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선물” 피톤치드도 독, 알고 보니 ‘양날의 검’: 천연 성분 맹신이 부르는 역설
푸른 숲속에 들어서면 코끝을 간지럽히는 상쾌한 향기가 느껴진다. 대중은 이 향기를 스트레스 해소와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숲의 선물’, 즉 피톤치드라고 부르며 맹신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피톤치드를 만끽하는 삼림욕은 현대인의 필수 건강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우리가 열광하는 이 ‘천연 치유 물질’의 이면에는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강력한 방어 물질, 즉 ‘독성 물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피톤치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사용량과 노출 환경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최근 과학계와 의학계는 피톤치드의 과잉 노출이 오히려 호흡기 자극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천연 성분에 대한 무분별한 맹신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톤치드의 정체: ‘테르펜’ 성분의 명과 암
피톤치드(Phytoncide)는 식물이 해충이나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기 중으로 내뿜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이다. 어원 자체가 ‘식물(Phyton)’과 ‘죽이다(Cide)’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듯이, 그 본질은 살균 및 방어 작용에 있다. 이 피톤치드의 핵심 성분은 주로 ‘테르펜(Terpene)’류 화합물로, 알파-피넨(α-pinene), 리모넨(limonene) 등이 대표적이다. 이 테르펜 성분은 인체에 흡수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NK세포(자연살해세포) 활성화를 돕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테르펜은 강력한 생물학적 활성을 가지는 만큼, 고농도 상태에서는 독성 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식물에게는 방어막이지만, 인간에게는 과도한 자극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테르펜은 휘발성이 강해 공기 중의 오존이나 질소산화물과 반응하여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2차 오염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는 실내 공기 질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피톤치드 농축액을 사용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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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의 경고: 과잉 노출 시 나타나는 부작용
피톤치드의 독성 논란은 주로 고농도 노출 환경에서 발생한다. 숲속에서 자연스럽게 흡입하는 정도는 대부분 인체에 무해하거나 이롭지만, 피톤치드 원액이나 이를 고농도로 압축한 제품을 밀폐된 실내에서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호흡기 자극, 피부 알레르기 반응, 신경계 자극 등이 보고됐다.
호흡기 자극은 피톤치드 성분이 기도와 폐에 직접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특히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 기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고농도 테르펜을 흡입하면 기침, 가래 증가,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일부 사람들에게는 피부 접촉이나 흡입을 통해 두드러기, 접촉성 피부염, 비염 등의 알레르기 반응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는 천연 물질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면역 체계에 따라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천연’의 함정: 피톤치드 제품 오남용 실태
피톤치드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중에는 피톤치드 스프레이, 디퓨저, 가습기 첨가제 등 다양한 농축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소비자들은 ‘천연’이라는 수식어에 안심하고 이 제품들을 실내에서 다량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농축액은 숲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테르펜 농도를 가지며, 이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밀폐된 차량이나 방에서 피톤치드 농축액을 지속적으로 분사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농도 VOCs가 실내에 축적되면서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영유아나 반려동물에게는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제품은 순수한 피톤치드 추출물이 아닌, 인공 향료나 다른 화학 첨가물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성분 확인이 필수적이다. 천연 성분이라도 화학적으로 추출하고 농축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는 인지해야 한다.
안전한 삼림욕 가이드라인: 독성을 피하고 치유를 얻는 법
피톤치드의 양면성을 이해하는 것은 숲의 치유 효과를 극대화하는 첫걸음이다. 피톤치드의 혜택을 안전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자연적인 환경’과 ‘적절한 노출’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인공 농축 제품 대신, 실제로 숲을 찾아 삼림욕을 하는 것이다. 피톤치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되므로, 이 시간대에 숲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삼림욕 시에도 과도한 활동보다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천천히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숲속이라도 환기가 잘 되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실내에서 피톤치드 제품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소량만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창문을 열어 충분히 환기해야 한다. 특히 영유아나 임산부,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은 고농도 제품의 사용을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피톤치드는 분명 인간의 건강에 이로운 ‘숲의 선물’이지만, 그 본질이 식물의 방어 기제인 만큼 ‘독성’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천연 성분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는 맹신을 버리고, 피톤치드의 양면성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며 현명하게 접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숲이 주는 진정한 치유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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