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요오드 딜레마: 필수 영양소인가, 갑상선 기능 이상 유발자인가
모두가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엄격히 배척해야 하는 미네랄이 있다. 바로 요오드(Iodine)다. 요오드는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의 핵심 원료라는 점에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이 요오드는 단순히 ‘필수 영양소’라는 정의를 넘어선 복잡한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대부분의 서구권 국가들이 요오드 결핍을 막기 위해 소금에 요오드를 첨가하는 등의 정책을 펴는 것과 달리, 한국은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문화 덕분에 요오드 과잉 섭취를 걱정하는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다. 특히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요오드는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민감한 물질이 됐다.

생명 유지의 핵심, 요오드가 갑상선에 미치는 영향
요오드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요오드는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티록신(T4)과 삼요오드티로닌(T3) 같은 갑상선 호르몬의 필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들은 인체의 신진대사 속도를 조절하고 체온 유지, 에너지 소비, 심장 박동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상적인 성장 및 발달, 성인의 인지 기능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요오드가 부족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생하거나 갑상선종(목 부위가 부어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요오드 결핍 문제가 심각하지만, 한국에서는 독특한 식문화 덕분에 이러한 결핍성 질환의 유병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인의 평균 요오드 섭취량은 권장량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는 일주일에 몇 번만 해조류를 섭취해도 권장 일일 섭취량을 쉽게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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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섭취 경계령: 요오드의 두 얼굴과 갑상선 기능 이상
문제는 ‘과유불급’이다. 체내에 요오드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갑상선은 일시적으로 호르몬 생성을 멈추는 울프-차이코프 효과(Wolff-Chaikoff effect)를 일으키며 스스로를 방어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만성적으로 요오드 과부하가 지속되면, 오히려 갑상선 기능 이상을 유발하거나 기존의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과도한 요오드 섭취는 자가면역 갑상선 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나 그레이브스병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해조류 위주의 식단을 즐기는 한국에서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저하증 환자들이 일시적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다시마 육수, 미역국, 김 등에서 충분한 양을 얻고 있으므로, 별도의 요오드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은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내분비 내과 전문의)은 “한국인은 일상 식단에서 요오드 결핍을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으며, 특히 자가면역 갑상선 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가 무분별하게 요오드 보충제를 섭취하면 갑상선 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치료 성패를 좌우하는 엄격한 요오드 제한, 한국인의 요오드 딜레마의 정점
요오드 딜레마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갑상선암 환자의 치료 과정이다. 갑상선암 수술 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시행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Radioactive Iodine Therapy, RIT)는 요오드의 이중적인 성격을 이용한다.
갑상선 세포는 요오드를 흡수하는 특성이 있는데, 방사성 요오드를 투여하면 남아있는 갑상선 잔여 조직이나 암 전이 부위가 이를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파괴된다. 이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몸이 평소보다 요오드에 ‘굶주린’ 상태여야 한다. 즉, 갑상선 세포가 방사성 요오드를 최대한 많이 빨아들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앞둔 환자들은 일시적으로 요오드 섭취를 엄격히 제한하는 ‘저요오드 식단’을 따라야 한다. 평소 국물 문화와 해조류를 즐기는 한국인에게 이 저요오드 식단은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김치는 물론이고, 육류나 곡류를 제외한 가공식품 전반에 미량의 요오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식단 관리가 매우 까다롭다.
요오드 딜레마 해법: 상황별 맞춤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인의 요오드 관리는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일반 건강인에게는 과잉 섭취를 경계하고 해조류 섭취량을 조절하는 ‘적정화’ 전략이 요구된다. 그러나 임산부, 영유아 등 일부 특수 계층에게는 부족함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임산부와 수유부는 태아 및 영아의 뇌 발달에 충분한 요오드가 공급되어야 하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정량을 유지해야 한다.
갑상선 질환자, 특히 암 치료를 앞둔 환자에게는 ‘극단적인 제한’이 최선의 전략이다. 저요오드 식단을 수행하는 기간 동안 해조류와 이를 이용한 국물은 물론이고, 요오드 성분이 함유된 비타민이나 건강 보조식품, 일부 약제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이러한 철저한 관리는 단기적인 불편함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의 성공률을 높여 장기적인 건강을 담보하는 길이다.
결론적으로, 요오드는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영양소임과 동시에, 과잉 또는 부적절한 관리가 병을 키울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한국인에게 뗄 수 없는 식문화의 일부인 해조류를 현명하게 소비하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요오드 섭취 전략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것이 갑상선 건강을 지키는 핵심 열쇠가 된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내분비 내과 전문의)은 “갑상선암 환자에게 방사성 요오드 치료의 성공 여부는 저요오드 식단의 준수 여부에 달려 있다”라며, “특히 한국인이 즐겨 먹는 육수나 간장, 김치 등 미량의 요오드가 포함된 음식까지 철저히 제한하는 것이 단기적 불편함보다 장기적인 재발 방지 효과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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