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코틀랜드 서쪽 외딴 섬에 위치한 플래넌 제도 등대가 황량한 모습으로 서 있다.※AI 제작 이미지
플래넌 제도 등대지기 실종, 아일린 모어 등대, 고요 속의 섬뜩한 발견
스코틀랜드 서쪽 외딴 아일린 모어 섬에 위치한 플래넌 제도 등대에서 발생한 세 명의 등대지기 실종 사건이 1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1900년 12월 15일, 평화롭던 섬에 찾아온 보급선 선원들은 텅 빈 등대와 함께 사라진 등대지기들의 흔적을 발견했고, 이는 스코틀랜드 역사상 가장 기묘하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기록됐다.
당시 등대 내부 상황은 마치 등대지기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듯 평온했다. 식탁에는 먹다 남은 식사가 그대로 놓여 있었고, 침대는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하지만 등대지기인 토머스 마셜, 제임스 더캣, 도널드 맥아더는 온데간데없었으며, 그들의 행방은 현재까지도 오리무중이다.
이 미스터리는 현대판 ‘메리 셀레스트호’ 사건으로 불리며, 수많은 가설과 음모론을 낳았다. 과연 그날 밤 플래넌 제도 등대에서는 어떤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아일린 모어 등대, 고요 속의 섬뜩한 발견
사건은 1900년 12월 15일, 아일린 모어 등대에 정기 보급품을 전달하기 위해 도착한 등대 보급선 ‘헤스페루스’호 선원들이 등대 안으로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등대 감독관 조지 어니스트와 교대 등대지기 조셉 무어가 탑승한 헤스페루스호는 전날부터 아일린 모어 등대 불빛이 보이지 않아 이상함을 감지했다. 섬에 가까워지자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던 등대에는 그들을 맞이할 등대지기가 아무도 없었다. 등대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어렵게 내부로 들어간 선원들은 더욱 기이한 광경에 직면했다.
식사는 도중에 멈춘 듯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침대 시트는 정돈돼 있었지만, 세 명의 등대지기는 사라진 상태였다. 특히 제임스 더캣의 유일한 방수 외투가 등대에 남아있었다는 점은 미스터리를 증폭시켰다. 외부와 연결된 출입구 쪽에 위치한 의자 하나가 쓰러져 있었고,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서쪽 게이트는 굳게 잠겨 있었다. 이들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등대 내부의 모습은 섬뜩할 만큼 평화로웠기에, 사건의 미스터리를 더욱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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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일지 기록과 풀리지 않는 날씨의 수수께끼
사라진 등대지기들이 남긴 마지막 기록은 등대 일지였다. 등대 일지에는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12월 12일 등대지기 토머스 마셜은 “폭풍이 몰아치고 있으며, 이런 폭풍은 지난 20년간 본 적이 없다”고 적었다. 같은 날 제임스 더캣은 “겁을 먹고 기도를 하고 있다”고 기록했는데, 이는 노련한 등대지기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12월 13일에는 폭풍이 여전히 거세며, 등대지기 세 명 모두가 기도했다고 기록됐다. 그리고 12월 15일, 마지막으로 기록된 일지에는 “폭풍이 끝났다. 바다는 고요하다. 신이시여 만세”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헤스페루스호가 도착한 12월 15일, 이 일지가 작성될 당시 플래넌 제도 주변에는 폭풍의 흔적조차 없었고, 날씨는 매우 맑았다. 이 모순적인 기록은 미스터리를 더욱 증폭시키는 핵심 단서가 됐다.

공식 조사와 의문점
사건 직후, 스코틀랜드 등대 관리 기관인 북부 등대 위원회(Northern Lighthouse Board)의 로버트 무어헤드 이사가 직접 아일린 모어 섬을 방문해 공식 조사를 벌였다. 무어헤드 이사는 등대 외부의 심한 파손 흔적과 등대 주변 바위의 균열을 발견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등대지기들이 등대 바깥에서 장비를 점검하던 중 ‘거대한 파도'(rogue wave)에 휩쓸려 바다로 실종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 결론은 몇 가지 의문점을 남겼다. 폭풍이 없던 날씨, 제임스 더캣의 방수 외투가 등대에 남아 있던 점, 그리고 세 명 모두가 동시에 등대를 비웠을 리 없다는 점 등은 공식 결론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특히 등대지기들은 폭풍우가 치는 동안 등대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돼 있었기에, 이들이 규칙을 어기고 모두 외부로 나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수많은 가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1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플래넌 제도 등대지기 실종 사건은 수많은 추측과 가설을 낳고 있다.
자연재해(폭풍 또는 거대 파도): 공식적인 설명처럼 예상치 못한 거대한 파도가 등대지기들을 덮쳤다는 설이다. 거친 바다에서 장비를 점검하던 중 변을 당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 명의 등대지기가 모두 동시에 등대 밖으로 나갔을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정신 이상 또는 싸움: 고립된 환경에서 등대지기 중 한 명이 정신 이상 증세를 보여 다른 이들을 살해했거나, 혹은 격렬한 다툼 끝에 모두 바다로 떨어졌을 수 있다는 설이다. 등대 일지에 기록된 비정상적인 감정 표현이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외계인 또는 미지의 존재: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대중의 상상력은 외계인 납치나 미지의 해양 생물에 의한 습격 등 초자연적인 가설로 이어졌다. 특히 플래넌 제도 인근에서 미확인 비행 물체(UFO) 목격담이 전해지면서 이러한 설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범죄 또는 스파이 행위: 외부 세력에 의한 침입이나 스파이 행위로 등대지기들이 납치되거나 살해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섬의 외딴 특성과 사건의 미스터리함이 이러한 음모론을 부추겼다.
미스터리의 현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플래넌 제도 등대지기 실종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공포스럽고 매력적인 미스터리로 자리 잡았다. 이 사건은 수많은 소설, 영화, 다큐멘터리, 음악의 소재가 됐다. 특히 2018년 개봉한 영화 ‘더 배니싱(The Vanishing)’은 이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아일린 모어 등대는 1971년에 자동화되어 더 이상 사람이 거주하지 않지만, 125년 전 그곳에서 사라진 세 등대지기의 이야기는 여전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바다의 가장 깊은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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