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올 때 간판 추락하면, 민법 758조 엄격 적용: 책임 면하려면 ‘완벽한 관리’ 입증해야
창밖으로 쏟아지는 폭우와 함께 시속 수십 킬로미터의 강풍이 도시를 강타하는 순간, 낡은 상가 건물의 대형 간판이 굉음을 내며 보행로로 추락했다. 마침 그 아래를 지나던 행인이 간판에 맞아 크게 다치거나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물주는 즉시 “이것은 태풍이라는 천재지변, 즉 자연재해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는 “건물주가 평소 간판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며 배상을 요구한다.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명백한 상황에서 간판 추락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한민국 법률은 단순히 ‘태풍’이라는 이름만으로 건물주의 책임을 면제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건물주가 평소 관리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따지며, 그 입증 책임까지 건물주에게 지우는 법적 기준을 적용한다.

공작물 책임의 기본 원칙: 민법 제758조의 적용
간판 추락 사고와 같은 공작물(인공적인 시설물)로 인한 손해 배상 책임은 민법 제758조(공작물 등의 점유자, 소유자의 책임)에 근거한다. 이 조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공작물의 점유자가 1차적으로 배상 책임을 지며,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했음을 입증하면 2차적으로 소유자(건물주)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의 존재 여부다.
법원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란 공작물 자체가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간판이 강풍에 추락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간판의 설치나 보존에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즉, 간판이 정상적으로 설치 및 관리됐다면 통상적인 강풍에는 버텨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대법원은 건물 일부의 임차인이 건물 외벽에 설치한 간판이 추락해 행인이 부상한 경우, 건물 소유자 역시 건물 외벽의 직접 점유자로서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002다65516).
책임 면제 조건: ‘불가항력’ 입증의 엄격한 기준
건물주가 배상 책임을 면하려면 민법 제758조 단서에 따라 공작물에 하자가 없었음을 입증하거나, 손해가 공작물의 하자가 아닌 ‘불가항력’으로 인해 발생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태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의 영역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법원은 이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한다.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태풍이 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불가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하자 있음이 인정되는 이상 손해 발생에 다른 자연적 사실이 경합한 것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천재지변의 불가항력에 의한 것으로서 하자가 없었다고 해도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점이 공작물의 소유자나 점유자에 의해 증명되지 않는 이상 그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004다66476). 건물주가 책임을 면하려면, 해당 태풍이 국내에서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이례적이고 극심한 재해’였으며, 건물주가 평소 간판의 설치와 보존에 관해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사고를 막을 수 없었음을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김진환 법무법인 지금 변호사는 “간판이 강풍에 추락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에 하자가 있었다는 점이 강력하게 추정된다”며, “건물주가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주의 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민법 제758조에 따른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례 동향: 태풍 간판 추락 책임 30%에서 80%까지 인정
실제 하급심 판례에서는 자연력인 태풍과 공작물의 하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건물주나 점유자의 책임을 손해액의 일부로 제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책임을 완전히 면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2021년 1월 강풍으로 간판이 떨어져 행인이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법은 휴대전화 판매점 임차인과 보험사의 책임을 80% 인정했다. 법원은 사고 당일의 기상 상황이 통상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었다고 보면서, 임차인에게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파손되지 않도록 할 방호조치 의무가 있다고 명확히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2022가단5102171).
태풍으로 인한 피해 사례에서도 일관된 법리가 적용됐다. 2018년 태풍 ‘콩레이’ 당시 건물 간판이 주차된 차량을 파손한 사고에서, 법원은 건물이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상청 사실조회 결과만으로는 해당 사고가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이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다만, 태풍이 사고에 영향을 미친 점을 고려해 건물주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서울중앙지법 2018가소3257911).
또한,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세탁소 간판이 추락한 사고에서도 법원은 당시 태풍의 풍속이나 규모가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다며 안전성을 결여한 하자를 인정했다. 하지만 자연력인 태풍의 강한 바람과 간판의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점 등을 고려해 세탁소 주인의 책임을 30%로 제한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2022나21353). 이처럼 법원은 태풍의 규모가 ‘통상 예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다면 건물주가 사전에 충분히 대비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건물주의 필수 대비책: 정기 점검과 재난 배상 책임 보험
태풍 간판 추락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건물주가 취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대비책은 관리상의 주의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다. 간판은 외부에 노출되어 부식이나 마모가 쉽게 발생하므로, 최소한 1년에 한 번 이상 전문가를 통해 설치 상태와 구조적 안정성을 확인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 기록은 사고 발생 시 건물주가 주의 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된다.
또한, 경제적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의무 가입 대상인 ‘재난 배상 책임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017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 이후 특정 시설물 소유자는 의무적으로 이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간판 추락 사고는 이 보험의 보상 범위에 포함된다. 보험 가입은 법적 책임을 면제해주지는 않지만, 막대한 배상금 부담을 덜어주는 필수적인 안전장치다.
안전 관리의 책임은 건물주에게 귀결된다
태풍으로 인한 간판 추락 사고에서 건물주의 배상 책임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법원은 자연재해를 인정하더라도, 그 재해의 규모가 통상 예견 가능하고 대비 가능했다면 건물주에게 관리상의 책임을 묻는 엄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민법의 기본 정신이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건물주들은 간판의 설치 단계부터 철저한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정기적인 보수와 점검을 통해 공작물의 하자를 제거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안전 관리의 책임은 결국 건물의 소유자에게 귀결되며, 이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사회적 의무이기도 하다.
김진환 법무법인 지금 변호사는 “태풍으로 인한 사고라도 그것이 국내에서 통상적으로 예견 가능한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극심한 재해였음을 건물주가 입증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다”며, “실제 판례에서는 자연력과 공작물 하자가 복합된 경우 건물주의 책임을 30%에서 80%까지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