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 한 방울로 3년 전 암 진단, 비용은?
혈액 검사만으로 임상적 증상이 나타나기 3년 이상 전에 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암 정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 기술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유망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3년 전 암세포 흔적 발견’, 암 정복의 서막 열리나
지난 7월 4일, 미국암학회(AACR)가 발행하는 저명한 학술지 ‘캔서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에 혈액 속을 떠다니는 종양 DNA 조각(ctDNA, 순환종양DNA)을 분석하여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액체생검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지역사회 죽상동맥경화증 위험 연구(Atherosclerosis Risk in Communities)’에 참여한 이들로부터 수집된 혈장 샘플을 분석했다.연구 대상자 중 암 진단을 받은 8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중 6명에게서 실제 임상적 진단이 내려지기 최소 3.1년에서 최대 3.5년 전에 채취된 혈액 샘플에서 이미 암 유전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ctDNA 검사를 통해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 시점에도 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조기 발견에 필요한 검사의 민감도 수준에 대한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미 국립암연구소, 2.4만 명 대상 대규모 임상 ‘뱅가드 연구’ 착수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의 신뢰도와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대규모 임상 연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수백만 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인 만큼, 불필요한 불안감을 유발하거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단점을 피하고 일상적인 의료 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검사의 정확성과 생명 연장 효과를 확실히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 단계로 추진되는 ‘뱅가드 연구(Vanguard Study)’는 미국 전역 9개 지역에서 45세에서 75세 사이의 피험자 24,00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배정되어 기존의 정기적인 암 검진만을 받거나, 정기 검진과 더불어 두 가지 종류의 다중 암 검출 혈액 검사 중 하나를 받게 되며, 최소 2년 이상 추적 관찰이 이루어진다.
이 연구에는 정밀 종양학 분야를 선도하는 ‘가던트 헬스(Guardant Health)’와 액체 생검 전문 기업 ‘클리어노트 헬스(ClearNote Health)’가 참여한다. 검사 대상 암은 기존 검진법이 부족했던 췌장암, 난소암, 간암 등을 포함하여 방광암, 유방암, 결장 직장암, 식도암, 위암, 폐암, 전립선암 등 다빈도 암종을 포괄한다.

2단계 임상, 15만 명 대상으로 사망 예방 효과 규명
NCI는 뱅가드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에서는 약 15만 명에 달하는 더 큰 규모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두 번째 임상시험의 핵심 목표는 혈액 검사를 통한 암 조기 발견이 실제로 암으로 인한 사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예방하는지를 최종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이 결과는 향후 해당 검사의 의료보험 적용 여부와 상용화 시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꿈의 기술’ 상용화의 벽, 민감도와 비용
한 번의 혈액 채취로 20가지가 넘는 암을 증상 발현 전에 발견하는 것은 수많은 환자의 고통과 값비싼 치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뱅가드 연구의 수석 연구원인 프레드 허친슨 암 센터의 스콧 램지(Scott Ramsey) 박사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늦게 발견되는 전립선암의 경우, 기존의 ‘전립선 특이 항원 검사’ 방식의 한계로 인해 많은 남성들이 요실금과 같은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새로운 검사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기술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은 ‘민감도’와 ‘비용’이다. 암을 극초기에 발견하려면 혈액 속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암세포의 DNA 조각을 정확히 찾아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재 기술보다 약 50배 더 높은 민감도가 필요하다. 램지 박사는 기술의 민감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검사 비용 역시 수천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현재 이 검사의 비용은 약 900달러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검사의 이점과 해로운 점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보험사들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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