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제9행성 존재 가설, 카이퍼 벨트 외연 천체 궤도 이상으로 재점화
수성부터 해왕성까지, 인류는 태양계의 여덟 행성을 완전히 파악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해왕성의 궤도 바깥, 태양빛조차 희미해지는 광활한 어둠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천체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이 천문학계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이 미지의 영역 어딘가에 중력의 힘으로 다른 천체들의 움직임에 지속적인 흔적을 남겨온 엄청난 크기의 제9행성, 즉 ‘플래닛 나인(Planet Nine)’이 떠돌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태양계 외연 천체들의 이상한 궤도 움직임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명왕성 퇴출과 아홉 번째 행성의 상실
한때 태양계에는 아홉 번째 행성 명왕성이 존재했다. 1930년 젊은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한 명왕성은 해왕성 너머의 깊은 우주를 인류에게 처음으로 알려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작고 얼음으로 뒤덮인 천체들이 해왕성 궤도 바깥 영역, 즉 카이퍼 벨트(Kuiper Belt)에서 수십 개씩 발견되기 시작했다. 카이퍼 벨트는 태양계 탄생 시절부터 남아 있던 소천체와 파편들로 이루어진 얼음 띠다. 명왕성은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게 됐으며, 2005년 명왕성과 거의 같은 크기에 질량은 조금 더 무거운 에리스(Eris)가 발견되자 행성의 지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결국 2006년 국제 천문 연맹(IAU)은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하고 외행성(Dwarf Planet)으로 강등시켰다. 이로써 인류는 수십 년 만에 아홉 번째 행성을 잃게 됐고, 태양계가 생각했던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하지만 이 상실감은 곧 새로운 아홉 번째 행성의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외연 천체들의 이상 궤도: 태양계 제9행성 존재의 증거
제9행성 가설의 핵심 증거는 태양계의 끝자락에 위치한 외연 천체(Trans-Neptunian Objects, TNOs)들의 궤도 이상 현상이다. 특히 2003년 발견된 세드나(Sedna)와 이후 추가로 발견된 5개의 천체들은 뜻밖에도 유사한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 천체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강력한 중력에 이끌리듯 같은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2016년 미국 칼텍(Caltech)의 천문학자 마이클 브라운(Mike Brown)과 콘스탄틴 바티긴(Konstantin Batygin)은 이 현상이 단순한 우연일 가능성은 1만 4,0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분석하며 대담한 가설을 내놨다.
이들은 해왕성 궤도 바깥 어딘가에 강력한 중력으로 이 먼 천체들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질량의 행성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행성의 질량은 지구의 5배에서 10배에 달하며, 해왕성보다 수십 배는 더 멀리 떨어진 궤도를 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제9행성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은 겨우 0.0072%에 불과하며, 존재 가능성은 99.99%에 달한다는 확률적 결론이 나왔다. 이는 태양계 형성 이론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지적이다.

미니 해왕성 혹은 슈퍼 지구: 제9행성의 추정 초상
만약 제9행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특징은 매우 독특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이 행성이 지구의 5~10배 질량을 가지며, 해왕성을 축소해 놓은 듯한 ‘미니 해왕성’ 또는 ‘슈퍼 지구’ 형태일 것으로 추정한다. 수소, 메탄, 얼음으로 이루어진 짙은 대기로 덮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그 궤도다. 추정된 궤도는 매우 길고 기울어져 있으며,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원일점은 무려 400~800AU(천문단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왕성(약 30AU)보다 스무 배 이상 멀리 떨어진 거리다.
이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태양빛이 먼 별의 불꽃처럼 희미하게 보이며, 이 행성에서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 수만 년에 달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궤도의 기울기다. 알려진 여덟 개의 행성은 모두 황도면이라 불리는 거의 동일한 평면을 따라 공전하지만, 제9행성의 궤도는 이 황도면에 대해 약 15도에서 20도 정도 기울어져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자들은 이 기울기가 아주 오래전 발생했던 중력 충돌의 흔적일 수 있으며, 심지어 태양이 다른 별개에서 온 행성을 포획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이 가설은 제9행성이 태양계의 잃어버린 조각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항성계에서 이주해 온 ‘외부인’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어둠 속의 수색: 천문학 난제 ‘행성 X’ 추적 현황
2016년 가설 발표 이후, 세계 각국의 최첨단 관측소들이 제9행성 수색에 나섰다. 특히 하와이 마우나케아산 정상에 위치한 스바루 망원경 등 거대 망원경들이 예상 영역의 밤하늘을 정밀하게 스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제9행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움직이는 점이나 희미한 빛조차 포착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이 행성이 너무 멀고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이처럼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면 태양빛은 수십억 분의 일로 희미해진다.
제9행성이 반사하는 빛의 양은 지구의 10억 분의 1에 불과하며, 겉보기 등급은 대략 22등급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22등급의 천체를 관측하려면 대형 망원경으로 정확한 위치를 조준하여 장시간 노출해야만 겨우 볼 수 있다. 만약 지금 이 행성이 궤도상 가장 먼 지점(원일점)에 있다면, 그것은 영원한 밤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은 이 수색을 ‘밤에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바다를 배경으로 어두운 볼링공 하나를 찾아내려는 시도’라고 비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수색을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10~15년 후 행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시점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견이 가져올 변화: 태양계 형성 역사의 재정립
만약 제9행성이 실제로 발견된다면, 이는 과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사건이 될 것이다. 단순하게 교과서에 아홉 번째 행성이 추가되는 차원을 넘어, 행성이 어떻게 탄생하고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대한 인류의 이해 자체를 근본부터 바꿔 놓기 때문이다. 우선, 제9행성의 존재는 초기 태양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불안정하고 거친 장소였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이 행성이 과거 목성이나 토성의 중력에 의해 바깥으로 밀려났던 것이라면, 우주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혼돈스럽고 격렬한 리듬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 확인된다.
또한, 이 행성이 다른 항성계에서 포획된 이방인이라면, 인류는 마침내 다른 별개에서 이주해 온 행성을 최초로 발견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외계 생명 환경의 기억을 품은 외계 손님일 가능성까지 내포한다. 제9행성의 발견은 우리가 우주의 경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지금껏 태양계의 끝이라고 여겨왔던 지점들이 단지 잠시 머물렀던 통과 지점에 불과했으며, 그 너머에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9행성은 21세기인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가 아직 새하얀 미지의 페이지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평가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