, 부루펜(이부프로펜)은 염증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이 차이점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약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국민 진통제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이것’과 함께 먹으면 간 손상 위험 10배 급증
근육통엔 ‘소염’, 위가 약하다면 ‘해열진통’… 상황별 현명한 선택법
그렇다면 언제 타이레놀을, 언제 부루펜을 선택해야 할까? 답은 증상의 원인에 있다.
만약 감기로 인한 발열이나 특별한 염증 소견이 없는 단순 두통, 가벼운 치통이라면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이 적합하다. 위장에 미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공복에도 복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위험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통증의 원인이 ‘염증’과 관련이 깊다면 부루펜(이부프로펜)이 더 나은 선택이다. 예를 들어, 넘어져서 생긴 타박상, 근육통, 관절염, 인대 손상, 혹은 염증을 동반한 치통이나 수술 후 통증, 심한 생리통 등에는 소염 효과가 있는 이부프로펜이 통증 완화에 더욱 효과적이다.
소아 발열 시 두 약을 번갈아 복용하는 ‘교차 복용’도 흔히 이루어진다. 이는 한 가지 약으로 열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 서로 다른 작용 기전을 가진 약을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투여하여 해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정해진 용법과 시간 간격(최소 2~3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하며, 자칫 과다 복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의 정확한 지도하에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 민병원 정재화 내과 진료원장은 “환자들이 가장 혼동하는 부분이 바로 ‘소염’ 기능의 유무”라며 “단순 발열에는 타이레놀을 우선 권하지만, 붓고 쑤시는 염증성 통증에는 이부프로펜 계열을 권장한다.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의 기저질환이나 위장 상태를 약사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간(肝) 혹은 신장(腎)… 과용이 부르는 치명적 그림자
두 약은 효과가 다른 만큼, 주의해야 할 부작용의 ‘표적’ 또한 다르다. 이는 두 약이 우리 몸에서 대사되고 배출되는 과정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간 독성(Liver toxicity)’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주로 간에서 대사되는데, 권장량을 초과하여 과다 복용할 경우 간세포를 손상시키는 독성 대사물질이 생성된다. 성인 기준 하루 최대 복용량(4,000mg)을 넘기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특히 위험한 것은 ‘중복 복용’이다. 많은 종합감기약이나 다른 진통제에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무심코 함께 복용하다가 1일 허용치를 훌쩍 넘길 수 있다. 또한, 음주 후 숙취 해소를 위해 타이레놀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지친 간에 치명타를 가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반면 부루펜(이부프로펜)과 같은 NSAIDs 계열 약물은 ‘위장 장애’와 ‘신장(콩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부프로펜이 억제하는 프로스타글란딘 중에는 위 점막을 보호하고 신장 혈류를 유지하는 역할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속에 복용하거나 장기간 복용 시 속 쓰림, 위염, 심하면 위궤양이나 위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나 노약자는 신장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비약’이라는 이름의 방심, 안전 복용의 ‘선’을 지켜야
타이레놀과 부루펜은 분명 현대 의학이 제공하는 훌륭한 ‘선물’이다. 적절하게 사용하면 통증과 발열로부터 우리를 신속하게 해방시켜준다. 하지만 ‘가정상비약’이라는 친숙함이 ‘약물’이라는 본질적인 위험성을 가려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브랜드명’이 아닌 ‘주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이다. 시중에는 타이레놀 외에도 펜잘, 게보린 등 아세트아미노펜을 포함한 제품이 많고, 부루펜 외에도 애드빌, 이지엔6 등 이부프로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이 수없이 많다. 성분명을 확인하지 않고 복용하면 중복 복용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정해진 1회 복용량과 하루 최대 복용량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며, 통증이나 발열이 며칠 이상 지속될 경우 자가 판단으로 약물 복용을 이어가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나의 증상, 나의 기저질환, 나의 위와 간 상태를 고려한 ‘현명한 선택’만이 약의 이로움을 극대화하고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길이다.
서울 민병원 이광원 내과 진료원장은 “진통제 과용으로 인한 위장관 출혈이나 급성 간부전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라며,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은 과다 복용 시 해독제가 있긴 하지만, 심각한 간 손상은 비가역적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일수록 복용자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더욱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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