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관절염의 경고, 왜 찾아오는가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첫 발을 디딜 때 느껴지는 무릎의 찌릿한 통증,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뼈와 뼈가 부딪치는 듯한 ‘사각사각’ 소리. 많은 사람이 이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고 파스나 진통제로 버티곤 한다. 하지만 이 고통의 근원은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완충 장치, 바로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비극적인 과정에서 시작된다.
연골은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하는데, 이 쿠션이 사라지면 뼈끼리 직접 마찰하며 통증과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바로 퇴행성 관절염이다. 이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만성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연골, 관절의 쿠션이 닳아 없어지는 과정
관절 연골은 뼈의 끝부분을 덮고 있는 유리처럼 매끄러운 조직이다. 이 연골은 약 70~8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탄력성이 뛰어나 우리가 걷거나 뛰는 등 움직일 때 발생하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연골에는 혈관이나 신경이 없기 때문에 손상돼도 초기에는 통증을 느끼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문제는 연골이 한번 손상되면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노화, 반복적인 관절 사용, 외상, 비만 등으로 인해 연골 표면이 미세하게 손상되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골이 얇아지고 균열이 생기며 결국 완전히 닳아 없어지게 된다. 연골이 사라지면 뼈가 노출되고, 이 뼈가 맞닿아 마찰을 일으키면서 극심한 통증과 함께 염증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이 염증은 관절 주변의 활액막을 자극하고 관절액을 변성시켜 관절 기능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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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만이 원인 아니다: 관절염을 부추기는 생활 습관
퇴행성 관절염은 흔히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노화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관절 연골의 마모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과도한 체중’이다. 무릎 관절은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하중을 견뎌야 하는데, 체중이 1kg 증가할 때마다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은 3~5배까지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비만은 연골 마모를 촉진하는 주요 위험 요소다. 또한, 무리한 운동이나 잘못된 자세도 관절염을 부추긴다. 특히 쪼그려 앉기, 무릎 꿇기, 양반다리 등 관절에 비정상적인 압력을 가하는 자세를 반복하면 연골이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닳게 된다.
과거의 관절 외상이나 인대 손상 역시 관절의 안정성을 떨어뜨려 퇴행성 변화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처럼 퇴행성 관절염은 단순한 노화의 결과라기보다는, 연골에 가해지는 누적된 스트레스와 잘못된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백경우 나음재활의학과의원 원장(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회장)은 “많은 환자가 통증이 심해질 때만 병원을 찾는데, 이미 연골이 상당 부분 손상된 후에는 비수술적 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스포츠 손상이나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관절 불안정성이 확인됐다면, 연골이 완전히 닳기 전에 이를 보존하고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선제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통증을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 관절 변형과 삶의 질 저하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될수록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관절의 움직임 범위는 점차 줄어든다. 특히 아침에 관절이 뻣뻣하게 굳는 조조강직 현상이 나타나며, 활동을 시작하면 통증이 완화됐다가 다시 움직일 때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통증이 심해지면 환자들은 움직임을 최소화하려 하고, 이는 관절 주변 근육을 약화시켜 관절의 지지력을 더욱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무릎 관절이 O자형이나 X자형으로 변형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관절 변형은 보행 장애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단순히 신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활동량 감소로 인한 우울증, 사회적 고립 등 정신적,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하며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것을 넘어, 관절의 기능을 보존하고 염증을 관리하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퇴행성 관절염, 예방과 관리의 최신 지견
퇴행성 관절염의 치료는 초기에는 약물 치료, 물리 치료, 주사 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연골 재생을 돕거나 염증을 완화하는 다양한 주사 치료법이 개발돼 환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특히 연골이 심각하게 손상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체중 감량과 적절한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수영, 아쿠아로빅, 실내 자전거 타기 등이 권장된다. 근육이 튼튼해지면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이 분산돼 연골 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
만약 연골 손상이 심해 비수술적 치료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면, 관절 내시경 수술이나 인공 관절 치환술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인공 관절 수술은 손상된 관절면을 제거하고 인공 관절로 대체하여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 기능을 회복시키는 최종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골이 닳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올바른 자세 유지, 적정 체중 관리, 그리고 관절에 부담이 적은 꾸준한 근력 운동이야말로 뼈를 보호하는 연골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백경우 나음재활의학과의원 원장(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회장)은 “퇴행성 관절염 관리는 마라톤과 같다”며, “단기적인 통증 완화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절 주변 근육을 꾸준히 강화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생활 습관을 확립해야 한다. 특히 무릎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자가 진단 대신 전문가와 상의하여 자신의 관절 상태에 맞는 맞춤형 운동 및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관절 건강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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