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5명 중 1명이 앓는 알레르기 비염, 증상 지속 기간과 특징으로 구분하라
이씨(53세)는 매년 봄과 가을, 혹은 실내에만 들어서면 이유 없이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으레 ‘환절기 감기’려니 하고 약국에서 종합 감기약을 사 먹지만, 증상은 잠시 완화될 뿐 며칠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맑은 콧물과 간지러운 눈이 반복되자, A씨는 문득 ‘혹시 나도?’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
한국인의 약 20%, 즉 5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알레르기 비염은 이처럼 일상적인 감기 증상과 혼동되기 쉬워 적절한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수면 장애와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는 알레르기 비염의 특징적인 증상을 파악하고, 감기와 구분할 수 있는 자가 진단법을 통해 만성적인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 5명 중 1명, 알레르기 비염의 높은 유병률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항원(알레르겐)에 과민 반응하여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 성인 및 소아청소년의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현재 국민 5명 중 1명꼴로 이 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미세먼지 증가, 실내 환경 변화, 서구화된 식습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은 단순한 코 질환으로 끝나지 않고,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증상을 방치할 경우 만성적인 코막힘으로 인해 구강 호흡이 습관화되고, 이는 얼굴 형태 변화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성이 없는 나라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족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들과 딸
감기와 비염, 증상 지속 기간과 특징으로 구분하라
알레르기 비염의 주요 증상은 재채기, 콧물, 코막힘으로 감기와 매우 유사하여 많은 사람이 혼동한다. 하지만 두 질환은 몇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을 가진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며 보통 1~2주 내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항원에 노출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증상이 수주 또는 수개월간 지속된다. 또한, 감기 콧물은 초기에는 맑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성이 생기고 누렇게 변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염 콧물은 대개 맑고 물처럼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중요한 구분점은 ‘가려움증’과 ‘전신 증상’의 유무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와 눈, 목 안이 심하게 가려운 증상이 동반되지만, 감기는 이러한 가려움증이 거의 없다. 반면, 감기는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흔히 나타나지만, 비염은 이러한 전신 증상이 거의 없다. 만약 특정 장소나 계절, 혹은 특정 물질(예: 먼지, 꽃가루)에 노출된 후 갑자기 증상이 시작되고, 특히 아침에 증상이 심해진다면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울 민병원 정광윤 이비인후과 원장은 ‘많은 환자들이 비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감기로 오인하여 수개월 동안 부적절한 치료를 지속한다’며 ‘특히 맑은 콧물, 발작적인 재채기, 그리고 코 가려움증이 주된 증상이라면 감기가 아닌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만성 고통을 끊어낼 알레르기 비염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정확한 진단은 전문의의 검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지만, 다음의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증상이 알레르기 비염에 해당하는지 1차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아래 5가지 항목 중 3개 이상에 해당하고, 증상이 1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재채기를 5회 이상 연속으로 하는 경우가 잦다.
2. 맑고 물 같은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르며, 휴지를 달고 살아야 한다.
3. 코가 심하게 가려워 습관적으로 코를 비비거나 후빈다.
4. 코막힘이 심해 밤에 입을 벌리고 자거나 코골이가 심하다.
5. 눈이 자주 가렵고 충혈되며,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이 특정 계절(봄, 가을)에만 나타난다면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높고, 계절과 상관없이 연중 내내 나타난다면 집먼지진드기나 반려동물 털 등에 의한 통년성(만성)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크다. 통년성 비염은 실내 환경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환경 관리와 약물 치료, 비염 관리의 두 축
알레르기 비염 관리의 가장 기본은 알레르겐 회피다. 만약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이라면 침구류를 55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자주 세탁하고, 실내 습도를 50% 이하로 유지하며 카펫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꽃가루가 원인이라면 꽃가루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고 외출 후에는 옷을 털고 손발을 씻는 것이 필수적이다. 반려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다면 반려동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실내 공기 청정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주로 사용되는 약물로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비강 스프레이가 있다. 항히스타민제는 재채기와 콧물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며, 비강 스프레이는 코 점막의 염증을 줄여 코막힘 개선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최근에는 졸음 부작용이 적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주로 처방되며,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코막힘이 심할 때 사용하는 혈관 수축제 스프레이는 장기간 사용할 경우 오히려 약물성 비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면역 치료와 삶의 질 향상 전략
알레르겐 회피와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 조절이 어렵거나, 약물 복용을 원치 않는 환자에게는 면역 치료가 고려된다. 면역 치료는 알레르겐을 소량씩 반복적으로 투여하여 면역 체계를 훈련시켜 과민 반응을 줄이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이는 주사 형태로 투여하는 피하 면역 치료와 혀 밑에 약물을 투여하는 설하 면역 치료로 나뉜다. 면역 치료는 보통 3~5년의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지만,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면 약물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만성 질환이므로, 일상생활에서 코 세척을 습관화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코 세척은 코 점막에 붙은 알레르겐과 분비물을 씻어내고 코 점막의 습도를 유지하여 증상 완화에 기여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자가 관리와 전문적인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5명 중 1명이 겪는 알레르기 비염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핵심 열쇠다.
서울 민병원 정재화 내과 진료원장은 ‘알레르기 비염은 완치보다는 관리가 핵심인 만성 질환’이라며 ‘환경 관리, 약물 치료, 그리고 필요한 경우 면역 치료를 병행하여 증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적극적인 관리가 수면의 질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기사
만 60세 이상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 제도 알아보기, 노년층 삶의 질 향상 기대
