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맞춤형 치매 예측 AI 모델 개발… 유럽인 데이터 한계 극복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한국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 전환 위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유럽인 중심의 데이터로 개발된 예측 모델이 동아시아 인구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향후 한국인 맞춤형 치매 조기 진단 및 예방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를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특히 개발된 모델은 최대 0.88의 예측 정확도(AUC)를 기록했으며, 2년 후 실제 치매로 진행된 사례를 예측하는 데 있어 일부 인공지능 모델이 최대 100%까지 정확도를 보이는 임상적 활용 가능성까지 확인됐다.

유럽 중심 연구의 한계와 한국인 맞춤형 모델의 필요성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며, 그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 중 약 10~15%는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조기 예방 및 관리가 필수적이다. 김상철 국립보건연 헬스케어인공지능연구과장은 이와 관련하여 “치매 위험 예측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그동안의 연구는 대부분 유럽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돼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 인구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인종 간 유전적 배경과 생활 환경 차이로 인해, 서양인에게 효과적인 예측 모델이 한국인에게는 낮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일 수 있다. 이에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예측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의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하여 치매 예측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인 코호트 데이터와 6종의 AI 알고리즘 활용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 치매 코호트인 ‘만성뇌혈관질환 바이오뱅크 컨소시엄(BICWALZS)’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에는 정상인 81명, 경도인지장애 환자 389명, 치매 환자 204명 등 총 674명의 임상 및 유전체 정보가 사용됐다. 이 방대한 한국인 맞춤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비교 및 분석했다.
연구에 사용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총 6종이다. 여기에는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k-최근접 이웃(k-Nearest Neighbors) △서포트 벡터 머신(Support Vector Machine)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익스트림 그래디언트 부스팅(Extreme Gradient Boosting) △라이트 그래디언트 부스팅 머신(Light Gradient Boosting Machine)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들 알고리즘을 비교·분석하여 한국인에게 가장 높은 예측 성능을 보이는 최적의 모델을 도출하고자 노력했다.

APOE, PVRL2, TOMM40 유전자의 중요성 확인 및 높은 예측 정확도
비교 분석 결과, 여러 유전자 중 APOE, PVRL2, TOMM40 등이 치매 위험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POE 유전자는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가장 강력하게 연관된 유전자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인 코호트에서도 그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들 유전체 정보와 임상 정보를 결합하여 개발된 예측 모델은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개발된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ROC 곡선 아래 면적(AUC) 기준으로 최대 0.88을 기록했다. 이는 임상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예측 성능을 의미한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2년 후 실제 치매로 진행된 사례만을 대상으로 예측 정확도를 비교했을 때, 일부 인공지능 모델은 최대 100%까지 정확하게 치매 전환을 예측했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는 AI 기반 예측 모델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집중 관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 단위 AI 기반 조기진단 플랫폼 구축 추진
이번 연구 성과는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치매 예측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임상적 가치가 매우 크다. 김상철 과장은 “이번 연구는 향후 맞춤형 치매 조기 진단 및 예방 전략 수립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매는 발병 후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 전환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여 선제적인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공중 보건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와 실증 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 과장은 “앞으로도 국가 단위의 AI 기반 조기 진단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통해 국내 치매 예방 및 관리 정책의 과학적 기반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플랫폼이 구축되면, 의료기관은 환자의 유전체 및 임상 데이터를 AI 모델에 입력함으로써 개인별 치매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최적화된 예방 및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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