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외래 진료 횟수 OECD 평균의 3배, 공공 의료 기금의 장기적 건전성 확보를 위한 비보장 진료 및 사적 보험 관리 전략 제시
국회미래연구원(NAFI)이 공공 의료 자금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비보장 의료 서비스(비급여)의 확산과 민간 의료 보장 상품(실손보험)의 연계를 지목하며, 이를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NAFI가 3일 공개한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비급여 및 실손보험 통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병원 방문 빈도(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5.9회에 비해 약 세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과도한 의료 이용은 환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실손보험의 광범위한 보장 범위와, 의료기관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동시에 제공하는 ‘혼합 진료’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비보장 진료비는 지난 13년간 약 2.5배 가파르게 늘어 전체 의료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넘어섰다. 연구기관은 공공 의료 기금의 지속적인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항목을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단계적으로 혼합 진료를 제한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의료비 지출 구조가 저부담-저급여 체계와 사적 보험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특징으로 하며, 이것이 비급여 항목의 통제 불가능한 확산을 초래하는 구조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공공 의료 재정의 부담을 줄이고 국민의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기됐다.

높은 의료 이용률과 급증하는 비보장 진료비의 심각성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아웃페이션트(외래) 이용률을 보인다. 국민 1인당 연간 병원 방문 횟수가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15.7회에 달하며, 이는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의료 서비스 이용이 만연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공공 의료 시스템인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2023년 기준으로 집계된 전체 의료 지출 규모는 약 133조 원으로, 이 중 건강보험이 86조 3천억 원(64.8%)을 부담하고, 환자 본인 부담이 32조 6천억 원(24.5%)을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민간 의료 보장 상품인 실손보험이 부담한 금액이 14조 1천억 원(10.6%)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비보장 진료비는 2023년 기준 20조 2천억 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15.2% 수준이며, 지난 13년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공공 보장 범위 확대의 성과를 제한하고 있다.
민간 보험과 혼합 진료가 조성한 의료비 상승 구조
정책 연구소는 공공 의료 기금의 재정적 부담이 심화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민간 보험의 광범위한 비급여 보장과 의료기관의 혼합 진료 관행에서 찾았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4천만 명에 육박하여 건강보험 가입자의 약 77.75%를 차지하는데, 이 사적 보험은 대부분의 비보장 항목을 포괄적으로 보상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진료 비용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져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 이용을 주저하지 않게 된다.
의료기관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와 환자 전액 부담인 비보장 진료를 섞어 제공하는 ‘혼합 진료’를 통해 수익을 높이고 있다. 보고서는 수기 치료(도수치료)나 미용·성형 시술 등 의학적 필요성이 낮은 비보장 항목의 남용이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기 치료의 경우 전국 최고가와 최저가 간의 차이가 최대 62.5배에 달하는 등 가격 책정의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고, 의료기관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약 4천만 명의 실손보험 가입자 중 상위 9%가 전체 보험금 지급액의 약 80%를 수령하는 데이터는 특정 집단에 의한 과도한 의료 서비스 이용이 사적 보험 상품의 손해율을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공공 의료 기금에도 이중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비급여 항목 통제를 위한 3단계 분류 및 단계적 개혁 로드맵
NAFI는 공공 의료 재정의 장기적 건전성 확보를 위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비보장 항목을 의학적 필요성에 기반하여 세 가지 범주로 단순화하고, 이에 따른 차별화된 정책 대응을 제안했다. 이 분류 체계는 비보장 항목을 △필수적 의료 항목 △삶의 질 개선 항목 △의학적 필요성이 희박한 항목으로 구분한다.
첫째, 의학적 효과가 검증된 필수적인 비보장 항목은 우선적으로 공공 의료 보장 대상(급여)으로 전환하여 환자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 둘째, 삶의 질 개선 차원의 항목(예: 일부 수기 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진료)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혼합 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민간 보험 상품의 역할을 보충형으로 전환하여, 공공 의료 체계가 보장하지 않는 부분만을 사적으로 보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보고서는 중장기적으로는 필수 항목의 급여화 확대를 통해 비보장 항목이 감소함에 따라 일반적인 진료 상황에서 전체 비보장 항목에 대한 혼합 진료를 금지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셋째, 미용, 성형, 건강보조행위 등 의학적 필요성이 희박한 항목에 대해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시장 원리를 활용한 합리적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객관적인 비보장 가격 정보와 서비스 질적 데이터를 연계하여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장 경쟁을 통해 자연스러운 가격 하락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공 의료 안정화를 위한 실손보험 제도 개편의 필요성
연구 결과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낮은 공공 보장률로 인해 국민들이 사적 보험에 의존하게 되고, 이것이 다시 비보장 항목의 팽창을 부추기는 악순환 구조에 놓여 있음을 지적했다.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특정 항목을 급여화하더라도, 의료기관들이 새로운 비보장 항목을 개발하거나 기존 비보장 진료량을 늘려 수익을 보전하는 ‘풍선 효과’가 반복되어 정책 효과가 제한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따라서 공공 의료 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보장 항목의 관리 전략과 함께 민간 의료 보장 상품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편이 필수적이며, 특히, 과다 이용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실손보험의 구조를 개혁하고, 공공 의료 체계와의 연계를 재정립함으로써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억제하고 보험금 지급의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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